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1일 목요일

600여 년 된 소나무의 이야기

600여 년 된 소나무의 이야기

'노송도가 프리젠테이션 쇼' , 서울 미술관에서 23일 열려

 
인왕산 북동쪽 바위산 기슭에 자리 잡은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인 석파정. 흥선대원군이 탐을 내 결국 자신의 별장을 만들었을 정도로 그 풍경이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거대한 바위 언덕이 든든하게 막을 쳐주고 숲과 정원에 깨끗한 계곡이 흐르는 이곳에 서울미술관이 작년에 개관했다. 세월만큼이나 굴곡이 많았던 석파정. 그곳의 이야기가 ‘노송도가(老松圖哥) 프리젠테이션 쇼’라는 융합공연을 통해 23일 6시에 공개된다. 기획자인 류임상(이하 류) 씨와 총연출가인 김태은(이하 김) 씨를 만나 공연에 대해 이모저모를 질문했다.
▲ ‘노송도가(老松圖哥) 프리젠테이션 쇼’라는 융합공연이 23일 6시에 서울 미술관에서 열린다. ⓒLab/16.9

- ‘노송도가 프리젠테이션 쇼’ 공연 내용은 무엇인가.

(류) ‘노송도가 프리젠테이션 쇼’의 소재는 석파정에 있는 600여년 된 소나무다.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다양한 사람과 만나온 소나무. 그곳을 지나쳐 간 사람들 수만큼 소나무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법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미디어아트, 무용, 사운드아트를 매개로 바로 그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 구체적으로 공연의 파트 담당을 소개해 달라.

(김) 미디어아트는 공연장 분위기를 담당했다. 사면을 모두 미디어아트 영상이 채워진다. 특히 한쪽 면은 실을 스크린으로 하여 영상을 더욱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영상 안에서 한 사람이 소나무를 그리는데, 영상은 그 붓놀림에 집중하게 된다. 결국 그 붓놀림은 무용가들의 춤사위로 변하게 된다. 사운드아트는 일상의 소리를 통해 공연장의 현실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노송도가’에서 ‘가’를 ‘노래 가(歌)가 아닌 ’소리 가(哥)‘를 쓴 이유이기도 하다. 노송의 세월과 함께 한 시간·환경을 잘 담고 있는 주위의 '소리'가 사운드트랙에도 주요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 기획 의도는.

(류) 원래 ‘노송도가(老松圖哥) 프리젠테이션 쇼’는 전통과 역사 유물에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도입해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댄스필름(Dance-Film)’ 이다. 쉽게 말해 무용을 기반으로 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공연을 기획한 이유는 프로젝트로 끝나면 그것으로 감흥이 끝나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노송도가’를 촬영하면서 얻었던 모티브와 영상과 테마를 다시 공연으로 풀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것이라는 판단도 한 몫했다.
▲ 원래 ‘노송도가(老松圖哥) 프리젠테이션 쇼’ 는 전통과 역사 유물에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도입해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댄스필름(Dance-Film)’ 이다. ⓒLab/16.9


- 융합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융합이 활성화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달라.
(류) 개인적으로는 융합이라는 코드 자체가 대안이나 이제와는 다른 재미있는 무엇이 아니다. 융합 자체가 새로운 이벤트가 아니라 원래 원형이었다. 단지 세대가 지나면서 각자 이해관계와 이데올로기에 의해 분화되고 전문화 된 것이다. 그래서 뭉쳐서 무엇을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원형으로 복귀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 안에서 또 다른 새로움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존 틀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시각으로 인해 세상에 대한 이해도 한층 깊어질 수 있어서이다.

- 융합 공연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이유.

(김) 다른 영역의 사람들은 각자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다른 견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극단적으로 프로젝트가 12월에 있다면 1월에서 6월달까지 계속 논의만 하다가 정작 11월 달이 되어서 ‘알아서 하죠’라는 형태가 되기도 한다. 짜진 시나리오처럼 공연이 진행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융합 공연을 하는 사람은 공연의 공통된 인자가 뭔지 알아야 한다. 공통적으로 합의된 지점만을 공유하고 나머지는 서로 다 지켜주는 쪽으로 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솔직하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

다행히 이번 프로젝트는 진행 되 온 과정이 일일이 기록되고 아카이브 된다. 지역적 한계로 함께 공유하지 못하는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을, 자료로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정보로 이용될 수 있다. 기록으로 남기게 되면 다음 융합공연 준비가 훨씬 수월해지게 된다. 이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그럼에도 융합공연이 매력적인 이유는.
(김) 프리재즈는 모든 전통적인 규칙과 원칙이 파괴된, 매우 자유롭고 우연적인 음악이이다. 연주가들은 개별적인 표현 욕구를 구속 없이 주관적으로 즉흥연주를 하기 때문에 조성도, 박자도, 형식도 없다. 그런데 융합공연에도 이런 즉흥성이 있다. 그래서 행위 하는 사람도 즐겁고 그 현장에서 많은 에너지를 받기도 한다. 다음 작품에 대한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영감을 얻어가는 작가도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류) 융합공연은 오감체험이다. 글로 말로 표현해낼 수 없는 이유이다. 지금도 연출하는 사람과 무용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것 자체에서도 강한 임팩트가 있고, 울림이 있다. 무엇을 알아서가 아니다. 혹시 플란다스의 개라는 애니매이션을 아는가? 마지막 장면에서 네로가 성모마리아 상 앞이 편안하다고 파트라슈와 함께 그곳으로 가서 죽는다. 비록 미학과 예술을 전공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 융합공연도 마찬가지이다. 그 자체로 경험이고 느낌이다.

- 마지막으로 융합공연이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는가.
▲ 김태은 총연출가 ⓒLab/16.9
(김)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서, 무서운 것을 체험하기 위해서 우리는 직접 비용을 지불한다. 이는 거부감이 없다는 말과 같다. 융합공연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새롭고 못 경험해 본 것에 마음을 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만 자연스럽게 얻어갈 수 있고 그러다보면 확산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류) 조금은 무거운 말일 수 있는데, 융합이라는 주제가 트랜드로 다뤄지지 않았으면 한다. 유행처럼 번지다가 산업적 가치가 떨어지면 버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가치 있지만 수익이 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3.02.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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