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강국은 해저탐사도 강국
해저탐사 어디까지 왔나? (하)
“바다는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유일한 희망이다”라고 주장하는 해양탐사 전문가 실비아 얼은 얄궂게 표현해서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때워온 학자다. 그녀는 1970년 실험에서 2주간 해저에 머물렀다. 우주탐사에서 달 착륙과 비교할 수 있는 쾌거였다.
“인간이 로봇보다 낫다”
언론은 “얼의 해저 체류로 인간은 원초적인 주거지로 돌아가 재적응해서 성공적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극찬했다. 원초적인 주거지란 인간이 물고기에서 진화했다는 것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얼은 유명인사가 됐다. 백악관에도 초대 됐고, 무개차를 타고 시카고 시내를 퍼레이드 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인간이 로봇보다 낫다”
언론은 “얼의 해저 체류로 인간은 원초적인 주거지로 돌아가 재적응해서 성공적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극찬했다. 원초적인 주거지란 인간이 물고기에서 진화했다는 것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얼은 유명인사가 됐다. 백악관에도 초대 됐고, 무개차를 타고 시카고 시내를 퍼레이드 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 |
| ▲ 캐머런 감독이 타고 가장 깊은 해저까지 내려간 잠수정 딥씨 챌린저 호 ⓒ내셔널지오그라픽 |
그녀의 실험은 거대한 미개척지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환기시켰다. 탐사도 계속했다. 테스트용 잠수정을 타고 카리브해를 탐사했고, 달려드는 상어의 주둥이를 걷어차기도 했다. 신비에 싸인 실러캔스(coelacanth, 3억5천만년 전에 살았던 어류로 멸종됐다고 알려졌지만 한 어부가 낚아 올려 화제가 됐다)를 찾으려고 야간잠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1979년 얼은 빛을 발하는 푸른 생명체들을 헤집고 수심 380인 태평양 바닥에 단독으로 내려가는 기록을 세웠다. 그녀는 그곳에 미국 국기를 세우고 올라와 TV 다큐멘터리 주인공이 되면서 ‘해저 여왕 폐하(Her Deepness)’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대단한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참고로 수심 500m부터 심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잠수함, 전투나 작전에 직접 참가하는 군사용 잠수함이 활동하는 영역도 보통 이정도다. 그 이상을 내려가려면 특수한 공법이 필요하며, 또한 자유로운 활동이 제약을 받는다.
반면, 발라드는 잠수함을 이용해 심해를 탐사하는 과학자였다. 1960년대 말 얼을 처음 만났을 당시 그는 대학원생에 불과했다. 얼은 이미 자크 쿠스토와 함께 떠오르는 스타였다. 발라드도 얼처럼 비비와 쿠스토가 쓴 책을 읽으며 성장했지만 하지만, 그는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를 좋아했다. 기술전문가이자 모험가인 네모 선장을 우상으로 삼았다.
유인탐사, “비인간적이고 한물간 모델”
얼이 고래와 함께 헤엄치고 물고기를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라고 말하면서 다니는 동안 발라드는 해양지질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해군에 입대해 기계를 만지기 시작했다. 발라드는 유인탐사 프로젝트에도 많이 참여했다. 그러나 가족과 떨어져야 했고, 그로 인해 가정생활이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선임과학자로 일하면서 1년에 몇 달씩 바다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해저탐사를 하는 동안 숱한 고비를 겪었다. 한 번은 잠수정이 바위틈에 끼어 꼼짝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수년이 흐르는 동안 얼의 명성은 계속 치솟았지만 발라드는 유인탐사가 “비인간적이고 만족스럽지 못하며 한물간 모델”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이제 게임은 끝난 것처럼 보인다. 유인탐사가 막을 내리고 로봇에 의한 무인탐사가 주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이야기처럼 해양의 99.9%가 탐사되지 않은 마당에 유인탐사보다는 무인탐사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캐머런 감독도 무인탐사를 주장하는 발라드 편으로 돌아섰다. 정부도 무인탐사 편이다.
얼은 외톨이기 됐다. 지난해 에릭 슈미트 회장은 심해저에 닿을 수 있는 쌍둥이 잠수정을 제조하려는 얼에게 투자를 거부했다. 그러나 그의 희망은 되살아났다. 최근 비영리기관인 글로벌 오션스와 제휴해 글로벌 딥 서브머전스 프로젝트(Global Deep Submergence Project)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유인해저탐사를 위한 마지막 노력이다. 잠수정 설계와 운용계획은 마련됐다. 이제 5천만 달러만 확보하면 된다. 옛 우주왕복선과 비교하면 변기(便器) 두 개의 값보다 싸다. 과연 이 마지막 해저탐사가 어떤 바람을 불러올지 세계 해양전문가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유인 잠수정은 그 막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우주강국은 해저탐사도 강국
한편 최근 우주탐사가 세간의 주목을 끄는 동안 해저탐사에 대한 소식들은 묻혀버린 듯하다. 그러나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해양 선진국들 간의 해저탐사 경쟁은 치열하다. 우주탐사가 하나의 과시용(show off)이라면 해저탐사는 현실적이다. 우선은 해저의 자원을 캐내는 경재적 목적은 물론 군사적 목적이 있다.
우주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은 최근 해저탐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동안 해저탐사에는 이렇다 할 별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2011년 수심 5,000m대 유인탐사에 성공한 데에 이어 2012년 6월에는 7천m대까지 성공했다.
유인 잠수정이 7천m 잠수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일본, 한국에 이어 중국이 다섯 번째로, 중국은 세계 해저의 대부분을 탐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중국의 유인잠수정 자오룽(蛟龍, 중국의 전통적인 뿔이 없고 비늘이 있는 용) 호는 승무원 3명을 태우고 서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서 실시된 잠수에서 7천15m까지 내려가는 데 성공했다.
해양탐사에서 이미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해저자원 확보에 팔을 걷어 부쳤다. 일본은 지난 1월 첨단기술 산업에 핵심 원료로 쓰이는 희토류를 개발하기 위해 태평양 해저 탐사에 나섰다.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인 미나미토리시마(南鳥島) 부근의 해저지역에 대한 탐사에 착수한 것.
이번 탐사는 지난해 6월 도쿄대학에서 이 지역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220년간 사용할 수 있는 희토류 680만 톤 가량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희토류의 90% 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양국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희토류 공급을 볼모로 삼으면서 불만이 고조돼 왔다.
‘해미래’, 우리나라 심해탐사의 미래
우리나라는 다른 해양선진국에 비해 무인 잠수정 개발에 늦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수준의 선박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해양장비기술과 무인잠수정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국내무인잠수정으로는 1993년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해저탐사를 위한 씨로브 300(CROV 300)을 개발한 것이 처음이다.
대우조선이 러시아의 IMTP로부터 6천m급 AUV의 기술을 도입해 AUV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해1996년 자율항해무인잠수정(AUV) 옥포-6000(OKPO-6000)을 개발했다. 이 잠수정은 해저지형 및 해저에 있는 망간단괴 등의 자원과 가라앉은 선박 등을 탐사할 수 있다. 이어서 2003년 민군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반자율항해 무인잠수정 소브(SAUV)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주)대양전기 공동으로 개발되었다.
![]() |
| ▲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개발한 무인잠수정 '해미래'. 미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네 번째 6000m급 잠수정이다. 전문가들은 첫 우주선 나로호와 견줄만한 과학적인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
우리나라 심해탐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잠수정은 ‘해미래’다. 해미래는 지질 생태계 연구와 함께 심해 광물자원 탐사, 극지연구 등이 가능한 다목적 잠수정이다. 정부가 2001년 5월부터 2007년 4월까지 약 120억 원을 들여 개발한 것으로 해저 6천m까지 잠수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로봇 팔과 최첨단 센서를 장착한 해미래는 길이 3.3m, 폭 1.8m, 높이 2.2m 로 무게가 3.2톤에 달하며 시속 1~1.5노트 정도로 운항할 수 있다. 2006년 시험과정에서 서태평양 필리핀 해 수심 5,775m까지 잠수해 약 3시간 동안 해저를 촬영하고 로봇 팔과 센서 등 탑재장비 작동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당초 목표한 태평양 심해저를 비롯한 전 세계 대양의 95%를 탐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해미래 개발로 한국은 미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6천m 급 심해 무인잠수정 보유국이 되면서 해양탐사 부문의 유망한 후발주자로 떠올랐다. 해양과학 분야 전문가들은 해미래 개발을 국내 첫 우주선 나로호와 비견할 만한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2010년 8월 11일 처음 공개된 무인잠수정 '이심이'는 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지난 10년 간 개발한 순수 국산 무인잠수정으로 전통 설화 속 물고기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심이'는 별도 충전 없이 6시간 잠수가 가능하며, 최대 100m 깊이 해저에서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가면서 항해할 수 있다.
선수부에 각종 과학 센서들을 붙일 수 있으며, 해저를 횡단하면서 얻는 데이터를 이용해서 수중의 환경 맵을 만들 수도 있다. 군사적 용도로도 전용이 가능해 적군이 설치한 기뢰를 탐지하며 탄두를 달면 어뢰로도 쓸 수 있다. 수심이 얕고 해저 장애물이 많은 서해지역에 안성맞춤이다. 국내 한 방위산업체가 75억 원에 기술을 넘겨받았다.
심해 탐사는 우주탐사 만큼이나 어렵다.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수압이 1기압씩 증가한다. 수심 1만m 바다 속에 들어가려면 1천기압을 견뎌야 한다. 1천기압이면 손톱만한 면적에 승용차 한대 무게가 내리 누르는 압력과 비슷하다. 이처럼 해저에는 또 다른 우주가 있다.
우리는 이미 우주선 나로호 발사에 성공을 거두어 우주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제는 우주가 아닌 해저탐사에서도 그 저력을 발휘할 때다. 우주기술과 해저탐사기술은 여러 면에서 공통적인 면이 많다. 그래서 우주강국이 해저탐사에도 강국이다.
저작권자 2013.02.22 ⓒ ScienceTimes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