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혁명을 완전히 재해석하다
과학명저 읽기 (3)
과학명저 읽기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물이었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물은 인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며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운 날씨엔 얼음으로 딱딱하게 변하고 끓이면 구름처럼 하늘로 날아가는 등 삼라만상의 변화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들은 자연현상을 몇 가지 기본물질들의 조합으로 설명하기도 했는데, 여기에서도 물은 공기, 불, 흙과 함께 기본물질, 즉 원소로 간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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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보아지에의 ‘화학원론’(1789) 표지 |
18세기에 이르러 한가지 물질인 줄 알았던 공기가 실제로는 여러 종류의 기체의 혼합이라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고, 이어서 물도 서로 다른 원소들로 구성된 화합물임이 밝혀졌다. 원소 및 화합물의 새로운 분류체계가 나오고 화학반응에 대한 이론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수반된 이른바 화학혁명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화학혁명의 유래와 영향 및 성격에 대해 과학사학자들의 다양한 해석이 나왔는데, 일반적으로 물질을 태우는 과정인 연소반응(combustion)에 대한 새로운 이론의 등장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당시 대부분의 화학자들은 물질에 가연성을 부여하는 플로지스톤(phlogiston)이라는 것이 들어 있어 연소반응은 플로지스톤이 소모되는 과정이란 설명방식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프랑스 화학자 라보아지에는 이와는 다른 이론, 즉 연소는 플로지스톤이 물질에서 빠져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산소가 물질과 결합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는데, 많은 역사가들이 산소이론에 의한 플로지스톤 이론의 대체를 화학혁명 서술의 중심에 두고 있다.
최근 캐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석 교수는 화학혁명을 완전히 재해석하는 책을 냈다. '물은 H2O 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제목으로 한 책에서 장 교수는 화학혁명의 중심 사건을 18세기 말 산소 이론의 출현에서 19세기초 화학적 원자론의 발전으로 옮겨 놓고, 플로지스톤 이론이 화학의 세계에서 사라지게 된 것은 사실 '시기상조적인 사건'이었으며 그 이유는 산소이론 때문이 아니라 화학결합과 구성의 설명에 별로 유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여러 이론이 경쟁하는 것은 과학에서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특히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고 만질 수도 없는 현상에 대해서 다수의 설명 모델이 각자의 장점을 갖고 공존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화학혁명의 유래와 영향 및 성격에 대해 과학사학자들의 다양한 해석이 나왔는데, 일반적으로 물질을 태우는 과정인 연소반응(combustion)에 대한 새로운 이론의 등장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당시 대부분의 화학자들은 물질에 가연성을 부여하는 플로지스톤(phlogiston)이라는 것이 들어 있어 연소반응은 플로지스톤이 소모되는 과정이란 설명방식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프랑스 화학자 라보아지에는 이와는 다른 이론, 즉 연소는 플로지스톤이 물질에서 빠져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산소가 물질과 결합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는데, 많은 역사가들이 산소이론에 의한 플로지스톤 이론의 대체를 화학혁명 서술의 중심에 두고 있다.
최근 캐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석 교수는 화학혁명을 완전히 재해석하는 책을 냈다. '물은 H2O 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제목으로 한 책에서 장 교수는 화학혁명의 중심 사건을 18세기 말 산소 이론의 출현에서 19세기초 화학적 원자론의 발전으로 옮겨 놓고, 플로지스톤 이론이 화학의 세계에서 사라지게 된 것은 사실 '시기상조적인 사건'이었으며 그 이유는 산소이론 때문이 아니라 화학결합과 구성의 설명에 별로 유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여러 이론이 경쟁하는 것은 과학에서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특히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고 만질 수도 없는 현상에 대해서 다수의 설명 모델이 각자의 장점을 갖고 공존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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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하석의 '물은 H2O 인가?'(2012) |
물이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과연 이들이 어떤 비율로 어떻게 결합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었다. 1808년 영국의 화학자 돌턴이 물의 화학식을 HO로 하고 여기에 맞추어 수소와 산소의 원자량을 제시했지만, 이후 50년 넘게 유럽 최고의 화학자들이 물이 왜 HO이어야 하는지, 왜 다른 화학식은 맞지 않는지에 대한 논쟁을 벌인 후에야 비로소 H2O가 받아들여졌음을 장하석 교수는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화학혁명의 중심적 사건은 산소이론의 등장이라기보다는 화학에서 원자, 분자의 개념이 정착하는, 물이 H2O 임이 받아들여지는 긴 논쟁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과학사, 과학철학, 과학교육의 학문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다 들며 역사상 화학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을 재구성한 장하석 교수의 책은 머지않아 고전의 반열에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자의 관심방향, 화학에 대한 이해정도, 철학적 논의에 대한 기본 소양의 정도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골라서 읽을 수 있도록 책을 친절하게 구성한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아직 번역본이 나오지 않아 일반인이 쉽게 구해 읽지는 못하겠지만, 곧 번역작업이 시작되리라 기대해본다.
과학사, 과학철학, 과학교육의 학문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다 들며 역사상 화학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을 재구성한 장하석 교수의 책은 머지않아 고전의 반열에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자의 관심방향, 화학에 대한 이해정도, 철학적 논의에 대한 기본 소양의 정도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골라서 읽을 수 있도록 책을 친절하게 구성한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아직 번역본이 나오지 않아 일반인이 쉽게 구해 읽지는 못하겠지만, 곧 번역작업이 시작되리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2013.04.18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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