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6일 화요일

저탄소 운동, 생활 속으로 스며들다

저탄소 운동, 생활 속으로 스며들다

탄소중립 관광상품 및 저탄소 아파트 등장

 
 
최근 미국 보스턴대학 지구환경학과 연구팀은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매우 특별한 논문 한 편을 발표했다.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가 예측한 최고 기온상승률대로 지구가 계속해서 따뜻해진다면 2100년까지 보스턴 마라톤대회의 우승 기록이 계속적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95%라는 게 논문의 주 내용이다.

연구팀은 보스턴 마라톤대회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마라톤 우승 기록에 대해 지구온난화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대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스턴 마라톤대회는 세계에서 매년 개최되는 마라톤경기 중 가장 오래되었으며 1924년 이래로 매년 거의 동일한 날짜에 동일한 코스를 돌도록 운영된다.

보통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논문의 경우 학문적이거나 시사적 내용을 담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점에서 지구온난화가 마라톤 우승 기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한 이 연구결과는 친근감 있는 연구 소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 만하다.

일상과는 거리가 좀 멀게 느껴졌던 저탄소 운동의 경우에도 최근 이처럼 친숙한 이미지로 포장돼 일반인들의 생활 속으로 다가서고 있어 화제다. 대표적인 것이 저탄소를 내세우는 관광상품의 등장이다.
▲ 저탄소 운동이 친숙한 이미지로 포장돼 일상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사진은 경남 창원에서 탄소중립 숲을 조성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금까지 여행이나 관광상품이라고 하면 환경과의 부정적 상관관계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9일 한국관광공사는 서울시를 비롯한 8개 기관 및 기업과 ‘탄소중립 관광상품’ 개발·운영 협약을 체결하고, 항공기에서 배출되는 탄소만큼 나무를 식재하는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관광분야에서도 실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한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상품은 판매량에 비례해 탄소중립기금을 조성한 뒤 그 기금으로 서울시가 제공한 부지에 나무를 심게 된다. 즉, 항공기의 탄소 배출을 상쇄시킬 만큼의 기금을 여행자들을 대신해 협약 참여 기업들이 조성해 나무를 심음으로써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관광상품인 셈이다.

상품 판매 예상 목표는 월 1천500명 정도이며, 탄소중립기금은 관광객 1인당 3천500원 규모로 적립된다. 예상대로 진행될 경우 서울시가 부지를 제공한 곳에 4천~5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다.

이 상품은 올해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2014년 이후에는 내국인의 국외 여행상품과 외국인의 국내 여행상품을 연계해 해당 국가 도시 식재를 위한 상품 개발로 확대·운영될 계획이다. 그럴 경우 출국 관광객 대상 상품판매 조성 기금은 해당 목적지 국가 및 도시의 식재에 사용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저탄소 녹색아파트 공모 접수 중
탄소중립 운영기관인 (사)한국로하스협회와 제주도 전문 여행사인 ㈜뭉치이벤트투어가 개발한 탄소중립 여행상품도 있다. 지난해 6월에 개발한 ‘탄소발자국 투어’, ‘저탄소 로하스 투어’, ‘CO2(-)에코(+) 투어’ 등 3개 상품이 바로 그것.

이 상품들을 통해 제주도를 여행할 경우 비행기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1인당 탄소상쇄 부담금이 계산돼 여행자가 자신의 탄소발자국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예를 들면 김포에서 제주까지 왕복 비행기를 탑승할 경우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4킬로그램이며, 이에 대한 탄소상쇄 부담금 2천325원이 여행경비에 포함되는 식이다. 이 상품들은 올해 초 에너지관리공단의 탄소중립 프로그램 간접상품으로 등록됐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주거생활 공간인 아파트도 저탄소 녹색 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가정 부문에서 에너지를 저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국 최초로 등급별 인증방식을 도입한 ‘저탄소녹색아파트 조성’ 참여 아파트 공모 접수를 17일까지 받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47%를 가정과 상업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 여건을 감안해 아파트 간의 자연스러운 경쟁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탄소녹색아파트란 수도 및 전기, 가스를 절약하고 음식물 쓰레기 감량 등 녹색생활 실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아파트를 일컫는다.

광주광역시는 공모에 참여한 아파트에 대해 심사를 한 다음 등급별로 최우수상 및 우수상, 장려상 등 우수 아파트 40여 개를 선정해 상금과 인증표지판을 수여할 예정이다. 지난해 이 공모에 참여한 아파트들이 절감한 에너지를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계산할 경우 소나무 48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참고서 물려주기 운동으로 탄소 배출 저감
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의 참고서를 모아서 다음의 수험생들에게 물려주는 재활용을 통해 탄소 배출을 저감시키는 운동을 하는 대학생들도 있다. 대학생 30명으로 구성된 ‘포스코 탄소중립프로그램 4기’가 바로 그 주인공.

포스코 탄소중립프로그램이란 포스코(POSCO)가 사회적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사회활동에 지원하는 기업 프로그램으로서, 매년 대학생들을 선발해 그들이 내놓은 탄소중립 아이디어에 대한 실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프로그램의 4기 대학생들은 지난해 11월 홍익대에 수능 참고서를 넣으면 작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자판기를 설치해 약 600여 권을 참고서를 수합한 뒤 고3이 되는 수험생들에게 물려주는 미션을 수행했다. 매년 60만명의 수험생들이 참고서를 한 권씩 물려줄 경우 약 22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지난 2월에는 저탄소 운동의 일환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소유 고객의 경우 자차 보험료의 5%를 할인해주는 자동차보험 상품이 롯데손해보험에서 출시됐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보급률이 높은 일본의 경우 이 같은 할인 상품이 보편화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 상품이 업계 최초라고 롯데손해보험 측은 밝혔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기존의 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과 전기모터식 엔진을 동시에 장착한 차량으로서, 일반 차량에 비해 유해가스 배출량이 적고 연비가 높은 친환경 자동차이다.

한편, 환경부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부담금을 부과하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저탄소협력금제도’를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중대형차를 유독 선호하는 우리나라의 승용차 소비문화를 온실가스와 에너지가 적게 소비되는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소형차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다. 일본의 경우 승용차 중 경차 비중이 30.6%, 프랑스는 39.0%이지만 우리나라는 8.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4.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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