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8일 일요일

정원(庭園)의 기원은 울타리

정원(庭園)의 기원은 울타리

사유재산의 개념에서 예술공간으로 진화

 
보통 정원이라면 집안의 뜰이나 꽃밭을 주로 일컫는다. 화단(花壇) 정도다. 그러나 정원은 꼭 꽃밭이 아니라 집안의 뜰과 마당을 지칭한다. 대개 주택의 외부공간을 실용적•심미적 목적으로 처리한 뜰을 의미한다. 원정(園庭)이라고도 한다.

정원은 일반적으로 실외에 식물 등 자연을 이용해 조성되는 공간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도 있으며, 인공적으로 조성될 수도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주택 바깥의 뜰이다. 순수 관상용 정원도 있지만 소규모 농장을 포함한 정원도 있다.
▲ 정원은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는 종합예술작품이다. 그러나 정원은 원래 사유영역의 개념으로 울타리를 친 땅을 뜻했다. 그러나 개인소유의 땅이라는 개념에서 점차 진화해 예술공간으로 자리잡았다. ⓒMorgueFile free photo

생활문화와 예술이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
정원은 주거문화의 반영일 뿐만 아니라 한 사회와 시대의 생활문화와 가치체계 및 예술이 총체적으로 결집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일정한 틀은 없지만 정원을 구성하는 요소로 계단, 담과 울타리, 문과 창문, 구조물, 건물, 벤치, 물, 잔디와 수목과 화초, 기타 장식품 등이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동양의 정원에는 잔디를 심지 않는다. 이는 잔디가 있는 곳은 묘지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 뜰에는 잔디를 심지 않았다.

서양의 정원은 대개 식물을 중심으로 구성되나, 공원이나 동물원도 일종의 정원이라고 볼 수 있다. 동양에는 고산수라는 형식의 정원이 있어 식물과 물 없이 돌 위주로 꾸며지기도 한다. 장식용 건물과 연못, 폭포, 개울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정원을 뜻하는 영어의 garden, 독일어의 garten, 불어의 jardin은 모두 ‘울타리를 친 조그마한 땅’이라는 의미로 고대 고지(高地) 독일어(Old High German, 800~1100년 사이의 남부 독일 말)인 gard, gart가 그 기원이다.

조금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성서에 나오는 에덴동산을 염두에 둔 해석이다. 헤브류어의 gan(울타리, 또는 둘러싼 공간이나 둘러싸는 행위)과 즐거움이나 기쁨을 의미하는 oden, 또는 eden의 합성어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다.

‘園’의 부수자인 큰 입구(口)는 에워싸는 의미로 동서양 모두 울타리를 의미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정원을 원림(園林)이라고 한다. 정원(庭園)은 일본식 용어라는 것이 정설이다. 한국의 고문에서는 가원(街園), 임원(林園), 임천(林泉), 원(園), 정원(庭園), 화원(花園) 등의 단어가 보이지만 지금은 현대에는 정원(庭園)이 보편적으로 쓰인다.

정원을 의미하는 한자 ‘園’의 부수자인 큰 입구(口)는 에워싸는 행위를 뜻한다는 점에서 원래 울타리를 뜻하는 garden의 기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어원에서 유추해 볼 때 가장 원초적인 정원의 원형은 어떤 지역을 에워싸는 위요(圍繞)공간으로서의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울타리를 쳐서 내외부를 구분하고 한정된 내부공간을 자신의 영역으로 길들이려는 인간 본연의 사유영역 설정의 속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정원은 기능적으로 볼 때 실용적인 가사(家事) 작업공간의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정원은 채원(菜園), 약초원, 과수원 등 ‘가정용 생산공간’이다. 중세의 수도원 정원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정원은 인공적 생산 환경의 특성을 갖추고 있으며 재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하학적인 정형성을 띠는 경우가 많다.

한편, 현재 일반적으로 정원이라고 하는 개념은 보면서 즐기고 감상하는 ‘열락(悅樂) 정원(pleasure garden)’이다. 이는 인류의 경제가 안정되어 잉여생산물의 비축이 가능해지고 정치제도 및 사회구조가 진화하여 집단이 형성되면서 나타났다. 사냥터나 화원(花園)으로 조성된 정원에서 그러한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자연과 인공이 결합된 종합예술
▲ 중국의 정원은 전통적으로 신선들이 살았다는 도교에 등장하는 봉래선경(蓬萊仙境)을 모방한 축소판으로 신비감을 자아내게 한다. ⓒ위키피디아


이러한 정원에서는 향수와 감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공적으로 이상적인 자연을 조작하기도 하고, 각종 예술품이 놓이기도 하며 정원을 만든 사람이나 소유자의 자연관 및 취미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정원은 자연과 인공이 함께 결합되어 있는 일종의 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정원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원이나 에스파냐의 알함브라 궁원, 한국의 비원 등 모두 열락정원의 한 형태이자 정원예술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8세기의 유럽에서는 정원이 시, 회화, 조각, 건축, 원예 등이 집약된 고급예술로 다루어졌다. 또한 중국에서도 정원건축을 일종의 예술로 다룬 것을 여러 문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의 정원은 소수의 왕족 및 귀족 등 특권층만을 위한 공간이기도 했으며, 현대에도 정원은 소유자의 재산, 신분 등을 묵시적으로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

맹수나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 담장을 설치
그러면 정원은 언제부터 어떠한 목적으로 시작됐을까? 고대 원시인들은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맹수나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하여 담장을 만들고 채소와 과일나무를 재배한 후부터 정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토질과 기후조건의 영향이 매우 컸다.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이 자주 범람해서 과수목, 목재용, 관상용 등의 나무를 다른 곳 아닌 그들 정원에 재배하였다. 사카모어, 야자수, 포도나무 등을 신성시했다. 장식된 기둥으로 포도등책을 만들어 항상 신선한 그늘과 과일을 즐겼으며 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연못을 갖추었다.

고대 그리스는 정치•문학•철학 등 학문에 치우친 나머지 정원은 도외시 되었다. 그러나 대신 꽃병, 화분 등으로 제단이나 성역을 장식했다. 중세시대 유럽은 수도원의 승려생활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사원들은 거의 성곽으로 싸였고 일반인과 같이 생활수단으로 채소재배를 하여 정원을 형성했다.

정원개발의 전성기는 르네상스시대
정원개발의 전성을 이룬 것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다. 많은 부호상인들의 정원은 그 장식이 예술의 극치를 이루었다. 이런 정원은 수천 평 면적으로 과수원이나 둘레를 관목으로 담장하고 그 안에 장미 정원, 분수, 잘 정돈된 산책로, 조각작품 등으로 그 부를 과시했으며 종합예술의 표현을 이루었다.

프랑스 왕의 궁전 공원은 커다란 규모로 프랑스 전 국력을 기울일 정도였다. 웅대한 뱃놀이를 위한 분수 연못과 오렌지 과수원 등 광활한 면적의 정원이 들어섰다. 예술적인 많은 조각상과 함께 왕의 위력을 과시했다.

르네상스 시대 영국정원은 지주의 후손이 물려받아 관리할 수 있어 정원을 수백 년 보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압력으로 국력이 약한 영국의 헨리8세 시대에 성과 궁전의 정원형태가 바뀌어 채소밭 형태를 면치 못하기도 했다.

메리와 엘리지베스 여왕시대에 신세계 탐험으로 신기한 식물들이 수입되면서 식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기하학적인 형태의 식물원 정원이 만들어졌다.

동양정원은 근대식 정원의 모델
18세기 중국 왕궁은 인공적으로 연못을 파고 그 흙은 동산을 만들어 정자와 나무를 심고 물고기를 길러서 유럽의 기하학적인 정원과 다른 자연풍경의 정원을 조성해서 유럽으로부터의 여행자들에게 감명을 주었으며, 영국은 이 영향으로 조경정원을 만들어 낭만적인 예술을 창조했다.

18세기 산업혁명도 정원역사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19세기에 들어서자 유럽사회에서는 특권계급의 대정원 소유를 점차로 허가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공공적인 정원, 즉 오늘날 공원이 들어서게 되었다.

영국에서 탄생한 도시공원은 미국, 독일, 프랑스로 유행병처럼 퍼져갔다. 올름스테드(F. Olmsted 1823~1903)는 19세기 미국의 위대한 조원가로서 뉴욕의 한가운데에 센트럴 파크를 비롯하여 수많은 자연식 공원을 만들었다.

한편 중소주택에도 근대식 정원이라는 새로운 경향의 정원이 들어섰다. 실용적이면서 기능적으로 는 동양정원의 영향을 받은 정원이었다. 뜰은 무엇보다도 옥외의 거실이란 생각에서 '옥외의 집'이란 명칭이 주어졌다. 도시주택에는 뜰이나 옥상, 베란다 정원이 생겨났다.

영국의 터나드(C. Tunard)는 현대정원은 주로 동양정원을 모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양정원은 자연에 가까운 모습을 나타내려고 하며 비대칭적이면서도 구성이 조화롭다. 또한 작은 공간 속에서 큰 공간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현대성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지난 20일 개막돼 방문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 10월 20일까지 열린다. 세계적인 습지로 갈대 숲이 넘실거리고 개펄이 살아 숨쉬는 생태계의 현장에서 각국의 독특한 정원들을 비롯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4.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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