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4일 일요일

비만, 당뇨 치료 새로운 길 열어

비만, 당뇨 치료 새로운 길 열어

[인터뷰] 박철승 GIST 생명과학부 교수

 
현대에 들어 비만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 성인병으로 간주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활동량은 적은 반면 섭취하는 식품의 지방질 함량은 증가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비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비만의 원인을 이야기할 때 많은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것은 몸의 균형이 깨어진 상태라는 점이다. 에너지 섭취와 소비의 적절한 균형점이 깨지고, 소비보다 섭취가 증가하면서 몸의 밸런스가 흐트러져 비만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고도의 비만을 앓고 있는 경우는 신진대사가 원활히 작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런 경우 대사질환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 연구진이 비만과 당뇨 등의 성인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박철승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가 ‘세레브론(Cereblon, CRBN)’이라는 단백질이 ‘AMPK’와 직접 결합해 그 기능을 억제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고지방식 먹어도 혈당 낮아져
AMPK는 우리 몸에서 세포 내 에너지 상태를 감지하는 에너지센서로 알려진 대사조절의 핵심 효소를 말한다. 세레브론이란 유전자 변이가 경증의 정신지체를 초래한다는 사실만이 알려졌을 뿐 더 이상의 기능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가 박철승 연구팀 그 비밀을 밝혀냈다.

박철승 교수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의 핵심은 AMPK를 조절하는 단백질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AMPK를 조절하는 단백질은 세레브론으로, 연구팀은 세레브론이 과다하게 발현될 경우 AMPK의 활성이 감소하고, 세레브론이 적게 발현될 때 AMPK의 활성이 증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레브론이 AMPK의 활성을 억제할 수 있는 최초의 내재적 억제 단백질(endogenous negative regulator)임을 밝혀냈다.
▲ 박철승 교수(가운데)가 실험실 학생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GIST

먼저 연구팀은 세포실험을 통해 세레브론이 AMPK의 활성을 억제하는 내생적 억제자(endogenous negative regulator)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생체 내에서 세레브론을 제거하면 AMPK가 인위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해 왔다.

박철승 교수팀은 세레브론의 기능을 밝히기 위해 세계최초로 세레브론 유전자를 제거한 유전자조작 생쥐를 탄생시켰다. 정상생쥐와 유전자조작 생쥐를 14주 동안 고(高)지방식을 투여한 결과 세레브론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는 정상생쥐보다 체중 증가량이 훨씬 낮은 것을 발견했다.

13주 동안 고지방식을 투여한 생쥐의 몸무게는 30%, 체지방량은 37%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와 함께 대사증후군 증상이 현저히 개선된다는 사실과 정상생쥐에서 나타난 지방간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박 교수는 “유전자조작 생쥐를 구축한 후 실험을 진행한 결과 선행실험에서 예상한 바와 같이 세레브론 삭제생쥐의 생체 내 조직, 특히 에너지대사와 관련이 있는 간․체근육․ 지방조직에서 AMPK의 활성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레브론이 AMPK의 억제자로 통상 높은 지방식을 섭취할 때에는 AMPK가 낮은 활성을 보이지만, 세레브론이 제거되면 고지방식에도 불구하고 AMPK의 활성이 높아져 당흡수 또는 지방산화를 촉진시켜 혈당을 낮추거나 체지방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대사질환 치료에 기여 가능
▲ 고지방식 섭취후 정상생쥐에 비해 세레브론(Cereblon)이 결손된 유전자조작 생쥐에서 고지방식에 의해 유도된 비만에 대한 저항효과 사진 ⓒ한국연구재단

해당 연구는 좋은 결과로 현재 주목을 받고 있지만, 박철승 교수의 주위에서는 박 교수 연구팀의 이번 결과에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박 교수의 연구팀이 중추신경계의 이온채널 구조와 기능을 주로 연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험실의 명칭도 ‘분자신경생물학 실험실’이었다.

박 교수는 “우리 연구팀의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세레브론 연구는 이미 10년 전 포타슘 채널의 결합단백질을 찾던 중, 당시에는 그 기능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단백질을 동정하면서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새로운 단백질이 인간의 정신지체 질환의 원인이라면 연구를 계속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세레브론의 기능을 규명하기 위해 이 단백질과 결합하는 세포 내 단백질을 탐색하는 ‘효모 투 하이브리드’ 연구를 진행했으며, 약 5년 전 AMPK의 알파(alpha) 소단위체를 결합단백질의 후보로 두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실험실에서 세레브론과 AMPK의 기능적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호기심을 연구실의 작업으로 이끄는 것은 박 교수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세레브론이 인체의 중요한 생체 기능을 담당할 것이라는 심증(心證)은 있었으나 이것만으로 연구비를 지원받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어려움을 거친 뒤의 성과이기에 더욱 값진 결과였다.

박 교수는 앞으로 비만과 당뇨 등 대사증후군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세레브론의 유전자 변이가 왜 정신지체를 일으키는가에 대한 연구도 마무리 되어가는 단계인 만큼 추후 빠른 시일 내에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2.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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