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명암의 비밀
에이킨스 ‘애그뉴 박사의 임상강의’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거나 불치병을 치료하는데 목적으로 두고 있는 임상실험은 의학 발전의 초석이 되고 있다. 임상실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수많은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의학의 엄청난 발전을 가지고 왔다.
에이킨스의 ‘애그뉴 박사의 임상강의’는 의사의 임상실험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인 데이비드 애그뉴 박사는 펜실베니아 의과대학의 해부학 교수이자 당시 미국 동부 최고의 외과의사로 명성이 높았다. 원형 강의실 가운데 흰색의 가운을 입은 애그뉴 박사가 한 손에 메스를 들고 수술하고 있는 조교들을 지켜보고 있다. 화면 오른쪽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 중앙에 안경을 낀 보조의사가 메스를 들고 왼쪽 가슴을 절개하고 있고 환자 머리 위에 있는 보조의사는 얼굴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의 보조의사는 환자의 손을 잡고 있고 그 옆의 간호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수술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안경을 쓰고 있는 보조의사의 굳은 표정은 수술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가슴을 절개하고 있는 행동은 보조의사 중 최고참(레지던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의 머리맡에서 환자 얼굴을 체크하고 있는 보조의사는 마취중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환자의 손을 만지고 있는 보조의사는 보조의사 중 가장 초보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이한 점은 작품 속 보조의사가 모두 실존인물이라는 것이다. 최고참 보조의사는 엘우드 킬비, 남은 두 명의 보조의사는 윌리엄 화이트, 조셉 에리디 박사이며 간호사는 메리 크레머로 간호학교 졸업반 학생이다. 애그뉴 박사가 수술용 메스를 들고 팔을 벌리고 있는 것은 가슴 절개가 끝나면 종양을 제거하는 중요 수술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음을 나타낸다. 애그뉴 박사 뒤에 자리한 24명의 의학도들은 강의를 듣고 있다. 앞쪽에 앉은 학생은 수술 장면을 자세히 보기 위해 고개를 앞으로 내밀고 있고 간호사 뒤에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친구 귓가에 대고 이야기하고 있는 학생은 수술 장면을 설명하고 있다. 원형의 강의실은 계단식으로 뒤쪽에 앉아 있는 학생도 실습 광경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 작품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열심히 강의를 경청하지만 애그뉴 박사 바로 뒤에 있는 학생은 졸고 있다. 에이킨스는 졸고 있는 학생을 통해 이 작품에 현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토마스 에이킨스(1844~1916)는 애그뉴 박사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전통적인 초상화 기법에서 벗어나 수술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애그뉴 박사의 수술 장면을 강조하기 위해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은 어둡게 박사는 밝게 표현했다. 또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의사들은 수술에 앞서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다. 에이킨스는 의과대학에서 해부학을 공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애그뉴 박사의 수술 장면을 정확하게 묘사했으며 박사가 메스를 들고 있는 모습을 통해 그가 이론은 물론 뛰어난 수술 실력을 갖춘 의사라는 것을 나타냈다. 에이킨스는 이 작품에서 밝은 빛을 사용해 애그뉴 박사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줬는데 이는 의사들을 운동선수나 군인들처럼 사회적 계급이 아닌 공공의 목표를 달성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기 위해서다. 애그뉴 박사는 에이킨스가 14년 전에 제작한 ‘그로스 병원’의 그로스 박사와 달리 흰색의 가운을 입고 있다. ‘그로스 병원’ 작품을 계기로 의사들은 가운을 입기 시작했지만 이 작품에서 보는 것처럼 당시 의사들은 세균 감염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 강의실에서 수술을 했다. |
저작권자 2012.06.08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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