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5일 금요일

갑신정변에서 ITU 전권회의까지

갑신정변에서 ITU 전권회의까지

ICT 외교 강국으로의 도약 계기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매년 4월 22일은 ‘정보통신의 날’이다. 이날이 우리나라 ICT(정보통신기술)의 기념일로 제정된 근거는 1884년 3월 27일자 고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그날 고종은 다음과 같이 전교했다.

“각국과 통상을 한 이후로 안팎으로 관계되는 일이 날로 증가하고 나라의 무역에 대한 소식이 그에 따라서 늘어나고 있다. 그러니 체전(遞傳)을 합당하게 하지 못하면 원근의 소식을 모두 연락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정총국(郵征總局)을 설립하도록 명하니 우선 연해 각 항구에 오가는 신함(信函)을 맡아서 처리하고 내륙의 우편에 대해서도 점차 확장하여 공사(公私)에 이롭게 하라.(이하 생략)”
▲ 서울 종로구 견지동의 우정총국. 사적 제213호. ⓒ문화재청

즉, 정보통신의 날은 고종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우체기관인 우정총국의 개설에 대한 칙령을 내린 날이다. 1884년 3월 27일은 양력으로 4월 22일이다. 이날이 제정된 것은 1973년이었으며, 당시 ‘체신의 날’이었던 것이 1995년 체신부가 정보통신부로 바뀌면서 기념일의 명칭도 ‘정보통신의 날’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 이전인 1956년부터 1972년까지 ‘체신의 날’은 12월 4일이었다. 이날은 또 무슨 날이기에 기념일로 지정됐던 것이며, 왜 16년 동안 지켜오던 기념일을 4월 22일로 바꾼 것일까. 거기엔 우리나라 ICT 탄생에 대한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

고종의 칙령이 내려진 후 당시 조정은 근대 우편제도 도입을 서둘러 추진했다. 덕분에 7개월 만인 1884년 11월 18일(양력, 이후 모든 날짜는 양력 기준) 우정총국이 문을 열고 업무를 개시했다. 이는 지금 상황으로 비유할 때 삐삐(무선호출기)를 차다가 갑자기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처럼 첨단 정보통신 수단이 제도화된 것을 기념해 조정은 12월 4일 각료들을 모아놓고 우정총국 건물 완공을 축하하는 연회를 가졌다. 그런데 이 연회 자리에서 일어난 사건이 바로 ‘갑신정변’이다. 당시 우정총국의 초대총판(지금의 장관격)은 갑신정변의 주역 중 한 명인 홍영식이었다.

하지만 알려졌듯이 갑신정변은 3일천하로 끝나버렸고, 우정총국은 고종의 전교에 의해 12월 8일 공식적으로 폐쇄되었다. 개설한 지 20일 만이었다. 이후 조선의 역참제가 다시 부활했으며, 우정 업무는 10여 년간 중단되어 있다가 1895년에 이르러 서울과 각 지방에 우체사가 설치되면서 재개되었다.

때문에 우리나라 최초의 우편물이 무엇이었으며, 첫 편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20일간 발매된 최초의 우표가 얼마나 팔렸으며, 최초의 배달부가 어떤 방식으로 우편을 전달했는지도 알 수가 없다. 모든 자료들이 갑신정변 와중에 화재로 소실되었거나 우정총국이 폐쇄되면서 폐기처분된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즉, 1956년부터 1972년까지 체신의 날이었던 12월 4일은 우정총국의 완공을 기념하는 연회일과 같은 날짜다. 당시 체신부는 갑신정변으로 인해 널리 알려진 이날을 기념일로 삼았다. 그 후 기념일에 대한 논의가 일자, 우정총국의 개설을 명한 고종의 칙령이 내려진 날로 바꾼 것이다.

우리나라 ITU 이사국에 6회 연속 선출
18대 정부의 신설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2014년 ITU 전권회의를 위한 제1차 아태지역 준비회의’를 개최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후 첫 국제회의였던 그 자리는 세계인이 주목하는 ‘2014 ITU 전권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출사표나 다름없었다.

현재 193개 회원국을 가진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국제전기통신연합)가 창설된 것은 1865년 5월 17일이다. 당시 국제전신연합으로 창설된 ITU는 1932년 마드리드 만국무선전신회의에서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었으며, 1947년부터는 국제연합(UN) 전문기구로 소속되었다. 창설 목적은 전기통신 개선 및 전파의 합리적 사용에 관한 국제적 협력을 꾀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의견을 조정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1952년에 회원으로 등록했으며, 1989년 ITU 이사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6회 연속 선출되어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ITU 이사국은 총 193개 회원국 중 25%인 4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다.
▲ 2010년 멕시코에서 개최된 ITU 전권회의의 모습.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2014년 ITU 전권회의 유치가 공식 결정됐다. ⓒITU 전권회의 공식 블로그

우리나라는 2010년 10월 멕시코에서 열린 제18차 ITU 전권회의에서 2014년 전권회의를 유치했다. 이후 부산, 서울, 제주 등 3개 후보도시를 대상으로 실사단 평가를 거쳐 2014년 10월 20일부터 11월 7일까지 3주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하기로 확정지었다. ITU 전권회의는 창설 이후 이제까지 총 19차례(추가회의 1회 포함) 개최되었으나 주로 유럽(11회)과 미주(5회)에서 열렸으며, 아시아지역에서는 1994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것이 유일하다.

전 세계 정보통신 분야의 상호 협력과 조율을 담당하는 ITU가 4년마다 개최하는 전권회의는 ICT 분야의 세계적인 주요 현안과 장기적 발전 전략 및 미래 정책방향의 비전 제시를 위해 각국 정부대표 및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이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7천여 억원에 이르러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필수 기술이 된 ICT는 갈수록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로서, 각국의 상황에 맞춰져 차별적이고 독자적인 기술로 발전하기 쉽다. 따라서 ICT 분야에서 요구되는 글로벌 기준 제시와 통합의 역할을 ITU가 맡고 있으며, 4년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 관계자들이 참여해 표준화 및 정보보호, 인터넷, 통신, 위성, 전파, 신기술 구현 등 정보통신 모든 분야의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가 전권회의이다.

2014 ITU 전권회의가 부산에서 열리면 세계 193개국 120명 이상의 장차관을 포함한 3천여 명의 정책 결정자 및 전문가들이 3주간 국내에서 머물게 된다. 또한 ICT 전시회, 컨퍼런스, 스마트 한류 문화행사 등 회의참가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특별행사가 펼쳐질 예정이어서, 약 30만명의 일반인 참가가 예상된다.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만 해도 직접 효과 1천407억원, 관광효과 933억원, 국가브랜드 강화에 따른 수출효과 4천778억원 등 총 7천118억에 이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4 ITU 전권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ICT 정책을 선도하는 출발점이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ITU 사무총장과 사무처장, 3개 부문 국장 등 고위직 진출을 통해 ICT 강국에서 ICT 외교 강국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ICT는 새 정부의 경제성장 기조인 ‘창조경제’를 이끌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이다. 내년에 개최되는 2014 ITU 전권회의가 ICT 강국인 우리나라의 외교적 위상을 드높이고 글로벌 ICT 리더십을 강화해 국가 ICT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4.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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