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4일 목요일

중국 고도성장, 벽에 부딪혀

중국 고도성장, 벽에 부딪혀

화석연료 소비, 자동차 증가로 ‘킬러 스모그’ 등장

 
중국의 환경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앞서 도시의 오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해외 많은 연구결과들이 선수들에게 커다란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발표했다.

당시 중국은 베이징의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석탄 사용을 금지했으며 자동차도 반씩 운영하도록 하는 2부제 정책을 실시했다. 또한 외교적인 노력도 활발히 전개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노력으로 중국은 올림픽을 무사히 치렀다. 그리고 중국의 잠재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 살인적인 대기오염 킬러 스모그가 베이징 시내를 덮고 있다. 이로 인해 각종 호흡기장애와 심장질환을 야기시키고 있다. 산업과 대중교통시스템 개선만이 해결책이다. 사진은 지난 1월14일 대낮의 풍경 ⓒ12160.org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폭죽놀이를 자제합시다." 다시 살인적인 스모그가 중국 본토를 공격하고 있다. 비단 베이징만이 아니다. 최근 심각한 수준의 스모그 현상에 놀란 중국이 각 지방정부가 춘절(春節 설)의 상징인 폭죽놀이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이징 시당국은 최근 시민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집단 발송해 춘절을 맞아 폭죽놀이가 허용된 날짜와 시간을 안내하고 당국의 대기의 질 관리 정책에 적극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중국에서는 춘절 축제를 음력 1월 1일부터 대보름까지 지내는 것이 일반적인 전통이다.

시당국은 음력 섣달 그믐과 설 이틀 동안만 온종일 폭죽을 터뜨릴 수 있게 했고, 이후 대보름까지는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만 폭죽놀이를 하도록 했다. 또 대기오염이 심하면 폭죽놀이를 줄이거나 금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올 겨울 들어 최악의 스모그를 경험한 중국 중동부의 다른 지방정부들도 춘절 연휴기간 귀성 차량 운행이 급증해 대기오염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비슷한 내용의 시민 홍보전략에 돌입했다. 폭죽놀이는 중국인들이 액운을 쫓고 복을 불러온다는 뜻에서 새해를 맞으며 즐기는 최대 전통 풍속이다. 그러나 스모그로 인해 일상에서 큰 불편을 겪는 지역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전통폭죽 대신 ‘전자폭죽’도 등장
이에 따라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에서는 명절 분위기도 살리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는 '전자폭죽'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화약을 폭발시키는 전통폭죽과 달리 전기를 이용해 비슷한 소리와 빛을 내는 전자폭죽은 가격이 100위안(1만7천원)이 넘어 전통폭죽보다 비싸지만 반복해서 쓸 수 있고 화재 위험도 없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옌지(延吉)시의 한 시민은 "어릴 때부터 매년 설에 폭죽을 터뜨렸는데 올해는 전자폭죽을 샀다"면서 "전통폭죽과 비교하면 볼거리나 분위기는 떨어지지만, 재활용이 가능하고 환경오염도 없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 중국의 춘절 폭죽놀이는 아름다우면서도 요란하기 유명하다. 전통도 깊다. 그러나 최근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춘절의 상징인 폭죽놀이를 자제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zhongshenw.com

‘킬러 스모그’가 중국의 수도 베이징을 덮었다. 4년 전 대기오염 측정이 시작된 지 최악의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충격적으로 높은 오염수준의 원인으로 차량 배기가스 뿐만 아니라 건설현장의 분진과 이례적인 이상한파를 지목했다.

이상한파로 난방용 석탄소비가 급증했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다. 베이징의 자가용 자동차 보유가 급증했다. 2008년 올림픽 당시 300만대에서 지금은 500만대 이상으로 늘었다. 화석연료 소비도 늘어났고, 자동차도 늘어나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주범이 되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올림픽 때도 도시의 대기정화를 위해 자동차 이용을 엄격히 제한했다. 자동차 번호판의 끝자리 수를 기준으로 등록 자동차의 반씩 평일 운행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올림픽 기간 중 오염은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의 운행에 대해 훨씬 완화된 정책을 펴고 있다.

부자들은 자동차를 여러 대 구입
요일별로 자동차의 운행을 금지하는 것이 5부제다. 5일에 한 번 운행하지 못한다. 또한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추첨을 해야 한다. 당첨이 되는 경우만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다. 새로운 차 보유자를 연간 20만 명으로 제한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오염 억제에 별로 효과가 없는 듯하다. 후싱두 베이징 공과대학 교수는 “자동차 보유 제한은 효과적이지 않은 일종의 행정수단이다”라고 말한다. “대신 시장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더 효율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8년 올림픽 당시 자동차 2부제가 실시된 후 베이징의 다수 부유층은 자동차를 한 대 더 장만했다. 새로 구입한 차에 끝자리 수가 다른 번호판을 달아 기존 차와 번갈아 사용하면서 평일 운행 규제를 교묘하게 피했다.

당국의 자동차 소유규제정책으로 인해 베이징 주민들은 친척이나 친구들의 힘을 빌어 자동차 구입권 추첨을 신청한다. 그리고 암거래 시장이 있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

호흡기 장애, 심장마비 크게 증가해
킬러 스모그는 베이징 당국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스모그로 인한 호흡기장애와 심장마비가 크게 증가해 병원 응급실에 환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대기오염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다면 불필요한 희생을 막을 수가 있었다.

대기오염수준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베이징 당국은 왜 자동차 보유를 억제하지 않을까? 상하이는 차량 번호판 가격을 올려 운행차량 대수를 제한했다. 마치 담뱃값을 올려 흡연자의 수를 줄이겠다는 정책이다. 부유층만 자동차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공산당의 평등정책에 위반되는 일이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는 거의 모든 행정기관들이 모여 있다. 모두 관용차량을 필요로 한다. 시진핑 신임 총서기가 이끄는 새로운 지도부는 리무진의 무분별한 이용을 자제하라고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시가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대다수 분석가들은 베이징 공기오염 방지대책으로 시내 주차료를 인상하고 러시아워 중 도심운행 차량에 대한 세금부과 방안을 지지한다. 그러나 베이징의 교통문제는 대중교통문제가 해결되어야만 해결된다. 그때까지 주민들은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를 마시면서 살아야 할지 모른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갈등으로 이어질 듯
실제로 이러한 킬러 스모그가 정치적인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다.

오너드라이버가 되고 싶어하는 주민들의 꿈을 꺾는다면 커다란 문제가 될 것이다. 또 자동차를 소유하지 못한 서민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공산주의 중국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2008년 필자와 만났던 미국의 미래학자 에디 와이너(Edie Weiner)가 들려준 말이 생각난다. “중국은 세계에서 커다란 나라로 성장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들은 환경오염이라는 커다란 문제에 시달릴 겁니다”

“그들은 2008년 올림픽을 열 수 있을지, 없을지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였습니다. 그들이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앞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할 수 있을까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고도의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18세기 산업혁명시대와는 전혀 다른 시기입니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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