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5일 금요일

왜 다중우주가 설득력을 갖는가?

왜 다중우주가 설득력을 갖는가?

다중우주론의 미스터리를 찾아서(하)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은 대단히 혁명적인 발견이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잡아당기는 지구의 중력 때문에 우주의 팽창 속도는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공을 하늘 위로 던지면 높이 오를수록 속도가 줄어드는 것처럼 말이다.

중력이론따라 우주 팽창속도 줄어들어야
1990년대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팽창 속도 감소율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진 은하계를 수 년 동안 관찰하면서 우주 팽창 속도 변화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팽창 속도가 계속 가속화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중력 이론은 허구에 불과한 것인가? 결코 아니다.
▲ 우주는 놀라움과 경이로움 그 자체다. 그리고 거대하고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우리들에게 선사한다. 우주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미스터리는 끝이 없다. 그 비밀을 찾기 위한 인류의 기나긴 여정 속에서 인간과 과학은 하나가 되며 성숙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사진은 허블 망원경이 촬영한 외부은하의 한 모습. NASA

과학자들은 은하계가 서로 멀어지도록 밀쳐내는 에너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바람직한 해답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중력을 각 물체를 서로 잡아당기는 인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물체들을 서로 밀쳐내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따르면 달, 지구, 태양과 같이 익숙한 물체에서 나오는 중력은 당연히 물체를 끌어 당긴다. 그러나 우주에 무엇인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물질 덩어리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안개처럼 뿜어낸 에너지가 있다고 가정할 때 그 에너지에서 나오는 중력은 서로 밀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의 척력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데 긴요한 이론이다. 만유인력과 정반대되는 암흑에너지(dark energy)다.

그런데 또 따른 의문이 나왔다. 우주의 팽창 속도를 가속화 시키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이 그 밀도를 추론한 결과 설명할 수 없는 숫자가 나왔다. 다시 말해서 암흑에너지의 밀도는 너무 낮다는 것이다.

암흑에너지, 우주팽창을 설명하기에 밀도 너무 낮아
암흑에너지의 양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커다란 실패로 끝나자 일부 물리학자들은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추구하게 됐다. 이 이론 역시 다중 우주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한다.

끈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통일장 이론(unified theory)’의 꿈을 실현하려는 시도다. 자연계에는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의 4가지 힘이 존재한다. 이 4가지 힘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1960년대 만들어진 이 이론은 모든 기본 입자의 내면에는 아주 작은 끈과 유사한 진동하는 에너지 필라멘트가 있다고 가정한다. 바이올린이 줄마다 다른 진동패턴으로 서로 다른 음을 만들어 내듯이 기본입자에 들어 있는 끈의 진동패턴에 따라 입자의 질량을 비롯한 모든 물리적 성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주도 이에 따라 다양하게 형성된다고 말한다. 힘의 종류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이론에 따른 세부적인 분석은 수많은 해답을 제시했다. 각각이 서로 다른 우주들의 존재를 암시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현재 가능한 우주의 수는 10의 500승이다. 이 수는 불교에 등장하는 아주 큰 수로 알려진 무량수(無量數)와 맞먹는다.

끈 이론 주창자들은 유일무이한 우리의 우주를 찾아내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다중우주 옹호론자들은 끈 이론이 제시하는 아주 다양한 우주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

인플레이션 이론과 끈이론의 융합이 이상적
인플레이션 우주론과 끈 이론을 융합하면 다양한 우주가 넘쳐날 수 있다. 끈 이론으로 생겨날 수 있는 다양한 우주가 인플레이션 우주론에 따른 잇따른 빅뱅으로 실제 우주로 만들어 진다. 우리의 우주를 거기에서 찾을 수 있는 확률도 100%이다. 인간 같은 생명체에 필요한 특징 때문에 바로 그 우주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 다중우주의 가능성을 주장하며 <우주의 구조>를 쓴 컬럼비아 대학의 브라이언 그린 교수. 위키피디아
수년 전 칼 세이건은 “특이한 주장은 특이한 증거를 필요로 한다(Extraordinary claims require extraordinary evidence)”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다른 우주들이 존재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까?

다른 우주들은 우리의 관측영역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그 답변은 ‘No’인 것 같다. 그렇다면 다중우주론은 과학의 범주 밖에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성급한 판단이다. 증거의 일부에 접근하는 일은 불가능하더라도 확보는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랙홀이 있다. 블랙홀에서는 어떤 물질, 심지어 빛도 탈출할 수 없기 때문에 관찰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해 블랙홀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신있게 이야기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내용을 믿는다.

“설사 틀렸다 해도 우주를 이해하려는 여정의 한 단계”
다중우주론의 토대가 되는 이론들은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우리 우주의 물질에 관해 정확한 예측을 해준다. 거기에서 우리가 자신을 얻을 수 있다면 영역이 다른 우주들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다중우주의 직접적인 증거는 팽창하는 우리의 우주와 다른 우주들 사이에 잠재적인 충돌이 일어날 때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우주의 접촉사고는 우주배경복사에서 온도변화의 추가적인 패턴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정교한 망원경으로 언제든지 탐지할 수 있다.

뉴스위크에 이 글을 기고한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의 결론을 요약해 본다. “다중우주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이론은 우주를 이해하려는 우리의 여정(旅程)의 다음단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거대한 우주의 풍경을 채우는 경이로운 우주들의 파노라마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바로 그 가능성 때문에 과학자들은 다중우주론이 가진 높은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6.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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