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뇌, 감성소비시대와 통하다
삶과 소비를 뇌과학으로 이해
현대 사회의 여성들은 왜 수백만원짜리 명품에 열광하는 것일까. 최근, 고려대 성영신 교수(심리학과)가 뇌와 소비를 연관 지어 그 이유를 설명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 주 열린 한국심리학회 '뇌와 통하다' 특별심포지엄에서 성 교수는 ‘악마의 뇌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처럼 밝혔다. “많은 여성들이 명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1만원짜리 와인을 마시면서 9만7천원짜리 와인오프너(wine opener)를 구매하는 까닭과 같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 그리고 비싼 명품을 갖게 되면 우리 뇌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부위가 활성화됩니다. 즉, 우리가 명품을 사는 이유는 그것이 나의 뇌를 행복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소비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정보처리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감성적인 측면으로 결정된다는 얘기다. 명품 구매 '뇌를 행복하게 한다" 사실 100년 전 산업사회 당시, 소비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물건의 질과 양, 가격 등 이성적인 정보의 처리를 통해 소비를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는 브랜드가 가진 힘이 소비를 좌우했다.
그런데 이제는 감성소비가 대세가 됐다. 이에 대해 성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이 훨씬 더 다양하고 미묘하며 즉흥적인 감성에 의해 물건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소비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디자인이 보기 좋거나 값이 비싸서 품격이 있어 보는 것과 같은 다분히 감성적인 끌림에 의해 이뤄진다는 얘기다. 성 교수는 이를 뒷받침해 줄 만한 실험을 하나 소개했다. 똑같은 와인 2병을 하나는 90불, 다른 하나는 10불로 가격표를 붙여놓고 맛 테스트를 통해 어떤 것이 더 맛있는지 물었다. 실험결과 똑같은 맛의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90불짜리 가격표를 붙인 와인이 더 맛있다고 대답했다. 이것은 객관적으로는 같은 맛이지만, 비싸다는 주관적 이유로 우리 뇌가 더 맛있게 느낀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의 미(味) 지각이 얼마나 주관적인지 알려주는 결과다. 또한 성 교수는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는 두 가지 대표적 방식, 즉 긍정적(positive) 선택과 부정적(negative) 선택을 통해 뇌를 행복하게 하는 소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여기서 긍정적 선택이란 제품이 모두 매력적일 경우, 비교 후 조금 더 좋은 것을 골라내는 방식으로 마지막에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게 된다. 반대로 부정적 선택이란 제품이 모두 매력적이지 않을 때에 비교 후 조금 더 나쁜 것을 골라서 버리는 방식으로 마지막에 한 개 남는 것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명품숍에서 쇼핑을 할 때가 바로 긍정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이다. 결국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게 되기 때문에 긍정적 선택은 뇌를 행복하게 하는 소비가 된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는 선거에서 투표하는 경우는 부정적인 선택에 해당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자를 골라내고 남은 마지막 후보자에게 투표를 하므로 뇌가 결코 행복하지 못한 부정적인 선택이 된다는 게 성 교수의 설명이다. 따라서 뇌가 행복하지 못한 부정적인 선택을 하기 싫은 유권자들이 아예 선택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요즘처럼 투표율이 저조하게 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제품 비교 많이 할수록 '좋은 소비자' 확신 높아져 이밖에 성 교수는 왜 여성들이 물건 하나를 고르기 위해 백화점을 몇 바퀴씩 도는지 그 까닭에 대해서도 뇌심리학적으로 설명했다. 먼저 20대 여성 17명을 대상으로 화장품 구매 실험을 했다. A그룹은 제품정보를 꼼꼼히 보고 비교 평가할 수 있도록 시간과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고, B그룹은 제품정보를 눈으로 보면서 동시에 집중할 수 없도록 복잡한 과제를 풀게 하면서 구매할 제품을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는 두 경우 모두 똑같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사람들이 집중해서 의식적으로 고르는 경우나 분주한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고르는 경우나 그 결과는 다르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의식적 구매 결정을 한 사람들의 뇌와 무의식적인 구매결정을 한 사람들의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분이 다르게 나타났다. 즉 의식적 구매 결정은 제품정보에 집중해서 인지적으로 판단하는 뇌가 활성화 됐고, 무의식적 구매 결정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화장품에 대한 기억을 총동원해서 판단했기 때문에 기억 부분의 뇌가 활성화되는 차이를 보인 것.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곳을 다니며 정보를 수집해서 구매한 물건이나 단 한 번에 구매를 결정한 물건이나 결과는 별 차이 없지만, 구매한 물건이 좋을 것이란 확신은 사전에 제품에 대한 비교 분석, 정보처리를 많이 하면 할수록 높아진다는 게 성 교수의 설명이다. 따라서 여성들이 물건을 고르는 데 오랜 시간을 들여 이것저것 따져보는 것은 그것이 자신이 ‘좋은 소비자’라는 확신을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감성소비 시대에는 소비자의 행동양식과 가치관을 꿰둟어 보고 그것을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하는 컨슈머 인사이트(Consumer Insigh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2012.06.13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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