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7일 수요일

우리는 왜 음악에 감동할까

우리는 왜 음악에 감동할까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최근 안방극장을 주름잡고 있는 프로그램 장르가 있다. 약 2년 전 ‘슈퍼스타K’로 불붙기 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 ‘슈퍼스타K’ 이후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K-POP 스타’ 등으로 그 계보를 이어 온 오디션 프로그램은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각 방송사는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저마다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기 시작했다. 배우 지망생들을 모아놓는가 하면, 개그맨 지망생과 현직에서 활동 중인 코미디언들끼리 팀을 짜 관객들의 심판을 받게 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안방을 노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바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프로그램의 편성 방법, 대중의 기호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살펴보면 ‘음악’이라는 요인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은 ‘보기’와 ‘듣기’ 기능을 주로 제공하는 TV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 특히 ‘듣기’의 기능을 가장 훌륭하게 소화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음악이 주는 감성을 통해 경쟁을 넘어 감동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 어디까지 알고 듣나요?
▲ 오페라의 선율은 대중음악의 선율과 다소 차이가 있다. 사진은 2011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개막사진 ⓒ국립오페라단

그렇다면 사람은 왜 음악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느끼는 것일까. 가령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으면 우리는 흥분하기 시작하고, 느린 멜로디의 단조 음악을 들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효과적일까. 음악을 심리로 풀어내고 있으니 심리학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소리의 원리에 대한 근본부터 파고들어 과학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인가.

작곡과 물리학을 전공한 음악가이자 물리학자인 존 파웰은 자신의 저서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을 통해 이 모든 방법으로 음악에 접근하고 있다. 음악을 심리학과 과학으로 해석해 기본원리부터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빠른 템포의 음악’에 대해 저자 존 파웰은 ‘템포와 음량, 음높이가 증가한 음악’이라고 풀이하는 식이다. 파웰은 ‘음악 소리의 원리와 그것이 사람에게 전달되는 과정’ ‘악기들이 소리를 만들어내는 원리’ ‘악기마다 소리가 다른 이유’ 등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그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는 책의 서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정말 좋아하고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대표적인 것이 음악이라고 말한다.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냥 즐긴다는 것이다. 음악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원리와 바탕을 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파웰의 가치관이 이 책을 탄생시켰다.

음악, 그 밑바탕에 존재하는 과학
그는 “음악은 100퍼센트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음악의 창조적인 면의 밑바탕에도 엄연히 논리가 존재하고 공학과 물리학의 법칙이 작동한다”고 말한다. 지난 2천년 동안 일어난 음악과 악기의 발달과정을 살펴보면 예술과 과학이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받아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음악은 무엇이며, 또 음악은 왜 그러한가’이다. ‘악기의 소리가 우리의 귀에 전달될 때 그 사이 공기 중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리고 이런 일이 왜 우리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식이다.

그는 책을 통해 수많은 악기들이 소리를 내는 방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바이올린과 기타, 하프 등의 현악기와 오르간과 플루트, 리코더 등 튜브에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관악기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글로켄슈필과 같은 타악기 등에 대해 항목별로 해설을 이어나가고 있다. 결국 그에 따르면 악기들이 소리를 내는 원리는 바로 파동이다. 악기의 모양과 연주방법은 모두 다를지라도 그 원리는 주파수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악기의 경우 음의 기본 주파수를 결정하는 세 가지 요인이 눈에 띈다. 그 중 하나는 현이 얼마나 팽팽하게 매어져 있는가다. 팽팽하게 매어진 현은 느슨한 현보다 서둘러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려 하기 때문에 빠른 진동이 일어난다. 또한 현의 재질도 중요하다. 강철처럼 밀도가 높은 재료로 만들어진 현일수록 나일론과 같은 무른 재료의 현보다 더 천천히 진동하므로 밀도가 높을수록 더 낮은 음을 내게 된다. 마지막은 현의 길이다. 현은 옆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진동을 일으키는데, 길이가 길수록 오가는 시간이 더 많이 걸려 낮은 음이 된다는 것이다.

음색이 다른 소리의 조화
▲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사진은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모습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누구나 한 번쯤 실제 연주회장에서든 TV로든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저마다 다른 음색과 파동을 가진 수십 개의 악기들이 내는 조화로운 하모니는 많은 청중들에게 감동을 전달한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악기의 조화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지만, 이들 악기가 조화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음색에 대한 작곡가의 사전 계산과 연주회장에서 이를 한데 모아줄 지휘자의 능력이 필요하다.

바로 여기에 지휘자의 몸값이 비싼 이유가 숨어 있다. 파웰에 의하면 지휘자가 하는 대부분의 일은 무대에 오르기 전 거의 완료된다. 공연 준비과정, 즉 리허설 동안 지휘자는 연주 템포를 정하고 악기의 균형과 소리의 크기를 선택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균형과 소리는 작곡가가 다 알아서 지정해 놓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파웰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200년 동안 작곡된 음악에는 템포와 음량에 관한 지시사항이 적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명확하지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때문에 지휘자는 음량과 템포의 모호함을 해결해야 한다. 더불어 소리의 전체적인 균형도 전적으로 그의 몫이 되므로 오케스트라 연주에 있어 지휘자가 주인공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파웰은 이야기한다.

파웰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음악의 많은 부분들에 대해 섬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절대음감이 무엇인지, 음악적 음과 비음악적 소음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지, 화음과 불협화음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지 등에 대해 대중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전적으로 다수의 일반 대중을 겨냥해 쓰였다. ‘음악’과 ‘과학’이 책 제목을 차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해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당신이 ‘반짝 반짝 작은별’과 ‘즐거운 나의 집’ 이 두 노래를 따라 부를 수만 있으면 된다고.

■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저자: 존 파웰
역자: 장호연
출판사: 뮤진트리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2.06.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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