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7일 수요일

‘작은 황제’, 중국의 새로운 변화

‘작은 황제’, 중국의 새로운 변화

한 자녀 정책의 여파 나타나기 시작

 
▲ '작은 황제'들이 중국의 젊은 층을 형성하고 있다. ⓒjoelsyearinchina.com
‘작은 황제(little emperor)’. 청나라의 12대 마지막 황제로 1908년 3세의 나이로 황제가 된 부의(溥仪)를 칭하는 말이 아니다. 작은 황제는 핏줄을 이어가는 일이라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중국사회 속에서 탄생한 용어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은 부모들에 의해 제멋대로 자란 외동아이들, 이른바 작은 황제로 불리는 세대를 형성했다.

외신은 이러한 세대가 전통적인 중국사회를 바꿀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현상을 ‘The Little Emperor Syndrome’, ‘Little Emperor Effect’라는 말로 진단했다. 중국을 바꾸는 것은 새로운 ‘사회주의 시장원리’가 아니라 작은 황제들이라는 것이다.

샤오황디(小皇帝)는 1979년 중국의 최고 권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시작한 독생자녀제(獨生子女制, 1가구 1자녀 원칙)에 의해 1980년대에 태어난 독생자 층을 이르는 말로 바링허우(80後)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자 아이의 경우에는 샤오궁주(小公主)라고도 한다.

지나친 보호로 ‘버릇 없는 아이’로 변해
이들은 풍요로운 경제적 기반을 가진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성장하여 사회적 활동량과 소비 수준이 높아 중국의 떠오르는 주류 소비계층으로 대두되었다. 이들은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이들이 중국 내수 시장의 소비 주력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의류나 정보통신기기에 대하여 특히 관심이 많으며 국민 소득에 비해 훨씬 높은 소비력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내 기업이나 해외 진출 기업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 LG그룹 등의 한국 기업들도 중국의 샤오황디를 주목하여 타깃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이웃끼리 단맛과 쓴맛을 함께 나누는 세대가 아니다. 응석받이로 자라 버릇 없는 세대(spoilt generation)가 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오히려 폐해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중국 정부는 한 자녀 정책은 성공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정책으로 인해 1980년대와 2000년 사이에 적어도 2억5천만 명의 인구증가를 막을 수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정도로 인구가 증가했다면 중국의 경제성장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忠과 仁의 정서 사라져
중국사회의 원동력과 정서는 나라에 충성하는 ‘충(忠)’과 어진 마음을 베푸는 ‘인(仁)’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 한 자녀 정책이 실시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정책은 중국의 젊은 남성과 여성의 심리를 기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전문가들은 한 자녀 정책이 실시되기 전과 실시된 후에 태어난 그룹을 비교 검토했다. 몇 년 차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다. 대인 관계에 영향을 주는 인성(人性)이 너무나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미래에 예상 밖의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다.

“우리는 커다란 충격을 발견했습니다. 한 자녀 정책으로 태어난 애들은 신뢰가 가지 않고, 믿음도 없습니다. 그리고 위험을 회피하려고 하며 경쟁력이 없습니다. 또한 염세적인 경향이 강하며 양심적이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주장이 또렷하지 않고 중립적입니다.” 호주 모나쉬 대학의 리사 카메론(Lisa Cameron) 교수의 지적이다.

카메론 교수는 “이러한 젊은이들의 행동적 변화는 중국의 경제성장에 장애를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중국을 변화시킬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젊은이들로 인해 변화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이러한 정책이 실시된 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위험한 직업은 전혀 선택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회사 등에 매여 있지 않고 혼자서 사업을 하는 자영업에 종사하려고 합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려고 하며 금융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31세 이하는 대부분 독자나 독녀
이 연구는 한 자녀 정책이 실시된 후와 그 전에, 불과 몇 년 차이에 태어난 421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1975년에는 중국 가정의 27%가 한 자녀를 가졌다. 1983년에는 91%가 한 자녀만을 가졌다. 31세 이하의 젊은이들은 거의가 독자거나 독녀라는 이야기다.

“연구 결과, 중국의 작은 용들은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합니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나라 젊은이들도 그러겠지요. 그러나 중국의 이런 변화는 색다른 눈으로 보이는 것이죠. 중국의 커다란 충격이자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론 교수의 이야기다.

이 연구에서 확실한 것은 한 자녀 정책이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성공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중국 사회의 근간이 됐던 형제 간의, 동기 간의 우애를 빼앗아 갔다는 분석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중시하는 사회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들은 협조적이 아니다. 그리고 또래들과 잘 어울려 지내려고도 안 한다.

물론 서양에서도 한 아이만을 가지려고 한다. 그러나 서양은 원래 소가족 중심이었다. 중국은 대가족 중심이었다. 이러한 급작스러운 변화가 중국의 미래에 충격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다.

강한 세대가 아니라 ‘연약한 세대’
오늘날 중국의 젊은 사람들 가운데, 특별히 경제가 많이 성장한 상하이, 베이징 그리고 광저우의 상류층 사람들은 많은 돈을 소비한다. 아마도 미국 달러화로 따지면, 그들이 소비하는 돈은 하루에 100~150달러 정도 된다.

이 액수는 놀랄 만한 양이다. 이러한 도시에서 한 달에 한 사람의 수입은 평균 250달러보다 적다. 작은 황제들은 최신의 옷과 액세서리를 산다. 또한 그들은 최고의 전자기기에 열광하고, 끊임없이 컴퓨터를 접속하고 휴대폰을 사용한다. 그리고 대만의 팝스타 제이 초우(주걸윤 周杰倫)가 나온 TV 광고로 인해 중국의 작은 황제들은 전보다 더 소비하는 데 마음이 이끌린다.

중국의 한 저널리스트는 그들을 ‘연약한 세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중국의 도시 젊은이들이 원하는 자기표현, 개성, 자유가 그릇된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자유와 개성은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했고 사회의 발전을 가져왔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2.27 ⓒ ScienceTimes


탈모에는 부정적인 초콜릿

탈모에는 부정적인 초콜릿

다양한 원인에 따라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흔히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나 힘에 부칠 때 초콜릿을 찾는다. 달콤한 초콜릿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 섭취한 당이 에너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할 경우 또는 집중력 향상을 원할 때 많이 섭취한다.

초콜릿에는 다양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들은 집중력 향상이나 뇌졸중, 당뇨병 등의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콜릿의 주성분인 카카오에는 항산화물질로 알려져 있는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초콜릿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은 같은 양의 적포도주의 2배, 녹차의 3배, 홍차의 5배 이상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초콜릿에 함유된 알칼로이드 화합물인 카페인과 테오브로민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물질이다. 카페인은 단기적 각성 효과로 인해 심박수와 혈압을 높이고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덜어주며, 집중력을 상승시켜주고 일시적으로나마 기분을 좋아지게 만든다.
▲ 탈모 검진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초콜릿은 탈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초콜릿의 당분과 카페인이 혈액순환을 방해하면서 모근의 영양공급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근이 약해진 탈모환자의 경우, 초콜릿을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가정의학과 김원선 전문의는 "당을 많이 섭취하게 될 경우, 혈중 당의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혈중 당의 농도가 높아지면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면서 원활한 혈액 순환을 방해하게 된다"며, "이렇게 악화된 혈액순환은 모근에 영양 공급을 방해하여 탈모를 악화시킨다"라고 하였다.

김원선 전문의는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 함량 70% 이상의 다크 초콜릿은 탈모에 더욱 좋지 않다. 카카오 함량이 높아지면서 포화지방도 같이 높아지는데, 밀크 초콜릿에 비해 다크 초콜릿의 열량이 2.5배 높기 때문이다"라며, "탈모가 걱정되는 사람이나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람은 기름진 음식과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였다.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는 탈모
탈모(alopecia)는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하는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두피의 굵고 검은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말하며, 이때 머리카락이 색이 없고 굵기가 가는 연모와는 다르게 굵고 검은 머리가 빠지게 되면 미용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5만개~7만개 사이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데, 하루에 약 50개에서 70개 정도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자고 일어나서나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의 수가 100개 이상이 될 경우, 병적인 원인에 의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를 찾아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탈모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대머리의 경우, 유전적인 원인이 가장 큰 편이며 남성 호르몬의 일종인 안드로겐(Androgen)이 중요한 인자로 생각되고 있다.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 여성 탈모의 경우에도 일부에서는 남성형 탈모와 같은 경로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임상적으로는 그 양상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탈모 증세인 원형 탈모증은 자가 면역 질환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영양 결핍과 약물 사용, 출산과 수술 등과 같은 심한 신체적 스트레가 있을 때 생긴다. 하지만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은 후에도 일시적으로 탈모가 진행될 수 있으며, 이 증상이 지속될 경우 모발의 일부가 성장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빠져나오기도 한다.

다양한 원인에 따라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탈모는 원인과 증상에 따라 종류가 다른데, 각 특성에 맞게 치료법을 선택해야 올바른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원선 전문의는 "안드로겐 호르몬의 과다분비가 주 원인이 되는 남성형 탈모의 경우, 처방에 내려지는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여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라며, "원형탈모의 경우, 모낭 주위에 있는 염증을 억제하는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또한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해 일어나는 이른바 휴지기성 탈모는 갑상선의 기능 저하와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인해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면 특별한 약물 치료 없이도 해결이 가능하다"며, "탈모증세를 가진 사람은 머리를 잡아 뜯거나, 세게 올려 묶는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하였다.

더불어 김원선 전문의는 "평소 탈모를 예방하는 습관도 중요하다"며, "머리는 아침보다는 저녁에 감는 것이 좋고, 15분 이상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두피를 마사지하면서 닦아낸다는 생각으로 꼼꼼하게 감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기 전에 반드시 감은 머리를 완전하게 말리는 것이 중요하며,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하루 7시간 이상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탈모에 좋은 음식에는 머리카락의 성분인 단백질이 많이 든 생선, 달걀, 콩 등이 있다. 건강한 모발을 위해 단백질이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철분이 많은 건포도도 도움이 된다. 철분은 신체에서 산소를 옮기는 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을 만들어내는데, 이 헤모글로빈이 바로 두피에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머리카락을 자극시켜 성장하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저작권자 2013.02.27 ⓒ ScienceTimes



공작새를 모방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공작새를 모방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공작 깃털의 광학 현상 이용

 

▲ 공작 깃털을 모방해 한계를 뛰어넘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개발중에 있다 ⓒFreeImage
디지털 기기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해상도의 끝은 어디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작은 화면에서의 해상도 경쟁은 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5인치 미만의 디스플레이일 경우 전문가들은 그 한계점을 Full HD(1920X1080)급 정도가 아닐까 예상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Full HD 영상이 울트라 HD(7680X4320)급까지 가고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Full HD급 이상도 갈 수 있겠지만, 현재의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공작을 모방하여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발한 방식의 초 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고 있다.

공작 깃털의 광학 현상을 이용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광학기술 전문 매체인 포토닉스(photonics)는 온라인 판을 통해 미국 미시간대의 연구진이 공작 수컷(Peacock)의 화려한 깃털에서 나타는 광학 현상을 활용해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포토닉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시간대의 연구진은 화학성분보다는 깃털의 결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구조색(structural color)을 재현하는 방법을 통해 공작이 갖고 있는 독특한 컬러 매커니즘을 구현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고해상도 반사형 컬러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개발하였다.
▲ 공작 깃털이 갖고 있는 독특한 컬러 메커니즘 ⓒMichigan univ.
구조색이란 색소가 섞이지 않은 무색의 자연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색깔을 나타내는 현상을 말한다. 색소에 의해 물들여진 색깔은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항상 같은 색깔을 띠지만, 구조색은 보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구조색은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CD의 뒷면이나 비눗방울에서 나타나는 무지갯빛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연에서는 공작새의 깃털이나 나비의 날개, 그리고 보석 등에서 구조색 현상을 볼 수 있다.

특히 공작 수컷의 깃털은 관찰자의 움직임에 따라 수백 가지의 경우로 색이 달라 보인다. 이런 구조색 현상은 깃털에 있는 정밀하게 배열된 섬세한 홈이 특정한 파장대의 빛을 반사함으로써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런 공작 깃털만이 가진 독특한 기능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빛을 다르게 반사해 다양한 색을 나타내는 이 신기한 시스템을 흉내내기 위한 연구진의 노력이 차세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 위한 선도적 접근방식의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라이트가 없어도 읽기가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연구

이번 연구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미시간대 컴퓨터사이언스과의 제이 구오(Jay Guo) 교수와 연구진은 이 같은 공작 깃털의 기능을 활용하여, 현재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전자 잉크(e-ink)'나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적으로 이어져 새로운 개념의 전자잉크가 개발된다면 글자를 보이도록 해주는 디스플레이 자체의 백라이트가 없더라도 얼마든지 글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디스플레이 자체가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LCD나 평면 디스플레이는 밝은 태양빛 아래서는 잘 안 보였지만 개발중인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빛을 반사하는 능력이 있어 오히려 반대로 더 잘 보이게 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예상이다.

따라서, 주변의 광원만 있으면 별도의 백라이트 없이도 잘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는 어두운 곳에서만 백라이트가 작동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올림픽 링의 디테일 이미지를 가진 작은 홈으로 이루어진 디스플레이 ⓒMichigan univ.

이처럼 획기적인 기능을 선보일 디스플레이의 원리로 미시간대 연구진은 "빛이 금속 나노 크기의 홈 속으로 들어갈 때 내부에서 빛을 포획하는 능력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런 접근방식을 이용함으로써 반사된 색조가 관찰자의 각도와는 무관하게 원래의 색을 유지한다는 점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구오 교수는 “이런 현상을 발견한 것이 이번 연구의 마술 같은 부분”이라며, “빛의 파장보다도 훨씬 더 작은 폭을 가진 나노 홈 속으로 빛이 집중되는 현상은 긴 파장의 빛이 더 좁은 홈 속에 포획된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직관적인 의미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시간대 연구진은 어떤 크기의 홈이 어떤 색의 빛을 포획하는지를 측정했다. 청록색과 자홍색, 그리고 노란색을 이용한 결과 연구진은 170nm의 홈 깊이와 180nm의 간격에서 40nm의 폭을 가진 틈이 빨간색을 포획하고 청록색을 반사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60nm의 폭을 가진 틈은 녹색을 포획하고 자홍색을 만들며, 90nm 폭의 틈은 파란색을 포획하여 노란색을 발생시킨다는 점도 확인했다. 구오 교수는 “컬러 인쇄를 하는 과정과 매우 비슷한 반사색 기술을 이용하면, 햇빛에서도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컬러 인쇄를 하는 과정과 비숫하다는 주장에 대해 구오 교수는 “흰색 종이는 반사 표면이므로 색을 만들기 위해서는 프린터로 청록색, 자홍색 및 노란색의 픽셀들을 배치하여 우리 눈에 특정한 스펙트럼의 색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 컬러 인쇄 과정인데 개발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라고 설명했다.

구오 교수가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정적인 이미지만을 나타낼 수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움직이는 동영상을 구현하는 버전도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 구현이 가능해진다면 미래 디스플레이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관련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3.02.27 ⓒ ScienceTimes


출판시장의 새 패러다임, 전자책 열풍

출판시장의 새 패러다임, 전자책 열풍

스마트폰 보급 증가로 활성화

 
도서 시장의 판도가 심상찮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가계가 책을 사는 데 지출한 비용은 월평균 2만570원. 2003년 이래 가장 적은 금액이다. 경제가 어려운 만큼 국민들이 책 구입에 주머니를 닫은 것이다.

이에 따라 소득 격차와 비례해 정보 격차도 늘어나고 있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계는 지난해 책을 사는 데 월평균 6천595원을 지출했다. 이는 상위 20%에 속하는 5분위 가계의 월평균 3만2천583원의 20%에 불과하다.

인터넷의 발달과 IT기기의 보급으로 예전부터 책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필요한 정보가 사이버 세계에 널려 있어 책은 더 이상 정보 제공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지하철의 풍경만 보더라도 승객들이 모두 휴대폰을 들여다볼 뿐 책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이제 보기 힘들다.

그런데 최근 독서의 저해 요인으로 꼽히는 IT기기들이 오히려 책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전자책(e-book) 열풍이 그것이다.
▲ 휴대용 IT기기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전자책의 출간도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 여론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작년에 미국인 25%가 전자책으로 독서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동안 종이책을 읽은 미국인은 5%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등의 IT기기 보급률이 높은 우리나라도 요즘 들어서 전자책의 출간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교보문고는 지난 20일 e-book 콘텐츠를 낱권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 가입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받는 연간회원제 e-book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지식과 지혜의 샘이라는 뜻을 담아 ‘sam'이라고 명명된 이 서비스는 정해진 월정액을 내면 가입한 서비스 종류에 따라 매월 5권에서 12권의 전자책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교보문고가 제공하는 전용 전자책 단말기 이외에도 PC, 스마트폰, 테블릿PC 등 여러 디바이스에서 호환이 가능하며, 온 가족이 각자 읽은 책을 서로 공유하며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또한 사용자가 직접 책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개인의 독서 취향과 패턴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적합한 책을 찾아주고 권해주는 서비스로 책 선택의 편의성을 높여 사용자들이 쉽게 전자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책을 읽다가 자신의 마음에 든 문장이나 리뷰, 독서노트 등을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서비스의 장점이다.

대하소설도 전자책으로 출간돼
한국 근대사의 모습을 장대한 서사 속에서 치밀하게 묘사해 한국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는 그동안 전자책으로 읽을 수 없었으나, 최근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됐다. ‘크레마 터치 100년의 걸작, 박경리 조정래 에디션’이 바로 그것.

이 상품은 토지와 함께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한강’ 등 종이책 기준 총 41권, 15만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때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볼 수 있는 전자책으로 만든 것이다.그동안 전자책으로 발간된 소설들이 로맨스나 성인소설 등 주로 가벼운 장르였던 사실을 감안할 때 이 상품의 출시는 이제 대하소설도 전자책으로 출간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셈이다.

국공립 도서관에서는 대부분 전자책을 대여하는 전자도서관도 개설하고 있는데, 최근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전자책 대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옛 서울시 청사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10월 26일 개관한 서울도서관에서는 8천여 종의 전자책이 서비스 되고 있는데, 개관 이후 전자책 대출 건수는 벌써 2만여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도서관의 전자책 홈페이지

서울시의 SH공사도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SH공사의 임대주택 거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이 전자도서관에는 전자책 5천여 종과 동영상북, 키즈북 등 다양한 콘텐츠가 구비되어 있어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전자책을 대출·반납하고 예약·연장까지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아예 종이책을 한 권도 소장하지 않고 전자책만으로 된 공공 도서관이 올 가을에 문을 열 예정이다. 텍사스주 벡사 카운티에 건립될 이 도서관에는 1만여 권의 전자책과 150여 개의 전용 단말기를 비롯해 랩톱 컴퓨터, 태블릿PC 등이 구비된다. 전자책만 구비되므로 별도의 사서가 필요 없어 도서관 운영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절약된다는 장점이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새로운 등용문 역할
이처럼 전자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름에 따라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소설을 발표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르는 경우도 많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평범한 주부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캐런 매퀘스천이다.

캐런은 작가가 되기 위해 10년 동안 원고를 들고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책을 내기로 결정했고, 그 방법은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책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후 그녀의 소설은 독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지난해 봄 그녀는 여행과 힐링을 테마로 한 소설 ‘집으로 가는 먼 길’을 아마존 킨들의 전자책으로 출간했는데, 24시간 만에 3만 부나 다운로드 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현재까지 50만 건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 전자책은 미국 아마존 킨들북 판매 순위 8위에 선정되었으며, 그 여파로 종이책으로도 발행되기에 이르렀다.

이 작품은 우리말로 번역되어 국내에서도 출간되었다. 또한 그녀의 소설 중 세 여성의 우정을 그린 ‘흝어진 삶’은 할리우드 제작사와 계약을 맺어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지식재산 대중화를 위해 전문 출간서를 아예 처음부터 전자책으로 발행하는 기관도 늘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 19일 ‘해양플랜트 및 조선분야 특허․기술안내서’를 전자책으로 발간했다. 발명이 특허로 보호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비롯해 최근 부각되고 있는 해양플랜트 및 조선분야의 최신 기술을 담은 이 책은 동영상, 3D 등의 멀티미디어와 아바타, 캐릭터 등을 이용해 독자의 편의와 이해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전자책의 콘텐츠를 활용해 신간을 홍보하는 출판사도 등장했다. 출판사 미디어바오밥은 스마트폰의 전자책 어플을 통해 제공되는 무료 전자책 사이에 최근 출간한 아동용 학습만화의 광고를 집행해 주목을 끌고 있다.

또 위즈덤하우스는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를 활용해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해 회당 평균 1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2.27 ⓒ ScienceTimes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언어교육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언어교육

세계의 융합교육 현장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음악을 틀어놓을 경우 읽고 쓰는 능력을 더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년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런던대학교 교육연구소(Institute of Education)가 실시한 실증연구 결과 밝혀졌다.

연구진은 수업시간 중 음악을 틀어놓을 경우 학생들의 읽고 쓰는 학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언어교육에 음악을 틀어놓는 시범교육을 시도했다.

먼저 650명의 초등학교 음악교사와 언어쓰기(literacy) 교사를 대상으로 사전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이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 런던 지역 30개 초등학교에서 음악을 적용한 언어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음악 들으면 언어능력에 큰 도움
2011년에는 음악을 듣고 공부한 학생들과 음악 없이 공부한 학생들의 읽고 쓰는 능력을 비교 평가했다. 그 결과 음악을 들으며 언어공부를 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언어능력에 있어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런던대학교 교육연구소(Institute of Education)가 실시한 실증연구 결과 언어교육과 음악 간의 상관관계가 밝혀졌다. 음악을 들으며 언어공부를 한 학생들의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초등학교 언어교육 장면. ⓒHill Elimentary School 홈페이지

첫 번째 시도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자 2012년에는 뉴런던 오케스트라(New London Orchestra)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Literacy through Music'이란 명칭의 이 프로그램은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면서 학생들이 공부를 한 후 그 언어능력을 교사들이 직접 검증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결과 학생들 간에 분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국제음악교육연구센터 그레이엄 웰시(Graham Welch) 교수는 "면밀한 검증 과정을 통해 음악을 들으면서 학습한 학생들의 언어능력이 다른 학생들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일은 교사들 사이에서도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교사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교사들 중 3분의 2는 언어교육 외에 또 다른 교육에 음악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교사들은 언어교육 외에도 더 많은 수업시간에 음악을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언어·음악의 어휘·억양 모두 비슷해
런던대 연구결과는 음악을 통한 언어교육이 성과를 거두었으며, 같은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뉴런던 오케스트라 측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학습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을 전국 학교에 보급해줄 것을 교육당국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언어와 음악 간의 상관관계는 오래 전부터 거론돼온 부분이다. 음악 학습이론을 정립한 에드윈 고든(Edwin E. Gordon) 박사는 "언어를 배우는 것과 음악을 배우는 것이 여러 가지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둘 다 어휘를 가지고 있으며, 비슷한 액센트·억양(말투) 등을 갖고 있다는 것.

저서 '오우디(Audie)'에서 그는 어린 학생들에게 음악을 잘 가르쳐주면 그것이 곧 언어습득 능력으로 이어진다고 쓰고 있다. 엄마가 리듬과 운율을 넣은 재미있는 말투로 아기에게 이야기했을 때 아기들이 더 잘 기억하고, 반응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런던대학에서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는 언어와 음악 간의 이 같은 유사성을 학교 현장에 맞게 적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과거처럼 언어와 음악교육을 분리하지 않고, 언어와 음악을 동시에 적용하는 융합교육을 실시했다.

최근 세계 교육계는 학습 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융합 커리큘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과학(S), 기술(T), 공학(E), 수학(M)을 융합한 미국의 STEM 교육을 미국, 유럽 등에서 도입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STEM에 예술(A)을 융합한 STEAM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역사와 미술, 과학과 음악, 수학과 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한 커리큘럼들이 개발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융합교육에 대한 평가와 반응이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중이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2.27 ⓒ ScienceTimes


DNA 이중나선구조 발견 60주년

DNA 이중나선구조 발견 60주년

생명공학의 미래를 위한 준비는?

 

▲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화 ‘스파이더맨’, 주인공 피터는 거미에게 물린 후 거미의 유전자와 섞이면서 초능력을 갖게 된다. 인간이 거미의 특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생물체의 다양한 특성들은 유전물질인 DNA로부터 기인한다.

1953년 4월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함으로써 생명체가 가지는 엄청난 양의 정보와 시공간을 뛰어 넘는 생명유전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60년간 유전학 분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과학자들은 DNA의 구조로부터 모든 생명현상의 정보는 DNA에 담겨 있고 DNA는 단순한 화합물인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의 4개의 염기로 구성되며, 4개의 염기 중 3개가 결합된 암호에 의해서 20개의 아미노산을 선택하여 연결하면 특정 단백질을 생체 내에서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생명정보 DNA를 자유롭게 자르고 붙일 수 있는 기술과 무한히 합성할 수 있는 중합효소 연쇄반응(PCR) 기술이 개발되어 극미량의 DNA을 얼마든지 확대·생산하여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생명체의 복제, 범인의 흔적, 친자 확인 등은 이제 일상의 기술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생명정보 DNA를 읽는 기술도 급속히 발전하였다. 예를 들어 과거 사람의 30억 쌍의 DNA서열을 읽기 위하여 약 3조원의 비용으로 5년 이상 걸렸던 것이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는 단 하루 만에 1천만 원이면 가능하고 향후 수년 안에 1백만 원 아니 수십만 원으로도 가능한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처럼 쉽고 빠르게 DNA 서열을 읽고 분석할 수 있다면 개개인의 유전자 서열에서 특정질병에 약한 부분을 알아 미리 주의하여 예방을 할 수도 있게 되고, 또한 질병에 대한 특성을 살펴봄으로써 부작용이 전혀 없고 치료효율이 높은 개인 맞춤형 치료약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이른바 치료나 예방약도 개인 맞춤시대가 되는 것이다.
ⓒScience Times

DNA의 정보암호화 기능을 활용해 DNA컴퓨터도 개발되었다. DNA가 아미노산을 암호화할 때 3개의 코드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2진법의 현재 컴퓨터를 3진법으로 발전시켜서 DNA 1그램에 50만 장의 DVD를 저장할 수 있는 획기적 DNA컴퓨터가 그것이다.

DNA뿐 아니라 최근 RNA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RNA 중에서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21~25개의 염기로 구성된 작은(small) RNA는 유전자 발현 과정에 관여하여 생체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DNA에서 RNA 분야로 생물학적인 확대와 더불어 생물에서 모든 사업 분야로 학문 분야의 확대를 의미한다,

DNA 구조와 서열 데이터로부터 병충해에 강한 옥수수, 색깔을 가진 면화, 유통이 쉬운 단단한 토마토의 개발이나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 생산용 식물체의 개발은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생물체를 마치 화학공장이나 정유공장처럼 이용하거나 생물체의 대사를 DNA 회로화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거나 하는 기술의 실용화는 고갈되어 가는 지구의 화석자원을 대체하는 중요 기술일 뿐만 아니라 심각하게 제기되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큰 변화는 DNA 이중 나선구조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된 후 60년 동안의 일이다.

DNA 구조 발견 60주년이 되는 올해는 신정부가 들어서고 과학기술을 주도할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된다. 우리는 과거 60년의 유전학적 혁신을 지켜보았다. 그렇다면 미래 60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여야 하는가?

첫째, 생물 DNA 서열의 분석과 활용은 정보처리 능력에 달려 있다. 따라서 향후 생명공학 경쟁력은 유전 정보처리에 있다. 눈덩이처럼 쌓인 DNA 데이터와 값싼 유전체 해독기술은 수많은 인간의 유전체 해독 자료가 쌓일 것이므로 앞으로는 빅 데이터(Big data) 처리 기술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이 분야는 발전된 IT기술과 BT기술을 가진 우리나라의 강점 분야이다. 한국인의 장점을 살려서 생물정보학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대한민국의 고유 생물다양성을 기반으로 유전자원의 확보, 보존 및 활용에 크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누가 우리나라를 자원 빈국이라고 했는가? 1차 산업에 해당하는 자원은 없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생물다양성 측면에는 다르다. 우리 고유의 유전자원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이를 우리의 것이라고 공표해야 한다.

셋째, DNA 활용기술을 다양한 IT, NT. ET. CT 등 다른 기술 분야와 적극적으로 융합하여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창조과학기술시대에 DNA 기술을 기초기반 기술로 활용하는 것이다. DNA는 스스로 결합하는 ‘자기조립’ 능력을 지닌다. 이는 정보량도 월등해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무한 복제도 가능하다.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현하는 컴퓨터가 바로 DNA 컴퓨터다.

DNA 컴퓨터를 이용해 1천억 개의 DNA 분자로 신경계와 비슷한 복잡한 정보처리망인 ‘초상호작용(Hypernetwork)’이라고 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 들어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정보기술(IT)과 접목된 융합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 60년의 DNA 혁신을 보며, 미래 60년 후를 생각하는 것보다 다가오는 6년 후에 일어날 바이오 혁신에 의한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될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오태광

저작권자 2013.02.27 ⓒ ScienceTimes


아이들을 위한 한마음 '교육기부'

아이들을 위한 한마음 '교육기부'

쏙쏙캠프 성과발표회 우수 동아리 사례

 
“지난해 여름방학 쏙쏙캠프에 이어 두 번째로 겨울캠프에도 참여하면서 쏙쏙캠프가 학생들과 학교 전체에 얼마나 많은 발전을 줄 수 있는지 보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기 힘든 중요한 가치들을 배우고 익힘에 따라 교내 문제인 학교폭력과 왕따, 자살 등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 전달
이번 겨울방학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쏙쏙캠프에서 우수 동아리로 선정된 연합동아리 ‘단아한’팀 안정근 학생의 소감이다. ‘단지, 아이들을 생각하는 한 마음’이라는 뜻의 ‘단아한’팀은 지난 2월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수명초등학교 6학년 학생 262명을 대상으로 쏙쏙캠프를 열었다.

교육기부 활동으로 초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마지막 추억을 선물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단아한’팀의 활동목표였다.

쏙쏙캠프가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캠프인만큼 ‘단아한’팀에서는 홛동목표를 위해 나눔, 도전, 소통, 치유, 배움, 재미라는 6가지 공유가치를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 '단아한'팀은 공정무역의 가치를 파악하고 초콜렛을 만들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눔’이라는 가치를 가르치기 위한 ‘공정무역 초콜릿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에서는 공정무역이란 무엇인지 그 내용을 파악하고 초콜릿을 만들어 주변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다.

‘도전! 퀴즈왕’에서는 말 그대로 ‘도전’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 여러 퀴즈들을 통해 역사, 세계사, 과학 등의 기본 상식을 기를 뿐 아니라 총 4가지로 구성된 게임활동을 통해 조원들끼리의 단결력도 키울 수 있었다.

‘단아한’팀의 조해성 학생은 “도전! 퀴즈왕을 통해 아이들에게 도전이라는 정신을 알려주는 역할을 맡았지만, 이것은 자신에게도 진정한 의미의 봉사활동에 대한 도전이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6가지 공유가치 '나눔·도전·소통·치유·배움·재미'
‘내 롤모델은 ○○○입니다’ 소통 프로그램에서는 시 창작이 세상과 소통하는 즐거움임을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시를 짓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시간을 돌려봐’라는 치유 프로그램에서는 학교폭력 사례를 함께 모여 원인에 대해 탐구하고 학생들 스스로 학교폭력의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 쏙쏙캠프를 통해 학생들은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해 탐구했다.
치유 프로그램을 맡았던 윤종환 학생은 “확실히 어른들이 느끼는 학교폭력과 아이들이 느끼는 학교폭력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며 “‘학교폭력은 ~이다’라는 제시어에 아이들이 그들만의 진솔한 언어로 폭력을 묘사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틀에 박힌 대학생의 사고보다 자유롭고 때묻지 않은 어린이들의 생각이 더 값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명함 만들기와 미리하는 동창회’ 프로그램은 배움이라는 가치를 통해 진로탐색의 기회를 가졌다. 먼저 직업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의 미래 직업에 대해 생각해보며 3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강당에서 진행한 팀별 미션 빙고게임은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빙고게임판에 적힌 9가지 게임을 진행하며 신체적인 활동을 했고 규칙을 잘 이용하여 팀원들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었다.

‘단아한’팀의 팀장 송중호 학생은 “소속학교와 전공이 다른 31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6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최대 규모의 캠프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시작했다”며 “교육기부를 하기 위해 참가한 쏙쏙캠프지만, 스스로 더 많이 배우고 지속적인 자기 계발을 다짐하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13.02.27 ⓒ ScienceTimes


초고령 사회, 스마트한 대처법은?

초고령 사회, 스마트한 대처법은?

빅데이터로 알아낸 미래유망기술

 
지난 2000년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불과 4년 후인 2017년에는 ‘고령 사회’가 된다.
▲ 4년 후 '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의 대응책으로 '스마트 에이징을 선도할 10대 미래 유망기술'이 선정되었다. ⓒScienceTimes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층 비율이 7퍼센트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퍼센트를 넘으면 고령 사회(aged society), 20퍼센트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로 분류한다.

이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하 KISTEP)은 ‘인구구조의 고령화’를 미래 핵심 트렌드로 파악하고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을 선도할 10대 미래 유망기술’을 선정했다.

KISTEP은 지난 2009년부터 매년 ‘10대 미래 유망기술’을 발표해 왔다. 향후 조명 받을 주요 미래기술을 예측해 사회비용을 절감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특히 올해 발표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검색 경향을 분석하는 빅데이터(Big Data) 기법을 적극 활용했다. 검색창에 입력한 질문 내용과 횟수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고령화’가 국민들이 생각하는 미래 한국사회의 주요 트렌드임을 알아낸 것이다.

고령화 닥친 미래, 우리의 대처는?

금고털이범으로 젊은 시절을 풍미했던 프랭크는 어느덧 노인이 되어 따분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들이 선물해준 가정용 로봇에게 식생활과 운동 등 건강에 관한 잔소리를 듣는 일이 영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건강관리에 실패하면 폐기처분 될 것’이라는 로봇의 말에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로봇 앤 프랭크(Robot & Frank)’다. 미래가 배경이지만 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로서는 그리 멀지 않은 때에 맞닥뜨릴 모습이다.
▲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로봇 앤 프랭크'에는 살림과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미래 로봇이 등장한다. ⓒHallowell House
매년 ‘10대 미래 유망기술’을 선정해온 KISTEP도 올해의 화두로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을 꺼내들었다. 고령 사회 진입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도 검색창에 ‘고령화’를 입력했다.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를 분석했더니 이외에도 △글로벌 경제위기 지속 △양극화 심화 △에너지·자원 고갈 △기후변화 가속화 △환경오염 심화 △네트워크 사회화 △가치관 변화 △기술 발전 △불안요소 증가 등이 순위를 차지했다.

KISTEP은 전문가 검토를 통해 미래 소비자들이 요구할 사항들을 도출하고 그에 따라 등장할 제품과 서비스도 예측했다. 이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성, 경제적 효과, 기술 파급효과 등을 따져 최종적으로 ‘스마트 에이징을 선도할 10대 미래 유망기술’을 선정한 것이다.

스마트 에이징 대표할 10대 유망기술

최종 선정된 10대 기술의 주요 키워드는 △건강 유지 △경제적 안정 지원 △편리성과 안전성 확보 등 3가지를 통해 범주를 나눌 수 있다. 자세한 역할을 예측하면 다음과 같다.

▲신경줄기세포 치료기술 = 고령사회가 닥치면 퇴행성 뇌질환 환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죽은 뇌세포를 되살릴 방법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미래에는 환자의 피부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채취해 신경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손상된 뇌에 이식시키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KISTEP의 전망이다.

▲나노바이오 의료센서 = 아직까지는 질병을 확인하려면 다량의 혈액을 채취하거나 내시경을 몸속으로 넣어야 한다. 나노바이오 기술을 발전시키면 혈액 한 방울이면 효소, 항체, 세포, DNA 등 특정 물질의 존재 여부를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다. 체내에 소형 소자를 삽입하면 언제 어디서나 진단과 치료를 받는 유헬스(u-Health) 서비스가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대화형 자연어 처리기술 = 현재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는 특정 단어를 분명히 입력해야 한다. 자연어 처리기술이 상용화되면 평소 사용하는 어투를 그대로 입력해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특히 음성언어 인식기술과 결합하면 키보드를 누르지 않고도 평소 대화하듯이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독거노인들의 말동무로도 활용 가능하다.

▲생체신호 인터페이스 = 생물체의 몸은 자기장, 전류, 음향, 화학성분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내보낸다. 이를 감지하는 센서를 몸에 부착해 인터페이스 역할을 부여하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도 컴퓨터, 자동차, 휠체어 등 주변의 전자기기와 기계들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생체정보를 네트워크에 연결하면 건강검진이나 재활치료의 효과도 높아진다.

▲초고속 유전체 해독기술 = 유전자, 염색체 등 유전체에 문제가 생기면 질병이 발생하고 변이가 유발된다. 초고속, 초정밀, 저비용으로 유전체를 분석하게 된다면 표준 유전체와 비교해서 어느 부분에 이상이 생겼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고령 사회 도래로 환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시행해 완치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외골격 로봇 수트를 착용하면 장애인이나 고령자도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 수 있다. ⓒKISTEP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
운전자 없이 자동차 스스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무인자동차의 개발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50만 킬로미터 이상의 실전 테스트를 마친 구글은 3~5년 안에 무인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운전 능력이 저하되는 고령자나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일반용뿐만 아니라 군사용, 화물용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분자영상 질병진단기술 = 동위원소를 이용하면 살아있는 세포 내의 분자나 유전자 차원의 변화를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다. 난치성 질환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발견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질병 치료비도 그만큼 낮아지며 만성질환자들도 지속적인 관리를 받으며 정확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누리게 된다.

▲라이프케어 서비스 로봇 = 영화 ‘로봇 앤 프랭크’에서처럼 스스로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로봇이 가정에 보급된다. 환경인식, 위치인식, 조작제어, 자율이동 등 다양한 기능을 종합적으로 연결시키는 고난이도 기술이 요구된다. 재활치료, 간병, 청소 등 병원과 가정에서 필요한 인력을 보충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근력지원 로봇 수트 = 영화 ‘아이언맨’에서처럼 옷을 입듯이 로봇 골격을 착용해 적은 힘으로도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장비다. 영어로는 ‘외골격’이라는 뜻으로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이라 부른다. 신체기능이 약한 장애인의 생활과 이동이 편리해지며 고령자도 산업현장에서 일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실감형 스마트워크 = ‘기가인터넷’이라 부르는 초고속 광대역망이 구축되고 3차원 인터페이스와 홀로그램 기술이 결합하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도 눈앞에 있는 것처럼 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이버 공간과 실제 세계의 거리가 좁혀지면 가정주부, 노년층, 장애인 등 이동이 어려운 계층도 재택근무를 통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원거리 출장이 줄어들면 사회비용이 절감되고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2.27 ⓒ ScienceTimes


2013년 2월 26일 화요일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는 속설, 사실일까?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는 속설, 사실일까?

연인들은 호흡과 심박수가 같아지기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또한, 오래 함께 살아온 부부도 갈수록 서로를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이는 단순한 속설이 아니다. 실제로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말이다. 최근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은 함께 있을 때, 호흡과 심박수가 같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의 에밀리오 페레 교수팀은 최근 실제 연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행한 결과,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은 함께 있으면 호흡과 심박수가 같아진다고 미국 심리학회저널 '감정(Emotion)'을 통해 발표하였다. 연구팀은 이성애자 32쌍의 연인을 대상으로, 심박수와 호흡패턴을 분석하는 실험을 실시하였다.
▲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닮아가며, 이를 반증하는 여러가지 연구 결과가 나와있다. 사랑을 하면 콩깍지가 씌인다는 말도, 사랑을 하면 더 예뻐진다는 말도, 사랑을 하면 더 건강해진다는 말도 모두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Science Times

연구진은 실험에 참여한 32쌍의 연인들에게 서로 말을 하거나 접촉하지 말고, 나란히 앉아 있어 달라고 하였다. 그 뒤, 연구팀이 제시한 어떠한 행동을 취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 결과, 참가한 32쌍의 모든 연인들이 같은 리듬으로 심박수와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함께 있는 연인의 심박수와 호흡이 같은 이유는 여성이 파트너인 남성의 리듬에 맞추는 것으로, 아마도 여성의 파트너와의 공감능력이 남성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서로 안면이 없는 남녀에게도 같은 실험을 진행하였으나, 심박수나 호흡이 같아지는 경향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동물적 욕구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사랑
사랑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공복이나 갈증과 같은 동물적 욕구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사랑에 관해 많은 연구를 진행한 인류학자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사랑을 크게 정념(lust)과 연심(Attraction), 애정(Attachment)의 세 단계로 나누기도 했다. 이 단계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며,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사랑은 과거부터 생물학적 측면이나 뇌과학적 측면보다는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부분에서 많이 다루어졌다. 인간의 '감정' 자체를 과학적으로 보기보다는 추상적인 의미에서 다룬 적이 많다. 그래서 사랑을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만큼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사랑은 비단 연인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 표현 방법 역시 한결같지 않다. 가족을 사랑하는 가족애,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 친구를 사랑하는 우정 등 형태에 따라 다른 방식을 보인다. 물론, 때에 따라 증오에 치우친 사랑도 있으나 이는 사랑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랑이 미움의 대립 개념으로 알려져 있기는 해도 말이다.

사랑에 빠지면 콩깍지가 씌인다?
사랑에 빠진 가장 대표적인 증세는 이른바 '콩깍지가 씌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의 나쁜 점이나 좋지 않은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는 비판과 의심하는 기능이 일시 중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지난해 11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신경미학과의 세미르 제키 교수는 MRI 스캔을 이용하여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를 관찰한 결과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성적인 판단 기능이 잠시 정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대뇌의 전두엽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지돼 비판하거나 의심하는 기능을 상실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전두엽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지되면서 다른 사람을 비판하거나 의심하는 것과 같은 감정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현상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만 비활성화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한테는 눈에 보이는 게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셈이다.

연구를 진행한 세미르 제키 교수는 "이와 같은 뇌의 작용은 생물학적인 목적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 확률이 높다"며, "사랑에 빠진 사람은 도파민 분비 수치가 일반인보다 높게 나타나며, 세로토닌의 감소로 인해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끼기도 한다"라고 하였다.

사랑에 빠지면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도
흔히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 앞에서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을 더듬게 된다. 종종 얼굴이 빨개지면서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두근거리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면 실제로 몸에서는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면 도파민과 옥시토신,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많은 화학물질이 관여되면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나타내는 신체적 변화로 마약을 복용했을 때와 반응하는 부분이 같다는 것이다. '사랑은 마약과도 같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일리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 신경과학자 루시 브라운 교수팀은 이와 같은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연구팀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여성 10명과 남성 7명을 대상으로 연인의 사진을 보여준 뒤 나타나는 뇌의 반응을 MRI로 촬영하고 관찰한 결과,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동기와 보상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을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뇌는 좋은 짝을 고르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사람에게 특정한 동기를 부여하여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도 하게 만든다고 한다. 또한 이를 통해서 느낌이 좋은 대상 또는 공을 들일 만한 대상을 찾으면 일종의 '보상'을 받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사랑에 빠지면 정신적인 변화와 함께 뇌의 지적 영역에도 변화가 함께 일어나는데, 이런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고작 0.2초라고 한다.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뇌의 12개 영역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희열감을 자아내는 화학 물질을 방출한다는 것이다. '첫 눈에 반한다' 라는 말도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사랑은 짧은 시간에 찾아와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는,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과학으로 전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3.02.26 ⓒ ScienceTimes

친환경 그래핀 대량생산기술 개발

친환경 그래핀 대량생산기술 개발

[인터뷰] 백종범 UNIST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지구상에 존재하는 화석연료는 그 매장량이 점차 고갈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인류가 의존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 개발에 많은 과학자들이 매달리고 있다. 또한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연료는 연구자들이 개발해야 할 핵심 기술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그래핀을 친환경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울산과학기술대(UNIST) 백종범 교수 연구팀이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성능의 그래핀 촉매개발 연구에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해당 연구에 대해 백종범 교수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래핀, 친환경적으로 대량생산
이 연구의 핵심은 그 양이 무궁무진한 수소를 연료로 하는 전지, 즉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고가의 양극소재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그래핀 촉매를 개발했다는 점이다.
▲ 백종범 UNIST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UNIST

그래핀은 흑연의 표면층을 한 겹만 떼어낸 탄소나노물질로, 높은 전기전도성과 전하 이동도를 갖고 있어 향후 응용 가능성이 높아 꿈의 신소재로 불리고 있다. 흑연에서 추출하는 과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진행하는가에 따라 물질을 생산하는 경쟁력도 높아지는 만큼, 이는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었다.

백종범 교수팀은 쇠구슬을 이용해 흑연을 고속분쇄, 그래핀을 친환경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 이렇게 생산된 그래핀은 고가의 백금촉매를 대체할 수 있는 만큼 연료전지와 금속공기전지 등의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백금은 현존하는 촉매 중 성능이 가장 뛰어난 물질로, 연료전지에 사용될 경우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매장량이 제한적이라는 점과 제조비용 역시 매우 고가이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데 걸림돌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불순물에 의해 활성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백금은 불순물에 의해 피독되는데, 이에 따라 촉매 활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때문에 장시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점으로 철과 니켈, 구리 등 값싼 금속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촉매활성이 낮다는 한계로 인해 그마저 여의치 않았다.

백 교수팀은 쇠구슬을 이용해 흑연을 고속분쇄할 때 흑연이 주위물질과 반응하면서 수소 등이 가장자리에 부착되는 원리에 주목했다. 비교적 간단한 기계화학적인 방법을 통해 복잡하고 유독한 기존 산화환원방식의 단점을 극복해낸 것이다. 기존 산화환원 방식의 경우 흑연을 강산과 강한 부식성 산화제를 이용해 산화시킨 후 초음파로 분쇄해 이를 다시 환원시켜야 했기 때문에 그 과정이 매우 복잡했다.

“볼밀(ball mill, 시멘트를 섞는 레미콘원리와 유사함)이라는 장치에서 흑연분쇄 과정을 진행했다. 볼밀 장치 속에는 쇠구슬을 담는 통이 지구와 같이 공전과 자전을 동시에 하며 회전한다. 장치 속에 흑연과 쇠구슬과 붙이고자 하는 기체를 넣고 고속 회전을 하면 큰 입자의 흑연이 부서지면서 기체와 반응해 가장자리가 기능화되는데,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운동 중 얻은 아이디어로 연구 몰입
백종범 교수팀의 이번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그래핀은 백금촉매를 대체할 만한 우수한 산소환원능력과 안전성이 입증돼 주목을 받고 있다. 활성화된 그래핀을 연료전지에 적용한 결과 산소환원력은 백금과 비슷하고, 안정성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더불어 연구팀이 개발한 가장자리가 선택적으로 기능화된 그래핀을 산소환원전극 재료로 사용할 경우 연료전지셀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 고속분쇄를 통한 EFGnPs 형성 메커니즘 모식도. 분쇄된 흑연이 주변의 물질과 반응하여 기능화된 그래핀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사실 차세대 상업용 친환경에너지원으로는 연료전지의 전망이 가장 밝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상업화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소 지체되고 있다. 백 교수는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친환경 대체에너지의 상업화를 갈망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고 단지 저장만 할 수 있는 이차전지가 호랑이 없는 산 속에서 왕노릇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차세대 에너지원인 연료전지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해결돼야 한다. 먼저 고분자 분리막 문제다. 미국 듀폰(du Pont)사의 네피온(Nafion)이 연료전지의 양극과 음극을 분리해주는 상업화된 고분자 분리막을 개발했으나 전지온도가 80도를 넘으면 작동이 중지되기 때문에 해당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여름에 자동차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시동이 끊기게 될 것이다. 나머지 두 개는 수소 저장문제와 백금촉매 대체 소재 개발이다.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의 저장문제도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수소는 분자가 매우 작아 어떤 통에 넣어도 새어 나오게 된다. 한 예로 풍선에 공기를 불어 넣으면 며칠 후 빠지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수소가 가장 빨리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용기에나 수소를 저장할 수는 없다. 사고 발생 시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면적이 넓은 고체표면에 흡착시켜 놓아야 안전하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면적이 매우 넓은 다공성 소재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마지막으로 고가의 백금촉매를 대체할 소재 개발인데, 백 교수팀의 연구는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 교수는 이번 연구를 어떤 계기에 의해 시작하게 됐을까. 이 물음에 백 교수는 “화학자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이야기했다. 평소 모든 세상만물을 화학구조로 보는 습관으로 인해 이번 연구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나는 커피를 마실 때 벤젠고리가 몇 개인 화합물이 이 컵 속에 들어 있는지 생각한다. 커피 맛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웃음) 내가 화학자라서 그런지 세상의 모든 만물을 화학구조로 보게 된다. 이처럼 이번 연구 역시 우연치 않은 물음으로부터 시작됐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운동을 하던중 문득 ‘수많은 탄소 원자가 넓은 평면에 연결된 거대 화합물이 흑연이라면, 그 화학적 결합 고리들을 물리적으로 끊으면 주변에 있는 가스와 반응을 할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그리고 직접 해봤다. 매우 잘 되더라. 그렇게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현상에 대한 물음을 갖고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한 백 교수는 자신이 발견한 결과에 매우 흥분, 학생들과 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설렘을 가득 안고 3개월 동안 학생들과 밤낮으로 실험하고 데이터를 정리해 논문을 썼다. 이후 지난해 미국과학한림원회보(PNAS)에 보고하게 되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백 교수의 연구에 대해 다룬 언론의 기사만 국내외 약 100건에 달할 정도였다.

“볼밀을 사용한 방법은 매우 간단해 많은 분야에서 수백 년 동안 물질을 섞을 때 일반적으로 이용됐다.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팀이 발표하기 전에는 누구도 알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발표하게 된 것이다. PNAS 논문은 볼밀의 원리를 규명한 것이고 이번 연구 결과는 그 후속으로 상업적으로 응용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외에도 볼밀을 이용해 더 흥미있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추후 또 다른 연구결과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는 비싼 백금을 대체할 만한 성능을 지닌 촉매를 개발, 연료전지의 3대 문제점 중 하나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태양전지에 적용해도 백금보다 성능이 좋은 것으로 확인되며 화석연료 자동차 배기통과 석유화학공장, 연료전지, 태양전지 등 백금을 촉매로 사용하는 분야에서 고가의 백금촉매를 훨씬 우수한 성능으로 대체해 산업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연구와 관련, 백종범 교수는 과학에 매진하는 전공 학생들에게 열정과 주인의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모든 훌륭한 연구결과에는 열정과 주인의식이 있었다. 좋은 연구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 일에 대한 생각으로 날이 밝아 다음날이 빨리 오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잠을 설치는 설렘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학생들은 그러한 설렘이 다소 부족해 보일 때가 있다. 과학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서는 대학원 과정을 시작했다면, 연구에 전력을 기울이는 열정을 불붙이길 바란다. 그렇게 한다면 추후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번 연구에 대한 호평과 관련해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앞으로의 여정이 남아 있음을 암시했다. 볼밀이라는, 단순해 보이지만 양파처럼 벗길수록 그 속을 알 수 없는 장치에 대해 후속연구를 진행해 더욱 성능이 개선된 재료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백 교수의 모습에서 미래 대한민국의 과학을 엿볼 수 있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2.26 ⓒ ScienceTimes


태평양 한가운데서 조난 당했다면!

태평양 한가운데서 조난 당했다면!

영화를 보며 과학을 이야기하다 (2)

 
영화는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문화 중 하나이다. 그리고 우리는 영화를 볼 때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 달리해보면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물음표가 붙는 장면들이 더러 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조난 당한 파이와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함께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렸다. 이 영화에 작은 호기심이 따라붙는다.

극 중 주인공 파이는 조난 당한 후 구명보트에서 서바이벌 키트 책을 발견한다. 책에는 '절대 바닷물은 마시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며칠 동안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파이는 죽을 것만 같았다.

그는 세 명의 신을 믿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종교에서는 고기를 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 채식주의자였던 파이의 어머니는 굶주리고 있으면서도 미트 소스를 입에 대지 않았다. 이러한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조난이라는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 그렇다면 바닷물로 목을 조금이라도 축이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닷물로 갈증을 해소하려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몸은 항상 일정한 밸런스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삼투압이다. 삼투압이란 농도가 다른 두 액체를 반투막으로 막아 놓았을 때, 용질의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용매가 옮겨가는 현상에 의해 나타나는 압력이다.

우리 몸은 ADH 호르몬을 분비해 콩팥의 수분흡수량을 증가시켜 혈액의 삼투압을 감소시키고, 반대로 무기질 코르티코이드는 나트륨이온 등의 흡수를 촉진해 혈액의 삼투압을 높인다. 이러한 방식으로 삼투압을 조절하며, 생체리듬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염분이 함유된 물은 혈액의 삼투압을 높아지게 만든다. 높아진 삼투압을 낮추기 위해 우리 몸은 앞서 말한 것처럼 ADH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게 되고, 수분 흡수량도 같이 증가하여 오줌의 양을 감소시킨다.

그런데 바닷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염분을 포함하고 있다. 이때문에 혈액의 삼투압이 정상일 때보다 심하게 높아져 수분이 체내의 혈액에서 세뇨관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래서 삼투압이 높을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과는 다르게 오줌의 양이 증가하고 탈수현상을 부추기게 되는 것.

그러니 만약 바다에 표류하게 된다면 바닷물은 절대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탈수 현상에 관한 과학 실험을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미국 / 모험, 드라마 / 2013 / 전체관람가 / 126분
감독 : 이안 / 출연 : 수라즈 샤르마, 아르판 칸, 라프 스팰

KOFAC 대학생 기자단 최수아

저작권자 2013.02.26 ⓒ ScienceTimes

식물의 번식력을 표현하다

식물의 번식력을 표현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레다와 백조’

 
명화 산책 식물의 자생력은 번식력에 따라 달라진다. 식물은 번식하기 위해 씨를 여러 개 만들기도 하고 하나만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번식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따라서 번식력이 좋은 식물은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번식력이 떨어지는 식물을 멸종시키기도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식물의 번식력을 표현하고자 했던 작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레다와 백조’다.

아이톨리아의 왕 테스티오스와 에우리테미스의 딸 레다는 스파르타의 왕인 틴다레오스와 결혼했지만 남편이 왕국에서 추방당하자 아버지 테스티오스의 궁정에 피해 있었다.

무료하게 보내던 어느 날 레다는 에우로타스 강가에서 목욕을 하던 중 제우스에 눈에 띄게 된다. 레다의 아름다움에 빠져 버린 제우스는 그녀에게 접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제우스는 레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백조로 변신해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 후 레다는 알을 두 개 낳게 된다.

신화의 이본에 따르면 첫 번째 알에서 제우스의 아들인 카스토로와 폴리테우케스가 태어나고 두 번째 알에서 클리타임네스트와 헬레네가 태어난다. 두 번째 알은 레다와 틴다레오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로 인간임을 암시한다.

레다가 낳은 제우스의 아들들은 죽어서 하늘로 올라가 쌍둥이좌가 되고, 클리타임네스트는 아가멤논과 결혼하고 헬레네는 틴다레오스의 뒤를 이어 스파르타의 왕위에 오르는 메넬라오스의 부인이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신화의 내용 중에서 레다와 제우스의 사랑을 묘사했다.
▲ ‘레다와 백조’, 1505~1510년경, 목판에 유채, 69*73 ⓒ솔즈베리 윌턴 하우스 펨브로크 백작 소장

숲속에서 다리를 약간 굽힌 자세로 서 있는 레다는 고개를 숙여 왼쪽의 알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손으로는 백조의 목을 어루만지고 있다. 백조는 날개를 펴 레다를 감싸 안으면서 바라보고 있다. 레다의 발 아래에 있는 두 개의 알에서 태어난 쌍둥이들이 레다를 바라보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전통적인 표현방식으로 레다를 표현했는데, 전통적으로 그림에서 레다는 백조를 껴안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낸다. 무릎을 약간 굽히고 서 있는 자세는 고대 그리스 비너스의 조각상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정숙한 여인을 상징하며 부드럽고 포동포동한 피부는 명암법을 사용해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레다의 시선과 쌍둥이들의 시선이 마주치고 있는 것은 모자지간이라는 것을 암시하며, 백조가 날개를 펴 레다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백조가 제우스라는 것을 상징한다. 레다가 백조의 목을 쓰다듬고 있는 것은 제우스와의 애정을 암시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체의 해부학을 공부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연의 생식력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가 탐구한 자연의 생식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식물이다.

식물학상 정식 명칭이 부들인 이 식물은 꽉 찬 씨주머니를 터뜨려 씨를 멀리까지 퍼져 나가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 식물을 통해 개체를 번식하고 종족을 보존하려는 자연의 섭리를 상징했다. 또한 풍성한 식물로 레다의 주변을 장식해 두 개의 알을 낳은 그녀의 생식력을 표현하려고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 작품을 제작하던 시기는 밀라노에서 체류하고 있었던 시절로 그의 만년의 작품에 속한다. 그는 레다의 이미지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이 주제로 많은 스케치와 그림으로 남겼으며 처음 드로잉에서는 레다가 앉아 있는 모습이었지만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유화 완성작에는 레다가 서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의 원작 소재는 알 수 없으나 문서 기록과 몇 장의 모사본을 통해서 존재가 알려져 있다. 이 작품 역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제자 체사레 다 세스토가 스승의 작품을 모사한 것이다.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3.02.26 ⓒ ScienceTimes


운송 혁명을 예고하는 차세대 비행선

운송 혁명을 예고하는 차세대 비행선

부력 조절이 가능한 비행선 '에어로스크래프트'

 
비행기가 하늘길을 누비는 주역이 되기 전만 하더라도 비행선이라 불리는 운송수단이 하늘을 지배했었다. 가스가 들어있는 거대한 기구를 사용해 유럽에서 미국까지도 왕래했던 비행선은 한동안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적인 운송수단으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아 왔다.
▲ 독일이 자랑했던 비행선인 힌덴부르크호 ⓒWikipedia

그러나 최고의 성능을 가진 비행선이라 여겨지던 독일의 힌덴부르크호가 폭발사고로 많은 사상자를 내자 비행선의 안전성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비행선이 자취를 감추면서 그 자리를 비행기가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첨단 항공기술은 터지지 않는 불활성 기체를 사용해 폭발하지 않는 비행선을 만드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특히 이런 기술개발 추세에 맞춰 미 국방부와 항공우주국(NASA)이 초대형 비행선을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혁명적인 운송 시스템을 예고하는 차세대 비행선
첨단기술 전문매체인 기즈맥(Gizmag)은 온라인 판을 통해 미국의 항공업체인 에어로스(Aeros)사가 미 국방부 및 NASA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프로토 타입의 초대형 비행선인 ‘에어로스크래프트 드림 드래곤(Aeroscraft Dream Dragon)’이 비행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기즈맥은 보도를 통해 오는 2016년 본격적인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에어로스크래프트가 완성품을 기준으로 할 때 4천800km 의 항속 거리에 66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고 최고 시속 140마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이 비행선의 차별화된 운송능력이 향후 혁명적인 운송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별화된 운송능력에 대해 기즈맥은 새로운 화물취급 기술과 최소화된 연비, 그리고 수직 이착륙의 특징을 활용한 지정장소로의 직접 운송능력을 꼽았다. 특히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서 활주로가 필요 없기 때문에 지형에 구애를 받지 않는 직접 운송능력으로 인해 비행선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프로토 타입의 초대형 비행선인 '에어로스크래프트 드림 드래곤' ⓒAeros

직접 운송능력의 장점에 대한 예를 들면, 대형 풍력 발전기에 달린 거대한 날개(blade)를 수송하는 과정을 들 수 있다. 지름이 100미터 이상인 대형 풍력 발전기들은 보통 도로가 없거나 있어도 도로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세워지는데, 이런 장소에 엄청난 크기의 블레이드를 수송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쉽게 화물을 수송할 수 없는 산꼭대기에 건물을 짓거나 물자를 수송해야 하는 경우라든지, 비행기가 내릴 수 없고 헬기로도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에 물자를 수송하는 경우가 해당되는데, 어떤 경우라도 비행선은 얼마든지 수송이 가능하다.

비행선은 친환경적 운송수단이기도 하다. 가령 밀림 한가운데서 벌목을 하는 경우 벌목 자체보다도 접근 도로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나무를 베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비행선으로 필요한 물자를 수송하고 대신 벌목한 나무를 실어 나른다면 훨씬 친환경적인 벌목이 가능해진다.

기존 비행선의 장점 위에 부력을 조절하는 기술 더해
비행선은 자체적으로 부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공중에 뜨기 위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도 항공기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 또한 공중에서 정지하는 기능도 상당히 안정적이어서 헬기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 비행선 뒤쪽의 프로펠러는 전기로 작동되기 때문에 소음이 적다. ⓒAeros
하지만 에어로스가 개발한 비행선은 이와 같은 기존 비행선의 장점 위에 한 가지를 더해 기술적 혁신을 마련했다. 이 기술은 내부에 헬륨 가스를 따로 저장하는 밸러스트 탱크를 마련하는 것이다. 밸러스트 탱크는 화물을 탑재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체적으로 부력을 조절해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에어로스크래프트는 전통적인 비행선 구조와 다르게 알루미늄과 탄소복합 재료를 사용하는데, 운행 시 사용하는 전체 양력의 3분의 2는 헬륨가스의 부력으로부터 얻고 나머지는 비행체의 공기역학적 형상으로부터 얻도록 설계되었다. 이 외에도 피스톤 엔진과 프로펠러가 수직 이착륙을 돕도록 제작되었고, 개선된 부력조절장치도 장착되어 있다.

비행선 뒤쪽에 달린 프로펠러는 수소 연료 전지 같은 재생 연료를 사용한 전기로 작동되기 때문에 소음이 적다. 뿐만 아니라 첨단 부력 관리 시스템은 비행기의 균형 장치와 같은 구실을 하고, 자동 시스템은 외부 공기를 비행선 전체의 객실로 들여와 압축해 기내의 무게를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다.

군사적 용도로도 각광받는 에어로스크래프트

항공분야 전문가들은 에어로스크래프트가 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용도의 비행 외에도 탐색구조나 긴급구조 같은 인도주의 임무에 적합한 비행체이지만, 무엇보다도 군사적 용도에 가장 알맞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무인폭격기인 드론을 배치하고 있는 미국 국방부는 에어로스크래프트가 저속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감시정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잠재적으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지역 상공에 머무르는 임시 지휘소의 임무까지 맡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사실 에어로스크래프트 드림 드래곤호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하에 등장했던 ‘왈루스(Walrus)’ 비행선의 후속 작품이다. 초대형 비행선을 군사적인 운송 용도로 사용하려고 했던 왈루스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에 이미 중단되었지만, 여기에 사용하려고 했던 기술들이 고스란히 에어로스크래프트 비행선에 적용되었다.

에어로스사의 관계자는 “세계 최초의 경식 가변부력 비행체로 일컬어지는 에어로스크래프트가 지상지원 시설이 필요 없는 화물 하역 능력 및 보다 경제적인 지점 간 운송능력, 그리고 기존의 방법보다 배기가스가 적은 친환경 운송 수단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상용 및 군용 시장에서 글로벌 화물수송의 혁명을 가져오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3.02.26 ⓒ ScienceTimes


대포병전 승리 향해 진화하는 K9 자주포

대포병전 승리 향해 진화하는 K9 자주포

컴퓨터 사통장치, 자동장전시스템 등

 
▲ 검은 연기를 뿜으며 K9 자주포가 실사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2월 초의 이른 아침. 여명을 뚫고 K9 자주포가 하얀 설원을 달린다. 무한궤도 속에서 출렁거리는 보기륜의 금속마찰음이 차갑게 가라앉은 새벽 공기를 어지럽게 뒤흔든다. “적위치 47/8405, 포대는 034 지역으로 이동하라.” 눈밭을 헤치며 직진하던 자주포부대는 사격지휘소(FDC)로부터 긴급 무전연락을 받고 세차게 진흙을 튀기며 미끄러지듯 방향을 바꿨다.

최근에 들려온 북한의 지하핵실험 소식은 K9 자주포부대의 행보를 더욱 긴박하게 만든다. 자주포의 존재 이유는 북한의 기습도발에 대비한 신속대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목적은 겨울철 적 도발의 위협에 대비한 아군의 화력 대응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정례 혹한기 훈련이다. 사격장에 도착한 K9 자주포부대는 포방열, 사격지휘소 전개, 전방위 통신체계 구축 등 신속하고도 일사분란한 작전을 전개했다.

전방관측소(OP)로부터 표적위치가 알려지고 사격지휘소는 각 포대로 사격제원을 하달했다. “전포대는 즉각 효력사를 실시하라!”는 지휘소의 명령과 동시에 포반장들의 “쏴!”라는 짧은 구령에 사수는 지체 없이 발사버튼을 눌렀다. 지축을 뒤흔드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포신이 역동적으로 후퇴하는 가운데 포구에서 나오는 짙은 화약연기가 포탑을 감쌌다.

사격을 마친 포대는 신속하게 자리를 박차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새로운 진지 도착과 동시에 포방열을 마친 K9 자주포 부대는 곧바로 다시 급속사격을 실시, 목표지역을 초토화시켰다.

오늘날 현대전의 주력은 화포다. 그중에서도 자주포는 화력지원의 주체로서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더 멀리, 더 정확하게 쏘고, 반면에 적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것이 기술력의 요체다. 이를 위해선 첨단 전자, 기계, 컴퓨터공학과 여기에 로봇공학 등이 만들어내는 자동사격시스템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K9 자주포는 이러한 현대전의 요구 하에 탄생한 괴물이다.

8.1m 장포신으로 적후방 격파
자주포의 주임무 중의 하나는 적후방에 있는 종심(아직 최전방에 접하지 않은 적의 후방 주진지)을 타격, 적의 전쟁의지를 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주포는 긴 사거리를 필요로 하고 장포신은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군사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포신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탄자의 운동에너지가 증가, 사거리와 관통력이 늘어난다”며 “포신 길이에 의해 포의 위력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K9 자주포는 역대 최장인 8.1m의 155mm포를 탑재, 최대 40km 이상의 사거리를 갖고 있다. 포는 소구경포의 경우, 탄소 성분을 가해 만든 단단한 특수강의 가운데를 특수 드릴로 파내서 포를 제작하지만 대구경포는 다르다. 하나의 특수강을 고장력의 와이어로 감고 다시 반복해서 여러 장의 특수강을 감은 다층 구조로 이는 재료공학과 컴퓨터 설계기술(CAD)의 발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포의 구경이 커질수록 포탄의 위력도 증가하는데, 이는 사격시 자주포 차체에 큰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수명연한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K9 자주포에 부착된 유기압 현수장치는 스페이드(차체 후부에 장착된 대형 삽날, 사격시 반동을 지면에 전달한다.) 없이도 사격이 가능하고, 포구에 설치된 제퇴기(포구에 뚫린 구멍으로 사격시, 구멍을 통해 가스가 빨려나가면서 포를 앞으로 밀어준다)와 주퇴복좌기(유압실린더의 피스톤이 포의 반동력을 흡수한다)는 사격반동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흡수,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다.

로봇팔로 포탄 자동 장전
▲ 신속한 사격과 진지 이동이 특징. ⓒ연합뉴스
“전 포대는 진지를 이동, 52/8809, 방위각 052 방향으로 포방열을 실시하라.” 다시 사격지휘소의 명령이 떨어졌다. 자주포부대는 신속하게 진지를 변환,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했다. 자주포가 대포병전에서 승리하려면 신속한 사격과 진지 변환이 생명이다. 그러기 위해선 높은 기동성과 자동사격시스템이 필수다.

1천 마력의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K9 자주포는 진흙탕, 눈 덮인 산악지역 등을 막론하고 전천후 기동이 가능하며 360도 제자리 회전을 하는 피봇(Pivot)이 가능하다. 진지에 도착하면 스스로 자동방열을 시행한다. 사수들은 상부로부터 하달되는 사격제원을 자동사통장치 계기판의 디지털 숫자 버튼을 눌러서 기입하기만 하면 된다. 이를 통해 포는 자동으로 타격목표지역으로 포탑을 돌리고, 포구를 정렬시킨다.

과거엔 사수가 이를 모두 수동으로 조작했다. 사격지휘소로부터 대략적인 사격제원을 내려 받으면 포대의 사수는 지역의 온도와 기후 그리고 고도에 관련된 수치를 일일이 환산표를 보고 세부적인 계산을 실시한다. 더불어 차체 외부에서 측지병이 측정 장비를 이용해 측지를 실시하면 사수는 이를 모두 종합해 최종적으로 탄도와 사거리 그리고 장약을 계산하고, 수동으로 일일이 조종핸들을 돌려서 포를 사격방향으로 향하게 했었다.

자동장전시스템은 과거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탄적치대의 전동모터가 체인을 돌려서 탄을 이송기에 밀어주면 포수가 앞에 있는 자동장전장치에 연결하고, 탄을 받은 자동장전장치는 180도 회전 하강한 다음에 탄을 포미 뒤의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놓는다. 탄은 곧바로 약실로 빨려 들어간다. 이는 15초에 3발의 포탄을 목표지역에 쏘는 급속사를 달성하게 한다.

이렇듯 K9 자주포는 포방열, 사격제원산출, 포탑 회전, 탄 선정에서 장전까지의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3.02.2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