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9일 화요일

학교폭력의 구원투수, IT기술

학교폭력의 구원투수, IT기술

보복 우려 없는 익명 신고시스템 개발



지난 13일 오전 11시 대구체육고등학교 대강당에서는 전교생과 교직원, 지역 교육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한 행사가 개최됐다. 첨단 IT기술을 응용한 학교폭력 예방 시스템인 ‘셀프클린 시스템’의 설명회가 열렸던 것.

이 시스템은 학교폭력을 당했거나 목격했을 시 스마트폰으로 학교별 고유 QR코드를 스캔하여 접속되는 ‘학교폭력 익명 신고창’을 통해 그 사실을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도록 구축된 것이다. 물론 일반 PC로도 신고가 가능하다. 이렇게 신고된 정보는 학교 내 지정 교사에게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로 실시간 보고되며 익명의 상태에서 학생과 교사가 댓글을 통해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는 일 또한 가능하다.

신고내용과 피해유형, 목격자 유무, 위험도, 피해자가 원하는 조치 등 관련정보를 시스템에서 자동분석한 후 그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전달하고 학교 담당자가 그 보고서를 상담일지로 변환하여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 셀프클린 시스템 설명회에 참석한 대구체고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레드휘슬

이 시스템의 최대 장점은 신고자가 느끼는 신분노출의 불안감과 보복의 우려를 해소해주는 ‘익명성’에 있다. 이를 위해 시스템의 개발회사인 레드휘슬에서는 익명서버기술을 적용해 신고자의 IP를 추적할 수 없게 함은 물론 서버 자체를 정보보장이 강화된 스웨덴에 뒀다.

따라서 가해자나 목격자가 학교폭력에 대한 내용을 올려도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이 신분 노출에 대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이처럼 학생들의 현실을 적절히 고려했다는 장점과 함께 학교폭력의 초기단계에서부터 학교가 적극 개입해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가한 대구체고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QR코드가 삽입된 익명신고용 클린스티커를 직접 스캔해 보며 ‘신고할 때 폭력과 관련된 사진 첨부가 되는지’, ‘신고를 하면 바로 해당 교사에게 통보되는지’ 등의 질문을 쏟아내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레드휘슬은 원래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내부고발시스템을 제공하는 시스템 운영회사로서 자체기술을 학교폭력 예방용으로 변환해 이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도입을 원하는 전국의 초․중․고교에 대해 무상으로 셀프클린 시스템을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레드휘슬 관계자에 의하면 “그날 설명회에 대한 방송보도가 나간 후 하루 만에 전국 100여 개의 학교에서 문의전화를 할 만큼 많은 학교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버 공간 활용한 역발상 움직임
최근 들어 이처럼 첨단 IT기술을 활용해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져 이목을 끌고 있다. 사실 학교폭력은 교내·외 등의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인터넷 카페나 채팅, SNS 메신저 등 사이버 공간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 학교폭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높아지고 있는데, 그것은 그만큼 학생들의 IT기술 활용도가 높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생활 영역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IT 공간을 이용해 역으로 학교폭력을 막아보자는 것이 이런 움직임의 취지인 셈.

지난달 말 대전 우송대학교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정보통신 시스템의 활용’이라는 강연에서 ICT(정보통신기술)가 학교폭력 예방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전국에 산재한 총 285만 개의 CCTV 중 35만 개에 이르는 공공 CCTV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효율적으로 관리할 경우 실제로 벌어지는 물리적인 폭력을 인지하는 새로운 모니터링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간단한 사건 모니터링이나 도움 요청 등을 할 수 있는 기술 구현이 가능하며 장기적으로는 모든 학생들이 학교 교복에 달고 다니는 이름표에 스마트한 기능을 넣어 긴밀한 모니터링과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녀들의 학교폭력에 대해 걱정이 많은 학부모들을 위한 사이버 공간도 최근 개설됐다. SNS와 기존 커뮤니티의 특성을 복합적으로 구현해 전 세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어런타이(www.parentie.com)’가 바로 그것.

이곳에서는 자녀의 보육 및 교육기관 또는 거주지를 공통의 매개로 삼아 학부모들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의 각 학급이나 학원, 보육기관에서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관에 자녀를 둔 모든 학부모들은 이 서비스를 통하여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기존의 SNS가 회원 본인의 인적 관계나 관심사를 기반으로 영역을 넓혀나간 것과 달리 페어런타이는 학부모라는 공통 분모를 기반으로 인적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교육이나 육아 같은 일반적인 관심사부터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 민감한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소셜 커뮤니티인 셈이다.

UCC 수상작, 학교폭력 예방 콘텐츠로 활용
한편, 법무부는 지난 14일 서울 경기지역 초·중·고등학교 교사, 학생 및 학부모 등이 참여한 가운데 ‘Good-bye 학교폭력 공감 콘서트’를 개최하고 지난 3월부터 진행된 Good-bye 학교폭력 UCC 공모전 입상자에 대해 시상을 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은 남서울대학교 황재원 학생 등이 출품한 ‘용기 있는 동행’이란 UCC였다.

이 작품은 한 학생이 학교폭력의 실태를 외면하던 방관자에서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조력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방관자들의 관심과 용기 있는 행동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이번 공모전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괴로움이나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작품을 비롯해 현장에서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담은 760개 작품이 접수됐다.

법무부는 UCC 공모전 수상작 등을 홍보용 CD로 만들어 길거리 홍보를 통해 배포하고 방송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및 각종 이벤트 등을 통해 널리 보급하는 한편 교육과학기술부와 협력해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용 콘텐츠로 활용하도록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폭력 UCC 공모전 수상작은 'http://cyberland.lawnorder.go.kr'에서 볼 수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2.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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