2013년 4월 15일 월요일

'죽음의 먼지'에 대한 역발상

'죽음의 먼지'에 대한 역발상

초미세먼지 대책 마련 시급해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연연해하지 마세요 / 땅과 하늘 아래 영원한 건 없으니까요 / 모든 것은 사라지게 됩니다 / 당신의 전 재산으로도 흐르는 시간은 살 수 없습니다 /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 / 우리의 인생은 모두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와 같습니다.”

미국의 록 그룹 ‘캔사스’가 1977년에 발표하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Dust in the Wind’의 가사 내용 중 일부이다. 당시 이 곡이 담긴 앨범 자켓은 물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바다의 끝자락에 범선이 위태롭게 걸려 있는 신비스러운 디자인으로도 주목을 끌었다. 지구가 구형이 아니라 평평해서 바다 끝으로 가면 그처럼 물이 떨어져 내리는 지옥이 있다고 믿은 옛 사람들의 생각을 재현해 놓은 광경이다.

지구의 모든 생명은 먼지로 와서 먼지로 떠난다. 먼 우주로부터 날아온 운석 조각에 묻은 먼지로부터 생명체가 탄생했으며, 그 생명체들이 죽으면 결국엔 작은 먼지가 되어 우주를 떠돌게 된다. 태양도 앞으로 약 50억년 후에는 조그만 백색왜성이 되어 사라져 버리고, 그때쯤이면 지구상의 모든 것들은 먼지가 되어 우주 속으로 흩날려갈 것이다.
▲ 초미세먼지는 면마스크나 콧속의 섬모와 점막에도 걸러지지 않아 폐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연합뉴스

먼지는 모든 역동적인 것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부산물이다. 먼지를 일으키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우주로부터 지구 도처로 내려앉는 ‘우주 먼지’와 화산이나 식물들의 꽃가루 같은 ‘자연의 먼지’, 그리고 ‘인류가 발생시키는 먼지’가 그것이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표면도 겹겹이 다져진 먼지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문젯거리는 산업화와 난방, 자동차 등으로 인류가 발생시키는 먼지이다.

지난 7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2012년에 전국 각지에서 측정된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발표했다. 그에 의하면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은 32㎍/㎥를 기록한 경기도였으며, 인천 29.4㎍/㎥, 춘천 27.8㎍/㎥, 서울 25.2㎍/㎥ 등이었다.

미국 뉴욕이 13.9㎍/㎥이고 영국 런던은 16.0㎍/㎥, 프랑스 파리가 15.0㎍/㎥이니 호반의 도시 춘천의 경우에도 세계적인 대도시보다 2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총먼지, 지름이 10㎛ 이하인 미세먼지(PM10),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 중 하나인 미세먼지의 경우 그 농도가 100㎍/㎥ 높아질 때마다 하루 사망자가 2~3%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 신동천 교수는 서울의 연간 전체 사망자의 8%가 미세먼지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화여대 이종태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가 40㎍/㎥ 증가하면 소화천식과 관련된 입원 환자 수가 약 7%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면마스크 착용해도 완벽하게 거르지 못해
그보다 훨씬 작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그 피해 정도가 더 심각하다. 머리카락이 약 50~70㎛이니 초미세먼지는 그보다 최대 20분의 1에서 최소 2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먼지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면마스크를 착용해도 초미세먼지를 완벽하게 거르지 못한다.

초미세먼지는 콧속의 섬모와 점막에도 걸러지지 않아 폐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미세먼지가 폐에 도달하는 비율의 10%라면 초미세먼지는 그 확률이 50%로 높아진다. 입자가 미세하므로 폐는 물론이고 혈관까지 들어가 버린다. 이로 인해 백혈구가 자극돼 혈관벽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동맥경화·뇌경색·심근경색 등을 일으킨다.

또한 기관지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도 초미세먼지로 인해 발병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모공보다 작으므로 알레르기성 피부염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여드름이나 아토피가 있는 사람들의 증상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도 있다.

1995년 미국 암학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초미세먼지가 1㎥당 10㎍ 증가 시 총사망률이 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도 서울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1㎥당 10㎍ 올라갈 때마다 조기 사망률이 0.8%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때문에 초미세먼지는 ‘죽음의 먼지’ 혹은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내놓은 지난해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보면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의 주 발생원인으로 꼽히는 공단이나 자동차가 거의 없는 서해도서 백령도의 수치가 18.1㎍/㎥이며 최근 2년 동안 일평균 기준치를 넘은 날이 25일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중국의 오염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유입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 연구결과에서도 우리나라 초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넘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울대 윤순창 교수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수치모델 분석을 통해 2009년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초미세먼지의 32~60%는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분석됐다. 초미세먼지 중 이온 성분의 최대 60%, 유기․무기탄소 성분의 약 54%가 중국에서 온 것으로 나타난 것.

베이징시의 폐암 발병률 60% 증가해
지난 3월 초 중국의 중화의학회 중난산 회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해 지난 10년간 베이징시의 폐암 발병률이 60%나 증가해 남성의 경우 10만명당 76명, 여성은 10만명당 48명을 돌파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난산 회장은 그 원인으로 초미세먼지의 급속한 증가를 꼽았다.

지난 2월 28일 베이징시가 최악의 대기오염 상태가 되어 도심에서도 시야 불량 상태가 되었을 때 초미세먼지의 농도는 무려 500㎍/㎥에 달했다. 그로 인해 베이징 공항에서는 항공편 결항이 발생했으며, 고속도로도 각지에서 폐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올해 1월 초미세먼지 오염이 중국 전역에서 143만㎢(우리나라 면적의 약 14배)에 해당하는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난산 회장은 전국인민대회대회에서 경제발전보다 공기정화가 더 중요하며 국내총생산 제일주의가 아니라 환경 제일주의로 가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번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수치 결과 발표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초미세먼지 예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상반기 안에 ‘PM2.5 종합대책’을 확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또 현재 전국 20곳인 PM2.5 측정망을 내년까지 36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번역 발행된 ‘먼지 보고서’란 책에 의하면 먼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들도 있다고 한다. 진공청소기나 우주공학, 반도체공장의 클린룸 시공업체 등 먼지를 제거하거나 걸러내야 하는 회사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제품 성능 검사를 할 때 정밀하게 규격화된 먼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번 기회에 피해의 대상으로만 생각한 먼지를 생산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역발상을 통해 창조경제 아이템으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4.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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