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0일 수요일

꿈과 끼 살리는 ‘자유학기제’

꿈과 끼 살리는 ‘자유학기제’

[칼럼] 곽병선 前 한국교육개발원장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은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을 기조로 하고 있다. 총 38개의 공약으로 구성된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은 △공교육의 정상화 △교육 복지의 확충 △능력 중심사회의 구축 등 크게 3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공교육 정상화는 인성교육 중시, 학교체육 강화, 교과서 개선, 중학교 자유학기제,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 제정, 맞춤형 진로교육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교육복지 확충은 고른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 교육비 경감을 목표로 하는 정책으로서, 0~5세 영유아 교육 국가 책임,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학교 운영, 고교무상교육, 대학등록금경감 등을 포함하고 있다. 능력중심 사회 기반 구축은 국가직무능력표준체계 구축을 핵심으로 국가 자격체계를 확립하여, 학벌이 아닌 능력으로 취업과 생업을 열어갈 수 있는 사회로 나가자고 하는 것이다.
▲ 지난 3월 29일에 열린 '2013 교육기부추진협의체 운영협의회'에서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곽병선 前 한국교육개발원장. ⓒScienceTimes

1980년대 이후 정부들이 시도해온 교육개혁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로는 우선 기존의 고질적인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파력이 강한 정책을 핵심으로 삼았다는 점을 꼽는다. 게다가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현안을 전면적이고도 종합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재정적 지원방안을 정책안 자체에 포함시켜 실현가능성을 높였다는 것도 장점이다. 야당 대선후보들이 내세웠던 교육정책과도 상통하고 있고, 사회 각계의 제안도 많이 수용한 점에서 국민들의 여망을 반영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자유학기제인가?
‘중학교 자유학기제’ 운영은 꿈, 끼, 행복 등을 강조하는 새 정부 교육정책의 대표공약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표현은 ‘자유’다. 자유는 행복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수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얼마나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가, 자신이 원하는 대안을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의 역량에 따라 행복은 좌우된다. 원하는 삶을 가질 수 없다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행복교육은 자유국가를 지향하고 자유인을 양성하는 일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미국의 자유주의 철학자인 시드니 후크(Sidney Hook)는 1976년 펴낸 저서 ‘자유의 역설’에서 “교육받은 사람만이 자유인이 될 수 있다”고 외쳤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원하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주도력을 길러주는 것이 자유인을 양성하는 교육이다.

우리 교육은 대입 수능을 비롯한 각종 시험에 예속되어 있다. 학생들은 고득점 기계로 훈련 받고 자랄 뿐 자기 주도력을 키우지 못해 공부에 즐거움과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황주도 역량을 가진 인재를 기르려면 자기 주도력을 발휘하는 학습경험을 많이 가지도록 학교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삶은 주어진 것이지만 어떻게 사는지는 각자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의식시켜 책임 있는 주체가 되도록 훈련을 시켜야 한다. 성인이 된 후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도록 자극해야 한다. 이것이 ‘자유학기제’가 가져야 할 목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시험에 매몰되지 않게 하는 작은 취지부터 시작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큰 취지까지 연계해 실행하는 것이 좋다. 토론, 관찰, 실험, 실기연습, 체육, 봉사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인성 발달, 사고력 개발, 목적의식 고취를 달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각자의 필요에 따라 맞춤식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유인 길러내야
자유학기제는 초·중·고 어느 학교 단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지적·정서적 발달 단계가 새로운 시도에 적합하다는 실용적인 이유로 중학교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긍정적인 자아개념 발달 과정에서도 중학교 단계는 중요한 시기다. 새 제도가 성공을 거두면 초등과 고등교육으로 전파하는 데도 용이하다.

다만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기에 앞서 정책 관련자들과 학교교육 주체들이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지향해야 할 목표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첫째로, 자유학기제는 자기주도 학습을 전면적으로 연습하는 기간이다.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르는 학기’라는 슬로건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 시험 성적에 연연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잘하고 좋아하고 원하는 과목과 특기를 발견하도록 부모, 교사, 친구들과 상의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셋째로 교과목이나 특별활동의 본질을 경험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학교 수업은 토론, 실험, 현장견학, 봉사활동 등 체험 위주로 진행하는 것이다. 넷째로 자유인의 덕목을 자연스럽게 학습시켜야 한다. 자유라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배려하는 범위 내에서 내가 선택한 결과에 책임을 지는 행동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교육은 의지 실현의 과정이다.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21세기 글로벌 환경에서 꿈을 펼칠 수 있으려면 자유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 우선이다.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답습형 우리 교육 체질을 창조형으로 바꾸어내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곽병선 (前 한국교육개발원장)

저작권자 2013.04.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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