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시냅스 접착단백질 기능 밝혀내
[인터뷰] 고재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공상과학영화나 SF소설을 보면 가끔 주인공들이 손가락을 쫙 펴면서 뇌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양손 열 개의 손가락을 서로 꽉 쥐며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시냅스는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시키는 부위다. 인간의 뇌는 수없이 많은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뇌의 기능은 신경세포들의 대화채널인 시냅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시냅스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구분된다. 갓 태어난 사람의 뇌에서는 흥분성 시냅스가 급속도로 만들어져 주위의 다양한 조직에 자극을 전달하는데, 흥분성 시냅스의 활성이 적절한 규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간질이나 자폐,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발생한다. 시냅스의 흥분‧억제의 불균형이 주요 원인이 된다.
이러한 불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는 시냅스 접착단백질이 주요한 기능을 한다. 이름 그대로 일종의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접착단백질은 시냅스가 초기에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신경세포가 서로 물리‧화학적으로 접촉해 시냅스가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한다. 그러나 우리 뇌에는 엄청난 숫자의 시냅스가 존재하는 데 반해 현재까지 알려진 시냅스 접착단백질은 불과 10여 개에 불과하다.
새로운 접착단백질, 슬릿트랙을 발견하다
시냅스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구분된다. 갓 태어난 사람의 뇌에서는 흥분성 시냅스가 급속도로 만들어져 주위의 다양한 조직에 자극을 전달하는데, 흥분성 시냅스의 활성이 적절한 규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간질이나 자폐,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발생한다. 시냅스의 흥분‧억제의 불균형이 주요 원인이 된다.
이러한 불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는 시냅스 접착단백질이 주요한 기능을 한다. 이름 그대로 일종의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접착단백질은 시냅스가 초기에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신경세포가 서로 물리‧화학적으로 접촉해 시냅스가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한다. 그러나 우리 뇌에는 엄청난 숫자의 시냅스가 존재하는 데 반해 현재까지 알려진 시냅스 접착단백질은 불과 10여 개에 불과하다.
새로운 접착단백질, 슬릿트랙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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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재원 연세대학교 생명시스템대학 생화학과 교수 ⓒScienceTimes |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접착단백질 슬릿트랙(Slitrk)을 발견해 관심을 받고 있다. 연세대 생화학과 고재원 교수와 연세대 의과대학 김철훈 교수가 뇌 시냅스 접착단백질의 기능을 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과학전문지인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1월 23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고재원 교수 연구팀이 밝혀낸 것은 시냅스 접착단백질 슬릿트랙(Slitrk)이 신경세포 간 대화채널인 시냅스의 구조와 기능을 조절해 신경세포의 흥분과 억제 간 균형을 맞춰준다는 사실이다. 현재 슬릿트랙 단백질은 강박증과 정신분열증, 그리고 조울증 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해당 연구성과는 뇌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 연구팀은 시냅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기능을 수행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시냅스는 약 2천 여 종의 단백질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초기 시냅스가 만들어지는데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는 시냅스 접착단백질들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요.
그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미진했고 동시에 최근 들어 임상적 중요성이 밝혀지고 있어 시냅스 접착단백질들에 의한 시냅스의 형성과 기능연구에 초점을 두고 있었습다. 이번에 발표한 논문도 이러한 주제 하에 기획된 것입니다.
중추신경계에서 발현하고 있으며 여러 정신질환들과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던 슬릿트랙 단백질의 시냅스에서의 기능을 연구했습니다. 슬릿트랙 단백질이 시냅스에 존재하며 시냅스의 형성과 유지에 중요하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했고 마지막으로 시냅스에서 ‘접착’ 단백질로 기능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접착과정을 같이 매개하는 ‘짝’ 단백질 (LAR receptor protein tyrosine phosphatases)을 찾았습니다. 더불어 짝 단백질이 슬릿트랙 단백질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그동안 뇌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된다고 알려진 슬릿트랙 단백질은 형질전환생쥐 연구를 통해서 중추신경계 발달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시냅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였는데, 연구팀이 이의 역할과 기능을 밝혀낸 것이다.
고재원 교수에 따르면 기존의 연구에서는 시냅스 단백질의 기능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신경세포의 흥분성‧억제성의 균형이 망가지고 여러 뇌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는 주요 패러다임은 형성돼 있었다. 다만 이러한 뇌질환들의 발병기전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단일 시냅스 단백질의 기능 이상으로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던 것이다.
“하나의 시냅스 단백질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대부분의 시냅스 접착단백질들의 경우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야할 길이 아직 멉니다. 다만 본 연구를 통해서 시냅스 접착단백질들이 작용하는 자세한 분자기전을 이해하는 것이 기존 학계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은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초과학 연구에 집중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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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릿트랙 단백질은 LAR-RPTP 단백질과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흥분성 및 억제성 시냅스의 생성촉진을 유도한다 ⓒ한국연구재단 |
연구팀은 슬릿트랙 단백질이 LAR-RPTP 단백질과 마치 자물쇠와 열쇠처럼 서로 특이적으로 결합해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의 생성을 유도, 두 종류의 시냅스 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여기서 LAR-RPTP 단백질이란 신경세포의 초기 발달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군으로 알려져 있으며, 발견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냅스에서의 구체적인 기능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특히 슬릿트랙 단백질이 LAR-RPTP 단백질의 어느 부위에 결합하느냐에 따라 흥분성 시냅스 생성을 촉진하기도 하고 억제성 시냅스의 생성을 촉진하기도 하는 방식으로 시냅스 생성을 선택적으로 조절해 균형을 유지한다는 구체적인 기전을 밝혀낸 것은 의미가 크다. 이러한 성과를 얻기 위해 연구팀은 상당한 실험과정을 계속해서 거듭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슬릿트랙 단백질이 시냅스에서 접착기능을 수행한다는 여러 실험적 증거를 모으고 있었고, 이와 같이 하나의 ‘짝’으로서 결합하는 단백질을 찾기 위해 생화학적인 기법을 활용해 LAR-RPTP라고 불리는 단백질을 동정하게 됐습니다.
LAR-RPTP 단백질은 1980년대 말에 면역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 의해서 알려진 단백질인데, 2000년대 초반에는 초기 신경세포의 발생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최근에 여러 접착단백질들이 LAR-RPTP와 결합한다는 보고들이 나오면서 시냅스에서의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던 시점에 슬릿트랙과의 직접적인 결합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LAR-RPTP 단백질은 3개의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가 동정한 단백질은 PTPdelta였다. LAR-RPTP 단백질군은 PTPdelta 이외에 PTPsigma, LAR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러 실험방법들을 통해서 PTPdelta와 PTPsigma가 슬릿트랙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PTPdelta는 슬릿트랙 단백질과 상호작용해 억제성 시냅스의 형성에 선택적으로 관여하고, PTPsigma는 슬릿트랙 단백질과 상호작용하여 흥분성 시냅스의 형성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슬릿트랙 단백질이 흥분성 및 억제성 시냅스의 형성에 모두 관여할 수 있으며, 선택적으로 짝을 골라서 특정 시냅스의 형성을 매개한다는 새로운 시냅스 형성기전을 제안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 중에 어려움도 있었다. 무엇보다 외국 연구그룹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그러했다.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중에 외국 경쟁그룹에서 비슷한 연구결과를 먼저 유수의 신경생물잡지에 보고해 고재원 교수팀은 연구결과를 보고하는 데 꽤나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연구결과가 경쟁그룹의 논문에 비해 분명 새로운 과학적 발견들을 포함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움’이 퇴색됐다는 이유로 일부 저널에디터들에게서 개제거부 통보를 받기도 했다.
고 교수는 “논문을 보안하는 과정에서도 리뷰어들이 매우 비평적인 태도를 견지해 세 번에 걸친 보안과정을 거친 끝에 어렵게 출판할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과정이 어려운 만큼 값진 결과여서 고 교수 자신에게도 가장 힘들게 출판한 논문이자 보람된 일로 기억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2013.02.18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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