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없는 자동차 뒷거울 특허
수학 알고리즘으로 빛 반사 조절해
운전자라면 누구나 앞차가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차선을 변경하는 바람에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뒷차가 바짝 붙어 달린다는 사실을 모른 채 방향을 바꾼 것이다. 자동차 옆면에 붙은 뒷거울(사이드미러)로는 보이지 않는 구역, 이른바 ‘사각지대’가 원인이다.
그런데 최근 평면인데도 시야각이 기존보다 3배 이상 넓어진 뒷거울이 개발되어 미국 특허를 받았다. 발명자는 미국 드렉슬대 수학과의 앤드류 힉스(Andrew Hicks) 교수로, 수학 알고리듬을 이용해 거울 표면의 수많은 미세거울의 방향을 조절함으로써 왜곡현상 없이 시야각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사각지대 없애고 왜곡현상도 없는 뒷거울 자동차 뒷거울에 보이는 모습은 물체에 부딪힌 빛이 거울에 반사되어 운전자의 눈에 감지된 것이다. 빛은 곧장 앞으로 나아가는 직진성을 띄므로 거울의 표면이 매끈하고 평평하다면 일정 면적 이상을 담아낼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사각지대(blind spot)’가 생기는 것이다. 평소 보이지 않던 구역을 살피려면 운전자가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거울과의 각도를 바꿔야 한다. 물론 거울의 표면을 볼록하게 만들면 굴곡률이 달라져 더 넓은 구역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거울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직선이 휘어져 보이고 물체의 형태가 달라지는 왜곡현상이 나타난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를 조종하는 운전자가 거울의 왜곡 정도까지 재빨리 계산해 후방의 상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미국은 자동차의 운전석 쪽에는 반드시 평면으로 된 뒷거울만을 부착해 생산하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굴곡형 거울을 조수석에 부착할 때도 ‘거울 속에 보이는 물체는 실제로는 더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는 경고문을 명시해야만 허가를 내준다. 그런데 미국 드렉슬대학교의 힉스 교수가 평면 거울을 이용해 시야각을 훨씬 넓히는 방법을 개발해 지난 2008년 학술지 ‘옵틱스 레터스(Optics Letters)’에 소개했다. ‘자유형 반사체의 빛다발 조절 기법(Controlling a ray bundle with a free-form reflector)’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평면 거울의 시야각을 획기적으로 넓혀 사각지대를 없애는 수학 알고리듬뿐만 아니라 실제로 제작한 뒷거울 시제품까지 소개했다. 수많은 미세 거울 붙은 ‘디스코볼’과 같아 논문에는 싸인, 코싸인, 벡터 등 수학적 알고리듬을 설명하는 수식이 가득하다. 그러나 힉스 교수는 드렉슬대학교 학보사와의 인터뷰에서 거울의 원리를 간단하고도 재치 있게 설명했다. 무도회장의 천정에 매달려 빙빙 도는 ‘디스코볼(disco ball)’에 비유한 것이다.
‘미러볼’이라고도 불리는 디스코볼은 표면에 붙은 작은 거울들의 각도가 서로 달라 빛을 사방으로 반사시켜 반짝거리는 효과를 낸다. 힉스 교수가 개발한 뒷거울도 겉으로 보기에는 평면 거울이지만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표면의 굴곡이 고르지 않다. 그러나 모양의 일그러지는 왜곡현상을 없애려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미세 거울의 각도를 조절해야 한다. 힉스 교수는 거울의 한 점을 출발점으로 놓고 부채꼴 모양으로 빛을 반사시키는 수학 알고리듬을 만들어냈다. 반사각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디스코볼을 만드는 비법이다. 물론 자동차 뒷거울 크기의 표면 각도를 조절하려면 수만 번에 달하는 계산을 거쳐야 한다. 수학 알고리듬과 정밀 가공기술이 융합해야만 만들어질 수 있는 고급 기술이다. 이렇게 제작된 뒷거울의 시야각은 기존 제품의 15~17도보다 세 배 가량 넓은 45도에 달한다.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고 운전석에 앉아 흘낏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후방의 상황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독특한 원리 덕분에 이 기술은 ‘왜곡이 거의 없는 광각 거울(Wide angle substantially non-distorting mirror)’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특허를 획득했다. 특허번호는 8180606이며 특허권자는 드렉슬대학교로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평면 거울이 아닌 굴곡형이므로 미국에서는 법규상 운전석 쪽에 부착해 생산할 수 없다. 유럽과 아시아 등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굴곡형 거울을 대부분 허용하기 때문에 현재 많은 기업들이 제작과 판매 라이센스를 얻기 위해 접촉 중이다. |
저작권자 2012.06.21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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