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2일 금요일

망 중립성 논쟁 언제 끝날까

망 중립성 논쟁 언제 끝날까

보이스톡 놓고 이동통신사 고민


 
최근 보이스톡을 두고 이동통신사와 해당 사업자 간에 논쟁이 한창이다. 보이스톡은 카카오톡의 무료통화 서비스를 말한다.

사실 무료통화를 지원하는 어플은 보이스톡이 처음은 아니다. 스카이프나 바이브, 마이피플과 라인 등 다양한 어플들이 있었다. 유독 보이스톡과 관련해 말이 많은 이유는 카카오톡이 최대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어플이기 때문이다.
▲ VoIP의 경우에는 인터넷 구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외전화를 사용해도 시내요금만 적용되어 저렴하게 음성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ScienceTimes

카카오톡 가입자가 3천5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이 약 4천500만명 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통신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보이스톡에 관심을 갖지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이동통신사는 왜 이 엄청난 수의 가입자를 가진 보이스톡을 경계하는 걸까?"

구리선 전화에서 인터넷 전화로

이동통신사들이 보이스톡을 경계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보이스톡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보이스톡은 m-VoIP 서비스로, m-VoIP는 Mobile-Voice over Internet Protocol의 약자이다.

구리선을 이용해 전기가 흘러 상대방과 통화를 할 수 있었던 기존의 음성통화와는 다르게 인터넷 선을 이용해 전화를 사용한다는 뜻의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가 이동 단말기에 적용된 것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구리선이 아니라 인터넷 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음성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전화보다 더 경제적이기 때문에 더 싼 비용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전화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m-VoIP는 또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유무선 융합(FMC, Fixed-Mobile Convergence) 기술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유선망과 무선망의 차이를 없애는 유무선 융합 기술을 통해 하나의 스마트폰 단말기를 이용해 무선랜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이동통신망을, 무선랜이 설치된 곳에서는 VoIP 사용이 가능하다.

그 결과 굳이 이동통신사의 비싼 음성 통화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동통신사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망 중립성을 제대로 알아야 논점이 보인다

앞서 말했듯 보이스톡은 약 3천500만이라는 엄청난 수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보이스톡을 이용해 음성통화를 할 경우, 음성통화 서비스 제공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이동통신사는 수익 구조에 큰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다.

네트워크의 환경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보이스톡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이동통신사와 '망 중립성'에 관해 이야기 하면서 허용을 요구하는 사업자. 이와 관련해 보이스톡의 런칭 이후 줄곧 이동통신사와 플랫폼 사업자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까지 나서서 '망 중립성'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망 중립성'이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인터넷망과 제공되는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네트워크 사업자는 이동통신사이고, 콘텐츠 제공자는 바로 보이스톡을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들을 말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합법적인 어플리케이션과 콘텐츠, 서비스에 대해서 이용자들의 접근을 막거나 방해,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망 중립성을 둘러싸고 3가지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플랫폼 사업자와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이야기하는 이동통신 사업자 간에 다른 해석이 나왔다. ⓒScienceTimes

쉽게 예를 한번 들어보자. 어떤 집단 내에서 모두 동일한 가격을 지불하고 자장면을 시켰다. 돈을 지불한 사람은 누구나 자장면을 먹을 권리가 있다. 사람에 따라 많이 먹고 적게 먹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먹기 때문에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또는 많이 먹기 때문에 자장면이 아닌 같이 온 단무지만 먹으라고 하는 것 역시 차별이다.

이 이야기에서 자장면 대신 네트워크를, 돈을 지불한 사람 대신 네트워크 사업자를 대입시켜보자. 망 중립성에 대해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네트워크의 안정성 vs 망 중립성의 3가지 원칙
망 중립성의 정의만 놓고 보면 이동통신사들이 단순히 음성통화 서비스로 얻게 되는 수익이 줄기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단순히 이 뿐만 아니라 m-VoIP로 인해 발생할 트래픽 문제와 네트워크 과부하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헤비 업로더나 네트워크 트래픽에 문제를 줄 경우, 망 중립성이 가진 부정적인 부분을 더 확대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망 중립성에 적용돼야 할 세 가지 원칙을 이야기 하고 있다. 차별 없이(비차별, Non-discrimination) 서로 접속할 수 있고(상호접속, Interconnection) 접근할 수 있어야(접속, Access) 한다고 말한다.

즉, 이용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보이스톡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망 중립성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해결돼야 할 문제

사실 망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반 사용자들에게 인터넷이 보급되던 1990년대 초반부터 계속해서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고 꾸준히 제기돼 온 이슈이기도 하다. 일부 기사에서는 망 중립성을 두고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 사정에 따라 콘텐츠를 일부 제한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틀린 설명이다.

보이스톡과 관련해 망 사업자 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망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을 종결시킬 수 있을만한 좋은 해법의 도출이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망 중립성을 악용하는 일부 사용자들에 대해서는 건전한 네트워크 환경 조성을 위해서라도 제재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컨텐츠를 동일한 잣대에 두고 비교할 수는 없으며 이 부분은 기술적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망 중립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항상 긍정적인 부분만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지 오래며 망 중립성은 인터넷 환경을 더욱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념이다. 누구의 입장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에 망 중립성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갖고 있다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2.06.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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