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0일 일요일

겨울철 식중독의 함정

겨울철 식중독의 함정

설 명절 앞두고 노로바이러스 주의보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설 명절이 다가오는 이맘때마다 으레 내려지는 주의보가 하나 있다.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이 바로 그것.

올해도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질병관리본부는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맞아 최근 증가하고 있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대비해 설 음식 준비시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각 지자체에서도 귀성객의 대이동에 따른 노로바이러스 등의 각종 감염병 발생 예방을 위해 비상방역대책반과 응급의료체계 가동 등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 노로바이러스의 검사 교육과정 모습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질병관리본부의 급성설사 질환 원인 바이러스 감시 현황을 보면, 지난달 13일부터 19일까지 검출된 바이러스 중 노로바이러스가 34.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수인성 식품매개질환의 원인균을 조사한 결과, 노로바이러스 검출건수가 전년 대비 8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에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 중인 7종의 수산물 100건에 대한 노로바이러스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굴 40건 중 1건, 바지락 10건 중 2건, 홍합 10건 중 1건 등 총 4건(4.0%)의 수산물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의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2월 3천500여 명의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환자가 발생해 그중 11명이 사망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바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달 ‘위장염’으로 보고됐던 사례의 58%가 실은 신종 노로바이러스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전파된 이 신종 노로바이러스는 메스꺼움과 설사, 복통을 일으켜 위염이나 장염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특히 많았다는 것.

영국 건강보호관리청에서도 올 겨울 노로바이러스 감염자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해 12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즉, 노로바이러스는 위생과 의료시스템의 미비로 전염되는 후진국형 질병이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빈번히 발병해 확산되는 전염병 인자이다.

특히 2000년 이후 미국, 일본, 유럽 등 위생 선진국에서도 이 병원체가 식중독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을 정도이다.

기온이 낮을수록 더 오래 살아남아
보통 식중독이라고 하면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노로바이러스는 이처럼 겨울철에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일까. 그것은 여름철에 더 번성하는 살모넬라나 병원성 대장균과는 달리 노로바이러스의 경우 기온이 낮을수록 오래 살아남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Norovirus)는 1968년 미국 오하이오주 노웍크(Norwalk) 지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환자의 변에서 처음 발견되면서 ‘norwalk virus’ 등으로 불리다가 2002년 8월 노로바이러스로 명명되었다.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한 후 24~48시간이 지나면 구토, 설사, 복통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건강한 성인의 경우 대부분 1~3일 정도 지나면 자연 치유된다. 그러나 어린이나 노인과 같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탈수 증상을 보일 수 있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노로바이러스가 위험한 이유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계의 스포츠카라고 부를 만큼 빠르게 퍼져나가는 특성이 있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물이나 음식은 물론 분변이나 구토물, 침 같은 분비물을 통해서도 옮겨진다. 따라서 정상적인 면역 상태에서 회복된 사람일지라도 회복된 후 2주간은 노로바이러스가 생존해 있으므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또한 노로바이러스는 단 10개 정도의 입자만 섭취하더라도 감염되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양의 감염식품도 위험할 수 있다.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이질균 등에 의한 일반 세균성 식중독의 경우 원인균이 증식한 부패한 음식을 통해 1만 개에서 많게는 수십만 개의 세균을 섭취해야 발생하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일반 식중독균에 오염된 음식은 부패한 상태이므로 맛을 보거나 육안에 의해서 식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음식은 열심히 살펴보거나 맛을 본다고 해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도 현재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보통 백신은 그 병을 일으키는 병원성바이러스를 다른 세포에 넣어서 길러 독성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만들지만, 노로바이러스의 경우 이 방법으로는 키울 수 없기 때문에 백신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것.

5~10년 후에야 백신 출시될 듯
그런데 2011년 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잔롱 리 교수팀이 병원성이 없는 바이러스에 노로바이러스의 껍질단백질만 입히는 방법을 사용해 백신을 개발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개발이 진행 중인 노로바이러스 백신을 일반인들이 맞게 되기까지는 향후 5~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한다.

최근 미국 조지아대학 식품안전센터 연구진이 발표한 실험결과에 의하면, 노로바이러스가 칼 등의 주방기구를 통해 쉽게 전파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결과는 박테리아에 대한 기존 연구를 고려할 때 놀라운 사실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의 음식물 재료를 동시에 조리하는 상업용 식당의 경우 서로 다른 음식 재료를 썰 때에는 중간 중간 주방기구를 세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소비자원이 2011년 실시한 축수산물 위생관련 소비자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5.4%만이 수산물 조리 후 조리기구나 주방시설을 소독제로 세척한다고 대답해 노로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큰 편이다.

그런데 한 번 감염되면 속수무책일 만큼 빠르게 전파되는 노로바이러스에도 약점은 있다. 일반 식중독균에 오염된 음식의 경우 세균의 독한 배설물 때문에 팔팔 끓여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냉장 상태에서 열흘 이상 생존하는 질긴 생명력을 지닌 노로바이러스도 100도 이상에서 1분 이상 충분히 끓일 경우 살아남지 못한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인스턴트 음식이나 냉장실에 있던 음식의 경우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것보다는 뜨겁게 끓여서 먹는 것이 훨씬 안전한 셈이다.

예전에 어머니들이 설 명절 때 먹고 남은 전이나 생선 조각 등을 큰 냄비에 넣고 푹푹 끓여서 먹음직스런 전골요리로 식구들에게 내놓은 것도 노로바이러스 같은 겨울철 식중독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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