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6일 화요일

식물의 번식력을 표현하다

식물의 번식력을 표현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레다와 백조’

 
명화 산책 식물의 자생력은 번식력에 따라 달라진다. 식물은 번식하기 위해 씨를 여러 개 만들기도 하고 하나만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번식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따라서 번식력이 좋은 식물은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번식력이 떨어지는 식물을 멸종시키기도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식물의 번식력을 표현하고자 했던 작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레다와 백조’다.

아이톨리아의 왕 테스티오스와 에우리테미스의 딸 레다는 스파르타의 왕인 틴다레오스와 결혼했지만 남편이 왕국에서 추방당하자 아버지 테스티오스의 궁정에 피해 있었다.

무료하게 보내던 어느 날 레다는 에우로타스 강가에서 목욕을 하던 중 제우스에 눈에 띄게 된다. 레다의 아름다움에 빠져 버린 제우스는 그녀에게 접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제우스는 레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백조로 변신해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 후 레다는 알을 두 개 낳게 된다.

신화의 이본에 따르면 첫 번째 알에서 제우스의 아들인 카스토로와 폴리테우케스가 태어나고 두 번째 알에서 클리타임네스트와 헬레네가 태어난다. 두 번째 알은 레다와 틴다레오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로 인간임을 암시한다.

레다가 낳은 제우스의 아들들은 죽어서 하늘로 올라가 쌍둥이좌가 되고, 클리타임네스트는 아가멤논과 결혼하고 헬레네는 틴다레오스의 뒤를 이어 스파르타의 왕위에 오르는 메넬라오스의 부인이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신화의 내용 중에서 레다와 제우스의 사랑을 묘사했다.
▲ ‘레다와 백조’, 1505~1510년경, 목판에 유채, 69*73 ⓒ솔즈베리 윌턴 하우스 펨브로크 백작 소장

숲속에서 다리를 약간 굽힌 자세로 서 있는 레다는 고개를 숙여 왼쪽의 알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손으로는 백조의 목을 어루만지고 있다. 백조는 날개를 펴 레다를 감싸 안으면서 바라보고 있다. 레다의 발 아래에 있는 두 개의 알에서 태어난 쌍둥이들이 레다를 바라보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전통적인 표현방식으로 레다를 표현했는데, 전통적으로 그림에서 레다는 백조를 껴안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낸다. 무릎을 약간 굽히고 서 있는 자세는 고대 그리스 비너스의 조각상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정숙한 여인을 상징하며 부드럽고 포동포동한 피부는 명암법을 사용해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레다의 시선과 쌍둥이들의 시선이 마주치고 있는 것은 모자지간이라는 것을 암시하며, 백조가 날개를 펴 레다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백조가 제우스라는 것을 상징한다. 레다가 백조의 목을 쓰다듬고 있는 것은 제우스와의 애정을 암시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체의 해부학을 공부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연의 생식력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가 탐구한 자연의 생식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식물이다.

식물학상 정식 명칭이 부들인 이 식물은 꽉 찬 씨주머니를 터뜨려 씨를 멀리까지 퍼져 나가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 식물을 통해 개체를 번식하고 종족을 보존하려는 자연의 섭리를 상징했다. 또한 풍성한 식물로 레다의 주변을 장식해 두 개의 알을 낳은 그녀의 생식력을 표현하려고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 작품을 제작하던 시기는 밀라노에서 체류하고 있었던 시절로 그의 만년의 작품에 속한다. 그는 레다의 이미지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이 주제로 많은 스케치와 그림으로 남겼으며 처음 드로잉에서는 레다가 앉아 있는 모습이었지만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유화 완성작에는 레다가 서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의 원작 소재는 알 수 없으나 문서 기록과 몇 장의 모사본을 통해서 존재가 알려져 있다. 이 작품 역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제자 체사레 다 세스토가 스승의 작품을 모사한 것이다.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3.0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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