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6일 화요일

“지구의 체온과 맥박을 체크하라!”

“지구의 체온과 맥박을 체크하라!”

지구촌 최대 문제 등장


 
"기후변화로 인해 현 세기 중 10억 명 이상의 사람이 사망할 것이다. 전쟁보다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더 참혹한 결과를 안겨다 줄 것이다."
- 제임스 러브록, 영국의 환경주의자, 미래학자, 가이아 이론 창시자-

투발루,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작은 나라 투발루. 남태평양에 있는 9개의 산호초 섬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섬나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불과하다. 그러나 투발루의 국민들은 현재 가장 조용하고 끔찍하게 죽어가고 있다. 평균 해발이 1~2m, 최고점이 4m에 불과한 국토가 해수면의 상승으로 상당부분 물에 잠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개의 섬이 이미 물에 잠겼으며 수도인 푸나푸티도 오래 전에 침수된 상태다. 지구온난화로 국토가 물에 잠기기 시작하자 지난 2001년 국토 포기를 선언했다. 이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웃나라에 이민을 호소하는 일 뿐이다.
▲ 기후변화가 낳은 환경난민은 서럽다. 환경파괴로 삶의 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국경 없는 침략자가 되고 있다. 앞으로 기후전쟁의 씨앗이 될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영속농업연구소(PRI)

하지만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웃나라인 뉴질랜드가 이민을 허용하고는 있지만 규정이 매우 까다롭다. 45세 이하의 뉴질랜드에 직장을 가진 사람에 한해 이민이 허용된다. 2002년부터 허용했지만 지금까지 받아들이기로 한 인원은 75명이 전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40년 후인 2050년경이면 투발루는 완전히 물에 잠기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민이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보트피플(Boat people)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 최초의 난민국가로 기록될 것이다.

최근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인 6월 20일을 맞아 유엔난민기구(UNHCR)와 관련 기구들은 지구촌 이웃들에게 난민들이 처한 고통을 전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행동을 촉구한다.

2000년 유엔총회에서 의결돼 2001년부터 매년 치러지고 있다. 이날은 ‘아프리카 난민의 날’에서 유래됐다.

이러한 환경난민(Environmental Refugees) 또는 기후난민은 비단 투발루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환경난민이 지구촌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지구촌 최대 문제로 등장할 것”
▲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는 환경난민을 양산하는 가장 큰 이유다. ⓒUN대학(UNU)
2011년 6월 '국내난민감시센터'와 '노르웨이 난민협의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인한 난민이 2009년 1천700만 명에서 2010년 4천200만 명으로 불과 1년 만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즈(NYT)는 금세기 말에 10억 명 이상의 난민이 생길 것으로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아시아에 그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7월, 파키스탄에 내린 폭우는 파키스탄 국토의 20%를 삼켜 2천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발생시켰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현장을 찾아가 “여러 재해 현장을 봤지만 이런 참상은 처음이다”라고 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한다.

2008년 5월에는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시스'로 10만 명의 사망자와 5만 명의 실종자, 1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픽션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일어난 현실이다. 전쟁보다 더 비극적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집과 경작지를 잃고 떠돌고 있다.

지난 2010년 2월부터 4월까지 석 달간 몽골에서는 750만 마리의 가축이 굶어 죽었다. 이상 기후로 인한 폭설로 20∼40센티미터의 눈이 몽골을 덮쳤고 극단적인 한파도 몰려와 가축들이 풀을 찾지 못해 굶어 죽은 것이다.

이어서 몽골에는 2만 명의 환경난민이 새로 발생했다. 혹독한 기상악화로 환경난민들은 더 이상 유목 생활을 할 수 없게 돼 결국 도시로 떠났다. 그들은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에 있는 쓰레기장에서 고철과 파지를 주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난민들만 20만 명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진국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어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2005년 8월, 미국 뉴올리언스를 중심으로 멕시코만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도심의 약 80%가 물에 잠기고 1천600명이 넘는 사상자와 10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역사상 가장 잔인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1천25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수치의 재산 피해를 안겨 미국의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혔다. 한 달 후 다시 허리케인 리타가 급습했다. 수십 명이 죽고 수십억 달러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버림받은 땅으로 전락한 이곳 주민들은 고향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뉴올리언스 인구는 29%나 감소했다. 더군다나 이곳은 주로 흑인들이 거주하고 있던 곳으로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은 흑백 갈등의 새로운 씨앗이 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2011년 3월 원전 사고 이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15만 명의 주민들이 집에 가지 못하고 비참하게 떠돌고 있다. 이른바 원전난민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전쟁난민들은 전쟁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 그렇지만 환경난민은 삶의 기반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돌아갈 집이 없다.

“지구의 체온과 맥박을 체크하라!”
유엔난민기구가 정의하는 난민이란 인종, 종교, 민족,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인 의견을 이유로 박해 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환경난민이란 환경 악화로 생활 기반을 잃은 사람들이다. 환경난민은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 가이아 여신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제임스 러브록. 환경주의자이자 미래학자인 그는 가이아 이론을 통해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자연과 인간 모두가 유기적인 공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의 기후변화는 인간이 지구라는 생명체를 지켜주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경고한다. ⓒ위키피디아

기후난민들의 이주는 새로운 갈등과 전쟁의 씨앗이 될 소지가 많다. 새로운 기후전쟁의 조짐이다. 인도는 육지의 10%가 해수면보다 낮아 수천만 명이 이동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방글라데시 기후난민 유입에 대비해 국경지대에 4천100킬로미터에 달하는 철조망을 설치했다.

가이아 이론을 창시한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의 체온과 맥박을 체크하라”고 경고한다. 그는 지구를 구하기에는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며 비관적인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늦었다고 판단할 때가 어쩌면 가장 빠를 때다. 세계 난민의 날이 주는 교훈을 다시 생각할 시기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6.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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