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4일 일요일

달에는 토끼, 해에는 삼족오

달에는 토끼, 해에는 삼족오

박석재의 하늘 이야기 (2)

 
 
과학에세이 전 세계 고인돌의 절반 이상이 한반도에 분포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북두칠성과 같은 별들이 새겨져 있는 것도 많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원시시대부터 하늘을 숭앙하는 DNA를 가지고 있었다. 태곳적부터 우리 스스로 천손(天孫), 즉 ‘하늘의 자손’이라 여겼다. 하늘에 빌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이 민족의 지독한 하늘 전통을 살펴보자.
▲ 달 표면의 방아를 찧는 토끼 ⓒ박석재

달은 정말 우리한테 정겨운 천체다. 어떻게 보면 대낮의 화려한 해보다 우리 정서에 더 맞는 천체인지도 모르겠다. 보름달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자. 표면에서 검게 보이는 부분은 고도가 낮은 ‘바다’ 지역이다. 바다는 바다인데 물이 없는 바다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토끼가 달에서 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달에는 정말 토끼가 있을까? 물론 살아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토끼는 없다. 하지만 바다들을 잘 연결하면 방아를 찧는 토끼를 발견하게 된다.
▲ 달 표면의 토끼와 두꺼비 ⓒ박석재
사진에서 토끼가 왼쪽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보름달을 이용한 작품이나 광고에서 토끼가 오른쪽에 앉아 있으면 그림을 뒤집은 것이다. 가끔 토끼가 없는 보름달도 많이 보게 되는데, 이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달의 옆면이나 뒷면 사진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달에서 ‘토끼와 두꺼비’를 찾아냈다. 즉 앞 사진의 절구 부분을 두꺼비로 간주했던 것이다. 우리가 보면 토끼 모양이 더 뚜렷한데 고구려 벽화 등을 보면 오히려 토끼를 무시하고 두꺼비만 그려놓은 경우도 많다.

반면에 해에는 삼족오가 살았다고 믿었다. 삼족오란 다리가 세 개인 까마귀라는 뜻이다. 즉 삼족오는 보통 까마귀가 아니고 해에 사는 태양신인 것이다. 고구려 유물 속의 삼족오를 볼 때마다 나는 깊은 감동을 받는다. 곡선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다운 것이다. 현대 최고의 디자이너도 종이 한 장 주고 삼족오를 그려보라고 하면 저렇게 그릴 수 있을까. 어떻게 저 모양을 금속으로 만들 수 있을까.
▲ 고구려 유물 속의 삼족오 ⓒ박석재

 
▲ 일본축구협회 휘장 ⓒ박석재
우리는 삼족오를 잊고 살았다. ‘연개소문’이나 ‘주몽’ 같은 TV 연속극이 국민들에게 삼족오를 소개하면서 비로소 그 존재가 인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일본 사람들은 삼족오를 너무 좋아했다. 일본이라는 나라 이름이 해를 근본으로 한다는 뜻이니 이는 당연한 일이다. 일본 국기는 태양 그 자체 아닌가. 일본축구협회 휘장을 보면 삼족오가 있다. 삼족오가 두 다리로 서 있고 세 번째 발로 축구공을 잡고 있다.

그나마 우리가 태극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 ‘태극전사’는 우리나라 선수가 됐고 ‘태극날개’가 우리 국적기가 된 것은 정말 다행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2013.04.12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