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4일 목요일

자카르타에 실험실 교육기부

자카르타에 실험실 교육기부

원격화상장치로 연구실 재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는 한국국제학교가 있다. 학국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다. 이곳을 졸업하면 한국 학교를 졸업한 것과 같은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초·중·고 과정에서 982명의 학생들이 수업 중인데 13일 신나는 일이 생겼다.

특별한 수업과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연결해 수준 높은 실험을 진행하는 원격실험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 화면을 통해 전자현미경으로 본 식물 뿌리를 관찰하고 있었다.
▲ 원격실험에 몰두하고 있는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 학생들. 대덕단지와 자카르타를 연결한 원격시스템을 통해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연구원들을 직접 만나 연구원 첨단 장비를 활용한 공동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학생들이 보고 있는 식물 뿌리는 워낙 커 작은 숨구멍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나비의 눈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눈 표면의 작은 돌기까지 컬러영상을 통해 직접 확인이 가능했다.

최첨단 장비로 영상 과학실험 가능
스피커에서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근무하는 한 연구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화상전화를 통해 직접 얼굴을 대하듯 질문과 대화가 이어졌고 질문을 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다른 어느 때보다 강한 호기심으로 가득 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일곱 시간이나 걸리는 자카르타 학교에서 이런 원격실험 강의를 할 수 있는 것은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첨단 원격영상시스템 때문이다. 당초 이 시스템은 내부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11개의 본·지원 실험과정을 연결·운영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시스템을 해외 재외동포 학생들을 위해 처음으로 활용하게 된 것은 지난 2007년 부터이다. 당시 첨단 과학기술을 접할 기회가 없는 재외동포 청소년들에게 고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취지로 기획되었고, 처음으로 연변지역의 재외동포 학생들을 방문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 원격화상 시스템을 통해 전송되고 있는 실험 장면들. 화면에 연구원 실무자들이 등장해 실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하지만 예상했던것 보다 연변지역의 인터넷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기초(연) 측은 인근의 연변대학의 협조를 구해 연변대학 강의실에 원격실험 시스템을 설치하고 연변지역의 중학생들을 초청하여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초청된 학생들은 한국의 연구실과 실시간으로 첨단원격실험을 체험할 수 있었고, 이후 학생들로부터 환호와 호평이 이어졌다.

이후 해외 각 지역 한국학교를 대상으로 실험교육 지원이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홍콩 한국국제학교에 이 시스템을 지원했다. 올해 들어서는 국내 섬 지역이나 산간지역 등 오지에 있는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다양한 주제의 원격실험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교육기부다.

현재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는 초고전압 투과 전자현미경, 초고분해능 질량분석기, 고자기장 자기공명장치, 고분해능 이차이온 질량분석, 휴먼 MRI, 차세대 융복합 나노분석 시스템 등 최첨단 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다양한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초연구를 돕기 위한 다양한 분석 시스템들이 주종을 이룬다.

기부 사이트 ‘X사이언스’ 통해 주니어 닥터 모집
초고전합 투과 전자현미경(HVEM)은 -12 nm 수준의 원자 단위 구조까지 세밀한 3차원 관찰이 가능하다. 대덕 본원에 도입해 신물질의 구조분석, 극미세 소재 개발, 기타 정밀 분석이 가능한 기초·응용 과학 등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초고분해능 질량분석기(15 T FT-ICR MS)는 한국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질량분석기다. 이 장비를 통해 단백질체, 대사체, 석유체 및 나노복합체 등의 프로파일을 초고분해능으로 질량 분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국가 공동활용 연구장비다.

고자기장자기공명장치는 동물용 MRI로 생체분자 입체구 규명, 신약개발, 질환 진단법, 치료법 개발 연구에 활용되고 있는 핵심장비다. 휴먼 MRI는 현재 설치 중인 장비로 고해상도, 고감도 영상촬영이 가능하다.

이런 장비들이 기초·응용연구뿐만 아니라 교육기부에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연구원 과학문화팀의 김소희 연구원은 “이들 첨단장비들을 활용할 경우 과학교육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실험시설이 미비한 벽지나 오지 학교에 관심을 표명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현재 학생들을 위한 교육기부 사이트인 ‘X사이언스(Xscience)'를 개설하고 활발한 교육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거의 매월 새로운 과학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지난 5월에는 ‘세포 및 동물모델을 이용한 비만·당뇨 연구'를 주제로 첨단과학체험교실을 운영했다.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 오는 7월 30일부터 8월 18일까지는 15명 단위로 전국의 청소년들이 첨단연구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주니어 탁터’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며 현재 전국에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대덕특구 내 출연연구소들이 공동으로 제작 지원한 것이다. 인공태양 프로그램, 신비한 나노의 세계, 지구온난화 프로세스 등 46개 프로그램들이 공개될 예정인데 그동안 출연연에서 시도한 과학체험 프로그램 중 최대 규모로 보인다.

연구원 측은 앞으로 다양한 내용의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의 과학체험 활동을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지난 1988년 한국과학재단 부설 센터로 발족한 후 1995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설 기초과학지원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고 1999년부터 독립법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2.06.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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