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느린 동물의 생존 비법
바다표범을 먹이 삼는 그린란드 상어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최근 영국 런던대 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개 중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진 그레이하운드와 지구상 가장 빠른 육상동물이라는 치타 간의 달리기 시합을 개최한 것.
치타는 시속 110킬로미터로 초원을 질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그레이하운드의 최고 속력은 시속 70킬로미터 정도이다. 그런데 달리기 결승점에 닭고기를 매달아 놓고 벌인 그 시합의 승자는 의외로 그레이하운드였다. 시합에서 그레이하운드는 초당 19.0미터의 속도를 냈지만, 치타의 최고속도는 초당 17.8미터에 그쳤다. 그 이유는 시합에 참여한 치타의 족보(?)에 있었다.
물론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다른 데 있었지만, 동물들의 달리기 실력도 동기 부여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치타는 육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지만, 공중으로 올라가면 그보다 훨씬 빠른 선수들이 많다. 우선 우리가 보기에 조그만 곤충들도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의 곤충학과 교수인 버틀러가 영사기로 촬영한 화면에 의하면, 등에 수컷은 암컷을 쫓을 때 시속 145킬로미터의 속도로 날아갔다. 또 왕잠자리도 시속 98킬로미터의 빠른 속도로 날 수 있다. 곤충들이 이처럼 고속 비행을 할 수 있는 비결 중의 하나는 빠른 날갯짓에 있다. 등에모기의 경우 1초에 1천 번 이상 날갯짓을 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새 중에서 가장 빨리 나는 새는 칼새로, 시속 170킬로미터의 속도를 낸다. 그런데 수평으로 나는 것이 아니라 수직하강할 때의 속도까지 포함한다면 단연코 매가 돋보인다. 공중을 맴돌던 매가 먹이를 발견하고 수직하강할 때는 중력과 공기역학을 모두 이용해 시속 350킬로미터의 속도로 먹이를 향해 돌진한다. 돛새치 헤엄치는 속도, 치타와 같아 육지전, 공중전 다 거쳤으니 이제 수중전으로 가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알려진 우사인 볼트의 세계 신기록인 9초 58을 시속으로 환산하면 37.5킬로미터가 된다. 그런데 사람이 물속에서 헤엄치는 속도는 육지에서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느려지게 된다. 수영의 단거리 종목인 100미터 시합에서의 세계 최고 기록을 시속으로 환산하면 8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물의 저항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그럼 가장 빠른 어류는 과연 얼마만큼의 속도를 낼 수 있을까. 놀랍게도 어류 중 챔피언으로 알려진 돛새치의 경우 시속 110킬로미터로 헤엄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육상에서 가장 빠른 치타와 같은 수준이니 새삼 그 속도에 놀랄 수밖에 없다.
지상으로 내려올 일은 일주일에 단 한 번 배설할 때 뿐이다. 그럼 이처럼 느린 동물, 그것도 눈에 잘 띄는 커다란 덩치를 가진 동물이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은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나무늘보가 느린 것은 근육이 적기 때문이다. 바로 거기에 나무늘보의 생존전략이 숨어 있다. 근육이 적으면 에너지를 적게 사용해 조금만 먹고도 오래 버틸 수 있으며 가벼우므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기에도 편하다. 또한 나무에 늘 매달려 있는 이 대형 동물을 잡아먹을 만한 대형 포식동물의 눈에는 그 같은 느린 움직임이 잘 포착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무늘보가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굳이 지상으로 내려와 땅에 얕은 구덩이를 파고 배설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뭇잎을 섭취해서 얻은 영양분을 다시 그 나무에 돌려줌으로써 자신의 생존 도구인 나무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라는 것. 이만하면 요즘 지구 환경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슬로라이프(Slow Life)’의 미학을 나무늘보가 모두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느린 물고기 발견 며칠 전 국립극지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국제공동연구진이 세계에서 가장 느린 물고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 물고기는 다름 아닌 북극해에 서식하는 그린란드 상어이다. 조사 결과 몸길이가 3미터나 되는 이 상어의 헤엄치는 속도는 시속 1킬로미터에 불과했다. 헤엄치는 꼬리지느러미가 좌우로 왕복할 때 걸리는 시간이 7초라고 하니 얼마나 느림보인지 짐작할 수 있다. 연구진의 조사에 의하면, 그린란드 상어가 이처럼 느린 것은 북극해의 차가운 물 때문에 근육 수축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상어의 먹이가 바다표범이라는 사실이다. 포유류인 바다표범은 체온을 항상 높게 유지하므로 저온에서도 근육의 활성을 떨어뜨리지 않아 그린란드 상어보다 훨씬 빠르게 헤엄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린란드 상어가 바다표범을 잡아먹을 수 있는 이유는 북극곰을 피하기 위해 물위에서 잠을 자는 바다표범의 습성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다. 바다표범이 잠을 잘 때 느린 속도로 조용히 다가가 먹이로 삼는 것.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고, 타고난 자신의 재능대로 살아갈 방도는 모두 있는 모양이다. |
저작권자 2012.06.28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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