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번 빅뱅 일어났었을 수도
다중우주론의 미스터리를 찾아서(중)
아인슈타인은 1915년 그의 업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반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중력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려는 10년에 걸친 연구의 결정판이었다. 이 이론은 아름다운 수학적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행성의 운동에서부터 항성이 발하는 빛의 궤도까지 모든 것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정식을 제공했다. 빅뱅이론, 우주의 시초에 대해서는 설명 못해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된 지 불과 몇 년 뒤 과학자들은 이 공식을 이용한 수학적 분석을 통해 우주공간 자체가 팽창해 각 은하계가 서로 멀어져 간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아인슈타인도 자신이 가져온 이런 놀라운 결과를 처음에는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우주관측으로부터 팽창 사실을 확인했다. 과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이전에는 우주의 크기가 더 작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다면 과거의 한 순간에는 지금 우리가 보는 모든 것, 예를 들어 행성, 항성, 은하계, 심지어 우주 공간 자체를 구성하는 요소들도 지극히 작은 하나의 점에 압축돼 있었을 것이다. 점차 팽창해 현재 우리가 사는 우주로 진화했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여기서 빅뱅이론이 탄생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과 빅뱅이론은 최초의 폭발 후 우주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 주고 있지만 우주 시초의 극한적인 상황에 적용할 때는 소용이 없었다. 빅뱅이론은 최초의 폭발이 왜,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해답은 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 컬럼비아대 이론물리학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빅뱅이론의 결점을 충족시켜 줄 이론으로 인플레이션 우주론을 꼽았다. 그린 교수는 '우주의 구조' 빅뱅에서 인플레이션 우주론으로 빅뱅이론을 한층 더 발전시킨 이론이 있다. 1980년대 물리학자 알란 구스(Alan Guth)가 내놓은 인플레이션 우주론(inflationary cosmology, inflationary universe theory)이다. 빅뱅이론이 설명할 수 없는 내용을 보완할 수 있었다. 이 이론의 핵심은 가상의 우주연료(hypothetical cosmic fuel)에 있다. 이 연료가 농축되면 짧지만 엄청난 속도의 외부돌진을 일으킨다. 그것이 바로 빅뱅이라는 것이다. 그 폭발은 너무나 강해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증폭돼 우주공간을 뒤엎을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앨런 구스의 수학적 분석이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사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우주연료가 다 소비돼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재충전되며 충전이 너무나 효율적이라 연료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빅뱅은 단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바로 우주가, 우리가 사는 우주만이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다는 다중우주론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한 연료가 빅뱅의 에너지를 제공해 지금 우리의 팽창하는 우주영역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빅뱅도 일으켜 각각 독자적으로 팽창하는 우주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우주의 거품 탕 속에서 팽창하는 하나의 우주? 우리의 우주는 다중우주라는 거대한 거품 탕(bubble bath)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팽창하는 거품일 수도 있다. 상당수 과학자들은 이 이론을 대단히 놀랍고도 매혹적인 연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만약 이 이론이 옳다면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진 우주연구에 있어서 역사상 최고의 업적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사실 우주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끊임없이 수정돼 왔다. 옛날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 케플러와 같은 학자들의 등장으로 태양의 궤도를 도는 여러 행성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거대한 태양도 우리은하계에 존재하는 수천억 개의 항성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우리은하계도 우주에 존재하는 수천억 개의 은하계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다중우주론은 그러한 거대한 우리 우주가 다중우주라는 수많은 우주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줄지도 모른다. 1980년대 안드레에 린데와 알렉산더 빌렌킨이 처음으로 다중우주가설을 제시했을 때 학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우주들이 여러 개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우주들은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영역의 밖에 존재한다. 우리는 우리의 우주에만 접근이 가능하다. 따라서 다른 우주들은 우리의 과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우주도 다른 우주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결국 다른 우주들은 우리의 과학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없다. 우리가 아는 과학이란 우리가 보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전념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서로 아무런 영향을 주고받지 않은 채 우리 우주는 우리 우주대로, 다른 우주들은 다른 우주들대로 각기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10여 년 지속됐다. 그런데 놀라운 천문학적 관측이 의문을 풀어줄 만한 단서를 발견했다. 바로 암흑에너지다. |
저작권자 2012.06.14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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