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인문사회 융합, '뇌와 통하다'
삶과 사회를 뇌과학으로 이해
정치적 의사결정을 할 때 우리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상품의 소비가 이뤄질 때 우리의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정치, 소비, 교육, 문화 등 우리의 개인적 삶과 사회를 뇌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심리학회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한 특별심포지엄 ‘브레인 2.0 뇌(腦)와 통(通)하다’가 지난 8일 고려대 LG-POSCO경영관에서 열렸다. 괄목할만한 뇌연구의 성과 함께 나눠
이날 개회식에서 한국심리학회장인 성영신 교수(고려대)는 “요즘 시장에서 스토리마케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그것은 상품에 얽힌 비하인드스토리에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성 교수는 “2003년 첫 번째 심포지엄을 열었는데, 당시 예상외로 반응이 너무 좋았고 그 후로 뇌과학과 심리학이 연결되어 많은 연구업적을 낳았다”며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9년 동안 축적된 뇌심리학의 업적을 함께 나누는 자리이기 때문에 브레인 2.0이라고 제목을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 교수는 “9년 전에는 뇌구조를 밝히는데 그쳤지만 지금의 뇌 연구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의 모든 삶에서 적용되고 있어 그 폭과 깊이가 엄청나게 넓어지고 깊어졌기 때문에 그 성과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며 “심리학의 목적은 뇌를 연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에 있고, 단지 뇌가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좋은 도구가 되기 때문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뇌·심리학의 융합, 과학문화 확산 기여 이어 축사에 나선 한국과학창의재단 강혜련 이사장은 “지난 20년 동안 이뤄진 뇌연구의 양이 지난 200년 동안 이뤄진 뇌연구의 양보다 많을 정도로 뇌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과학과 인문사회의 융합을 통해 과학문화의 외연을 넓히고자 과학융합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인간과 사회 중심의 심리학적 시각으로 첨단 뇌과학 연구를 조망하는 이번 심포지엄을 후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강 이사장은 “과학이 일반 대중과 소통할 때 삶과 사회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과학적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지식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뇌과학과 뇌심리학의 융합 등 새로운 연구와 시도로 창의적 과학문화 확산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은 ‘악마의 뇌는 프라다를 입는다’, ‘청소년의 뇌를 위한 교실 이데아’, ‘나의 뇌는 피카소의 뇌와 통할까’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재미있는 내용이 다뤄져 사전에 예약을 받은 250석 규모의 좌석이 가득차 서서 강연을 경청할 만큼 많은 관심을 모았다.
뇌와 정치 '유권자의 뇌에 호소하라'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날 첫번째 강연자로 나선 정재승 교수(KAIST)의 ‘유권자의 뇌에 호소하라’라는 주제의 강연은 청중의 주목을 받았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60여개 나라에서 올해 리더를 뽑고 지도자를 선택하는 선거가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뇌심리 분석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다”며 지난 미국과 우리나라 선거 당시 후보들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내놓아 흥미를 자극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뇌연구를 정치와 연관지어 진행해 왔다며 1초 동안 2명의 인물사진을 보여주고 리더로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도록 한 실험에 대해 설명했다. 2명의 인물은 실제로 미국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사람들로 실험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를 비교해 보면 70%의 일치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70%의 사람들이 첫인상으로 리더를 선택한다는 얘기가 된다. 정 교수는 “이 실험은 대부분의 사람이 첫인상으로 이미 선택을 마친 후, 외모 외에 다른 정보를 갖게 됐을 때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정보와 부합하면 받아들이는 반면 그렇지 않다면 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며 이 같은 경향은 나이가 많을수록, 보수적 성향일수록 강하다고 설명했다. 마인드파워시대, 유권자·리더 소통 필요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사진과 상대 후보의 사진을 각각 보여주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했다. fMRI는 최근 가장 각광받는 뇌영상기술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뇌를 단층 촬영해 활동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줘 특정환경에 대해 뇌가 반응하는 부위를 살펴볼 수 있는 장치다. 그 결과 정동영 후보 지지자들에게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 후보 사진을 보여주니 쾌락을 담당하는 뇌의 측좌핵 부위가 급격히 활성화됐다. 반대로 지지하지 않는 이명박 후보 사진을 보여주자 부정적인 감정을 관장하는 뇌섬엽이라는 부위가 활성화 됐다.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 사진에는 쾌락의 뇌 부위가, 상대후보 사진에는 부정적 감정의 뇌 부위가 활성화됐다. 그런데 정 후보 지지자들이 상대편인 이 후보의 사진을 봤을 때 뇌섬엽의 활성화 정도가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이 상대편 정 후보의 사진을 봤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의 정 후보에 대한 반감이 정동영 후보 지지자들의 이 후보에 대한 반감보다 낮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것은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이 정동영 후보를 위협적인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결국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가 정 후보보다 대선 정국을 주도하고 있음을 선거 유권자의 뇌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며 “21세기는 유권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소통하는 마인드파워가 이끌어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유권자와 리더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소통하기를 바란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계속) |
저작권자 2012.06.11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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