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8일 월요일

스페인 동굴벽화, 4만여년 전 것

스페인 동굴벽화, 4만여년 전 것

네안데르탈인 작품일 가능성도



스페인 북부 지역의 한 동굴에 그려진 채색 벽화의 연대가 최소한 4만800년 전으로 밝혀져 유럽 최고(最古)의 동굴화 기록을 새로 쓰게 됐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과 사이언스 데일리가 14일 보도했다.

영국과 스페인, 포르투갈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엘 카스티요 동굴 벽에 그려진 채색화 중 붉은 원반 부분의 연대를 우라늄-토륨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최소한 4만800년 전 것임을 밝혀냈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들소 그림으로 유명한 알타미라 동굴을 비롯, 11개 동굴의 채색 벽화 50점을 대상으로 연대를 새로 측정해 최소한 4만800년이란 결과를 얻었으며 실제 연대는 이보다 수백~수천년 전일 것으로 추정했다.

4만800년 전은 유럽에 처음 도착한 현생인류와 이미 이 곳에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들이 공존했던 때여서 이 벽화가 네안데르탈인의 것일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3만년 전 멸종했지만 오늘날에도 일부 현생인류의 DNA 중 1~4%가 이들의 것으로 밝혀진 데서 보듯 현생인류와 섞여 지냈다.

현생인류는 4만2천~4만1천년 전 사이 유럽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독일에서 발굴된 새 뼈와 매머드 상아로 만든 피리들의 연대가 4만3천~4만2천년 전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동굴 벽화의 연대를 밝혀내기가 어려운 것은 광물질인 물감에 유기물질이 남아 있지 않아 탄소분석 기법으로 분석할 수 없는데다 표본이 아주 오래 전의 것일 경우 오염의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탄소 성분이 없어도 연대 추적이 가능한 우라늄-토륨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사용했다. 동굴 속은 종유석이나 석순에서 보듯 매우 느린 속도로 변화하는 환경이어서 벽화 표면 위에도 이런 방해석 성분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벽화의 표면에 오랫동안 쌓인 방해석 퇴적물을 쌀 알갱이만큼씩 긁어내 질량 분광계로 우라늄-토륨의 비례를 밝혀냄으로써 연대를 추적했다. 우라늄이 시간이 지나면서 토륨으로 붕괴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이들은 알타미라 동굴의 붉은 말 그림 연대는 최소한 2만2천년 전, 유명한 들소 떼 그림은 약 1만8천년 전, 들소 떼 위쪽에 그려진 상징적인 막대기 그림은 최소한 3만6천년 전의 것임을 확인했다.

이는 이들 그림의 연대가 모두 기존 추정치보다 5천년씩 앞선 것이며 또한 이 동굴이 아주 오랫동안 예술가들에게 인기있는 장소였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한편 엘 카스티요 동굴에서는 4만여년 전의 원반 그림 외에 벽에 손을 대고 물감을 입으로 뿜는 스텐실 기법으로 제작된 3만7천300년 전의 손 윤곽 그림도 발견됐다. 이에 따라 일부 학자들은 이들 그림이 네안데르탈인의 것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데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지금까지 분석된 동굴화가 극소수일 뿐이라면서 앞으로 계속 분석 작업을 해 나가면 현생인류가 유럽에 도착하기 전의 것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자들은 예술의 창조가 현대적인 인지능력과 상징적 행동 진화에 중요한 지표가 되며 언어 발달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그림이 네안데르탈인의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바뀌게 될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저작권자 2012.06.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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