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1일 목요일

인더스 문명의 몰락은 기후변화 때문

인더스 문명의 몰락은 기후변화 때문

“산림훼손에 따른 사막화가 원인”



인더스 문명 또는 인더스 계곡 문명(Indus Valley Civilization)은 기원전 약 3300-1700년에 있었으며 2600-1900년경에 흥했던 문명이다. 인더스 강과 현재의 파키스탄과 인도의 북서쪽에 걸쳐 있는 가가-하크라(Ghaggar-Hakra) 강을 중심으로 발달된 문명이다.

문명의 유적지가 처음 발굴된 장소가 하라파(Harappa)였기 때문에 이를 본따 가장 부흥했던 시기를 하라파 문명이라고도 부른다.
▲ 인더스강 계곡에서 발전한 인더스 고대 문명은 가장 오래되었으며 그 지역도 가장 넓었다. ⓒ이미지 클릭


절정기에는 인구가 전 세계의 10%를 차지
인더스 문명은 세계 4대 문명 가운데 가장 오래됐으며 가장 광대한 문명을 이룩했다. 인더스 문명은 한때 인더스 강을 중심으로 서쪽 아라비아 해에서부터 동쪽의 갠지스 강에 이르기까지 100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으로 확장됐다. 문명의 최고 절정기에는 세계 인구의 약 10%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융성했다.

인더스 문명을 일으킨 종족이 누구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훗날 중앙아시아 방면에서 유목생활을 하다가 이 문명지역에 침입한 아리아인과는 전혀 별개의 종족이었다. 그들은 정연한 도시 계획에 따라 견고한 주택과 목욕탕 그리고 로마문명에 훨씬 앞서 체계적인 도로망을 정비하고 있었으며 독특한 도량형제도(度量衡制度)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면 이 거대한 문명이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 그 동안 역사학자들은 북방의 유목민 아리안 족의 침입으로 멸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주장은 정설로 통해 왔다. 1953년 영국의 고고학자 로버트 휠러경(Sir Robert Wheeler)이 주장한 내용이다.

휠러경은 그 증거로 ‘죽은 자의 언덕’이라는 뜻의 모헨조-다로(Mohenjo-Daro)에서 발견된 외부의 공격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37구의 해골 그리고 인도 최고(最古)의 문헌 베다에서 언급된 전쟁들과 요새들을 제시했다.

아리안 족 침입설은 설득력 없어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모헨조다로 해골들은 사람들이 도시를 버리고 난 후에 생긴 유골들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판명됐다. 또한 아리안 족의 침입에 방어하기 위한 성채나 성곽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인류고고학자 케네스 캐네디(Kenneth Kennedy) 교수는 모헨조다로 해골에 있는 상처흔적은 외부의 공격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침식에 의한 것이라는 과학적 증거를 발표했다. ‘아리안 족의 침입설’은 더 이상 설 땅이 없게 됐다. 이에 인더스 문명의 몰락은 그 동안 하나의 커다란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 '죽음의 언덕'을 뜻하는 모헨조다로 도시는 인더스 문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유적은 1922년 발견되어 1930년대에서부터야 본격적인 발굴작업이 시작되었다. ⓒ위키피디아

그런데 최근 미국의 과학 웹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가 과학자들의 보고서를 인용해 “약 4천 년 전 세계 최초의 도시 문명인 인더스 문명을 몰락시킨 주범은 바로 기후 변화”라고 보도해 화제가 됐다.

이 과학 웹사이트는 “하라파 문명이라고 불리는 인더스 문명은 약 5천200년 전에 발달해 약 3천900~3천 년 전 사이 대부분의 인구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도시는 버려졌고 천천히 몰락했다”고 전했다.

인더스문명 탐사에 참가한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re)의 지질학자 리비우 지오선(Liviu Giosan) 박사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많지만 인더스 문명은 아직 많은 것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다른 문명과 달리 훨씬 더 민주적인 형태의 사회를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문명 사람들이 자신들의 도시에 거대한 신전이나 우상(偶像) 등을 세운 것과는 달리 인더스 문명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찾기 어렵다. 다만 대욕장(大浴場) 정도가 거대한 건축물로 잔존하고 있을 정도다.

몬순 영향 사라지고 강의 물줄기도 바뀌어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하라파 문명의 발전과 몰락에 폭우감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지오선 박사는 “우리가 진행한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인더스 문명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정확하고도 명백한 예를 제공했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원래 열대몬순으로 인한 폭우 그리고 강의 범람은 주변을 황폐화시키지만 농사에 적합한 비옥한 땅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나무와 숲을 조성해 벽돌, 목재 등 건축에 많은 자재를 제공한다. 인더스 문명 역시 이러한 상황 속에서 번창했다.

하지만 이러한 몬순의 영향은 점차 잠잠해졌고, 강 인근의 대지는 한동안 농사에 적합한 곳으로 변모했으나 이 같은 상황이 2천 년간 계속 이어지면서 건조화돼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와의 무역도 점차 줄어들게 됐고 이로 인해 화려한 문명도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 행운을 상징하며 불교나 절의 '만(卍)'자를 기울여 놓은모양의 스와스티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더스 문명 유적지에서 발견되었다. 이 스와스티카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며 한때 독일 나치당의 휘장으로 쓰이기도 했다. ⓒ위키피디아

기후변화로 인한 인더스 문명은 인접하고 있던 중동의 기후변화에서도 읽을 수 있다. 중동의 사막화 역시 동시대에 이뤄졌다는 사실들이 계속 나타났다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인더스 문명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정확하고 세부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는 인더스 문명의 중심 축이었던 가가-하크라(Ghaggar-Hakra) 강의 물줄기가 바뀌면서 문명이 쇠퇴했다는 이론이 있다. 원래 인더스문명은 인더스 강과 가가-하크라 강 사이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4년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서북부 파키스탄에 있는 가가-하크라 강에 대한 동위원소 조사 결과, 이 강의 발원지가 히말라야의 설원이 아니라 빗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거대한 수자원을 제공했던 이 강은 이제 바닥이 드러나 있으며 비가 와야 물이 고이는 강으로 변모했다. 학자들은 무리한 산림파괴를 요인으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미스터리의 베일은 벗기지 못한 상태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6.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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