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릭의 노벨상 메달이 경매에 오른 사연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25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다음 주 목요일 4월 25일에는 성대한 회갑잔치가 열린다. 만 60세를 맞는 건 사람이 아니고 DNA이중나선이다. 1953년 4월 25일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그 유명한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의 DNA이중나선 발견을 보고한 논문이 실렸다. 불과 1천 단어도 안 되는 두 쪽짜리 짤막한 논문이지만, 너무나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생명의 비밀을 드러냈기 때문에 과학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논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왓슨과 크릭은 이 업적으로 9년 뒤인 1962년 모리스 윌킨스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DNA이중나선 발견 당시 불과 25세였던 왓슨은 현재 85세로 생존해 있지만 12살 연상인 크릭은 2004년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네이처’ 4월4일자에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는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뉴스가 실렸다. 크릭의 유족들이 1962년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았다는 것.
보통 노벨상도 아니고 과학 역사상 최고의 업적이라는 DNA이중나선의 발견에 주어진 메달인데 어떻게 그걸 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기사에서 크릭의 손녀인 킨드라 크릭은 “가족들은 수십 년 째 집에서 보관하고 있는 메달을 누군가가 구매해 대중이 볼 수 있게 전시해주기를 바란다”라고 희망했다. 경매 전문가들은 크릭의 노벨상 메달이 50만 달러(약 5억 원)가 넘는 가격에 낙찰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유족의 희망대로 메달이 대중 앞에 전시될지(기관이 구매할 경우) 개인 소장자의 품속으로 사라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DNA이중나선 발견 당시 불과 25세였던 왓슨은 현재 85세로 생존해 있지만 12살 연상인 크릭은 2004년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네이처’ 4월4일자에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는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뉴스가 실렸다. 크릭의 유족들이 1962년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았다는 것.
보통 노벨상도 아니고 과학 역사상 최고의 업적이라는 DNA이중나선의 발견에 주어진 메달인데 어떻게 그걸 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기사에서 크릭의 손녀인 킨드라 크릭은 “가족들은 수십 년 째 집에서 보관하고 있는 메달을 누군가가 구매해 대중이 볼 수 있게 전시해주기를 바란다”라고 희망했다. 경매 전문가들은 크릭의 노벨상 메달이 50만 달러(약 5억 원)가 넘는 가격에 낙찰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유족의 희망대로 메달이 대중 앞에 전시될지(기관이 구매할 경우) 개인 소장자의 품속으로 사라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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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3년 크릭이 12살짜리 아들 마이클에게 쓴, DNA 구조 발견 소식을 알리는 편지. 이번 경매에서 약 69억 원에 낙찰되었다. ⓒ네이처 |
한편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DNA이중나선 발견 직후 크릭이 당시 12살인 아들 마이클에게 쓴 7장으로 된 편지를 내놓았다. “짐 왓슨과 아빠가 아마도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한 것 같다”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는 크릭이 그린 DNA이중나선 스케치도 있다. 게다가 이 편지는 ‘네이처’ 논문이 나오기 수 주 전 쓴 것이기 때문에 DNA 구조가 기술된 최초의 문서인 셈이다. 편지는 지난 10일 경매에서 수수료를 포함해 605만9천750 달러(약 69억원)에 낙찰돼 편지 경매가로는 사상 최고기록을 세웠다.
가족들은 편지 낙찰가의 절반을 크릭의 마지막 직장이었던 소크연구소에 기부할 예정이고 메달을 팔아 얻은 돈에서 최소한 20%를 현재 런던에 짓고 있는 프랜시스크릭연구소에 기부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과학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한데 기사 말미에서 크릭의 동료였던 소크연구소의 신경과학자 찰스 스티븐스는 “내가 크릭에게 감명을 받은 건 그가 실제로 했던 일 때문”이라며 “프랜시스가 메달을 만든 것도 아니고 그도 단지 받은 것이다. 물론 기뻤겠지만 그가 당시 메달을 받고 감동했을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촌평했다.
스티븐슨이 이렇게 말한 건 아마도 크릭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크릭은 세속적인 명예나 물건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DNA이중나선 발견이라는 역사적인 업적을 낸 뒤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그가 심혈을 기울인 연구 가운데 하나라 훗날 ‘센트럴 도그마’라고 알려진 유전 정보의 전달에 관한 도식이다. 즉 DNA 염기서열에 내장된 유전 정보는 전령RNA(mRNA)를 거쳐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로 번역된다는 가설로 훗날 사실로 밝혀졌다.
한 20년 분자생물학의 토대를 쌓은 크릭은 “이제 더 이상 나올 게 없다”며 1976년 조국 영국을 떠나 미국 소크연구소에 자리를 잡더니 당시 과학연구의 대상이 아니었던 인간의 ‘의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994년 펴낸 책 ‘놀라운 가설’에서 크릭은 “인간의 감정과 행동은 뇌 속의 신경네트워크를 연구하면 이해할 수 있다”고 쓰고 있는데 최근 뇌과학 연구경향을 보면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선 인물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가족들은 편지 낙찰가의 절반을 크릭의 마지막 직장이었던 소크연구소에 기부할 예정이고 메달을 팔아 얻은 돈에서 최소한 20%를 현재 런던에 짓고 있는 프랜시스크릭연구소에 기부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과학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한데 기사 말미에서 크릭의 동료였던 소크연구소의 신경과학자 찰스 스티븐스는 “내가 크릭에게 감명을 받은 건 그가 실제로 했던 일 때문”이라며 “프랜시스가 메달을 만든 것도 아니고 그도 단지 받은 것이다. 물론 기뻤겠지만 그가 당시 메달을 받고 감동했을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촌평했다.
스티븐슨이 이렇게 말한 건 아마도 크릭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크릭은 세속적인 명예나 물건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DNA이중나선 발견이라는 역사적인 업적을 낸 뒤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그가 심혈을 기울인 연구 가운데 하나라 훗날 ‘센트럴 도그마’라고 알려진 유전 정보의 전달에 관한 도식이다. 즉 DNA 염기서열에 내장된 유전 정보는 전령RNA(mRNA)를 거쳐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로 번역된다는 가설로 훗날 사실로 밝혀졌다.
한 20년 분자생물학의 토대를 쌓은 크릭은 “이제 더 이상 나올 게 없다”며 1976년 조국 영국을 떠나 미국 소크연구소에 자리를 잡더니 당시 과학연구의 대상이 아니었던 인간의 ‘의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994년 펴낸 책 ‘놀라운 가설’에서 크릭은 “인간의 감정과 행동은 뇌 속의 신경네트워크를 연구하면 이해할 수 있다”고 쓰고 있는데 최근 뇌과학 연구경향을 보면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선 인물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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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릭은 DNA 구조를 발견한 뒤 DNA 정보가 단백질 정보로 전달되는 과정을 추론한 센트럴 도그마를 제안했고 사실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유전암호가 불변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하나 둘 보고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구강미생물인 SR1 박테리아가 종결코돈 UGA를 아미노산 글리신을 지정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강석기 |
종결코돈으로 아미노산 지정한 구강미생물 발견
DAN 구조 발견 60주년을 맞아 DNA와 크릭에 연관된 흥미로운 최근 연구결과 하나를 소개한다. 크릭의 센트럴 도그마는 DNA 염기 정보가 단백질 아미노산으로 어떻게 번역되는가가 규명되면서 확증됐다. 즉 DNA 염기 세 개의 정보가 mRNA의 염기 세 개로 이어지고(이를 코돈이라고 한다), 상보적인 염기서열(안티코돈)로 이를 인식하는 운반RNA(tRNA)에 특정한 아미노산이 붙어있다.
4가지 염기 세 개가 갖는 64(=43)가지 조합 가운데 61개에 해당하는 운반RNA가 각각 존재해 20가지 아미노산을 지정한다(따라서 여러 코돈이 한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코돈 가운데 3가지(UAA, UGA, UAG)는 아미노산을 지정하지 않고 대신 단백질 합성을 종결하라는 정보를 담고 있는데 이를 종결코돈이라고 부른다.
크릭은 1968년 ‘유전암호의 기원’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때까지 발견을 정리하면서 유전암호가 모든 생물종에 대해 보편적이고 불변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고 유전암호를 다르게 이용하는 예가 하나 둘 보고되면서 크릭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최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런 예외적이 예가 또 하나 보고됐다. 구강미생물인 SR1 박테리아의 경우 종결코돈인 UGA(우라실, 구아닌, 아데닌)가 아미노산 글리신을 지정하게 바뀌어 있다는 것. SR1 박테리아는 그 존재가 1998년에야 밝혀졌는데 그 이유는 배양이 안 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배양 없이 시료에서 직접 DNA를 추출해 분석하는 메타유전체학 기법이 도입되면서 이처럼 배양이 안 돼 존재를 알 수 없었던 박테리아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SR1 박테리아의 경우 구강이 건강한 사람의 경우는 전체 구강미생물의 0.1% 정도를 차지하지만 구취가 있거나 잇몸병이 있는 사람은 그 비율이 높다. 즉 우리와 공존하지만 해롭거나 좋게 봐도 도움은 되지 않는 미생물인 셈이다. 연구자들은 “이 박테리아가 종결코돈 가운데 하나를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코돈으로 재프로그래밍한 원동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그 이유를 생태적 맥락에서 찾았다.
즉 박테리아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수평적 유전자 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써먹기 위해서라는 것. SR1이 다른 종의 유전자를 받을 경우 가끔 원래보다 더 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을 뿐이지만(유전자 산물인 mRNA의 종결코돈으로 UGA가 쓰였을 경우 멈추지 않고 계속 번역을 하므로), SR1의 유전자를 받은 박테리아의 경우는 십중팔구 중간에 만들어지다 만 쓸모없는 단백질을 얻기 때문이다(SR1 유전자 산물인 mRNA 중간에 있는 UGA(SR1에서는 글리신을 지정)가 종결신호로 해석된다). 따라서 다른 박테리아의 유용한 유전자는 받을 수 있고 자신이 갖고 있는 비장의 무기는 내놓지 않는 셈이기 때문이다.
만일 크릭이 살아있다면 자신의 메달이 경매에 부쳐진 일보다 코돈을 재프로그래밍해 살아가는 박테리아의 발견에 더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까.
저작권자 2013.04.19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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