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7일 목요일

논문 조작,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

논문 조작,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

모든 연령·직위에서 부정행위 적발

 
위조, 변조, 표절 등 연구 부정행위와 기만행위가 연령이나 직위에 상관없이 모든 계층에서 발생한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게다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연구자 중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과학계에서는 연령과 직위에 상관 없이 연구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ScienceTimes
미국 워싱턴대학교, 예시바대학교, 러트거스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1994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연구윤리국(ORI)이 적발한 228건의 부정행위 사례를 조사했다. 그 결과 94%에 달하는 215건이 심각한 수준의 기만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윤리강령을 숙지하지 못한 학생과 박사후연구원 등 신진 연구자들의 부정행위 비율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조사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학생, 박사후연구원, 교수, 연구관련자 등 전 계층에 걸쳐서 부정행위가 적발된 것이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연구자 중 남성의 비율은 전체 평균 65%로 여성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남성이 62.5%를 차지하는 교수 계층에서는 남성 부정행위자가 88%에 달하는 등 성별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연구결과는 ‘과학적 부정행위를 저지른 생명과학 연구자 중 남성 비율 과도(Males Are Overrepresented among Life Science Researchers Committing Scientific Misconduct)’라는 논문으로 정리되어 미생물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 ‘엠바이오(mBio)’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논문 철회 대다수는 부정행위와 기만행위가 이유

아투로 카사데발(Arturo Casadevall) 예시바대 교수와 페릭 팽(Ferric C. Fang) 워싱턴대 교수는 과학계의 연구 부정행위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지난해 3월까지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논문 데이터베이스 ‘펍메드(PubMed)’에 게재된 연구결과 중 발표를 철회한 2천47건의 사례를 분석해 10월에 발표한 바 있다.

‘과학출판물 철회 사유의 대다수는 부정행위(Misconduct accounts for the majority of retracted scientific publications)’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논문 철회 중 2/3는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정행위가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많은 사유는 ‘기만행위’라 불리는 중대한 부정행위였다.

과학계에서는 연구의 진실성을 해치는 행위를 부정행위(misconducting) 또는 기만행위(fraud)라 부른다. 관측된 바 없는 결과를 집어넣는 위조(fabrication), 관측 결과의 내용을 바꾸는 변조(falsification), 남의 결과를 가져다 쓰는 표절(plagiarism)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부정행위가 적발되었다는 것은 실수가 아닌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의미다. 투명하고 명확해야 할 과학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과학계 전체에 피해를 입히고 과학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이기적인 행위다.

연령·직위 상관없이 모든 계층에서 부정행위 적발

지금까지는 부정행위의 대부분을 학생이나 박사후연구원 등 젊은 계층의 연구자들이 저지르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논문 실적이 좋아야 장학금이나 연구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교수로 임용되거나 우수기업에 취업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신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부정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사데발 교수와 팽 교수가 조운 베네트(Joan W. Bennett) 러트거스대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미국보건복지부(DHHS)가 지원하는 연구 중 1994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연구윤리국(ORI)은 총 228건의 부정행위 사례를 적발했으며 심각한 기만행위가 215건으로 94%에 달했다. 그러나 이 중에서 젊은 계층의 연구자는 40%에 불과했다.

나머지 60% 중 32%는 교수였고, 28%는 조사원·기술자·인터뷰어 등 연구관련자였다. 연령이나 직위에 상관없이 모든 계층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의미다.
▲ 연구 부정행위는 학생, 박사후 연구원, 교수, 연구관련자 등 연령과 직위에 상관없이 전 계층에서 적발되었다. ⓒmBio

또한 성별 분포에 있어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았다. 부정행위자 중 남성의 비율은 평균 65%로 여성보다 높았으며 특히 교수 계층에서 남성 부정행위자의 비율이 88%에 달했다. 교수의 성별 분포는 남성이 62.5%, 여성이 37.5%이지만, 부정행위를 저지른 72명의 교수 중 여성은 9명으로 기대치 27명의 1/3에 불과했다.

나머지 계층은 남성의 비율이 평균 수준이거나 평균을 밑돌았다. 학생 중에서는 남성 부정행위자가 58%, 연구관련자는 43%, 박사후 연구원은 69%였다.

이번 논문은 남성의 비율이 높은 이유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카사데발 교수는 예시바대의 발표자료를 통해 “부정행위나 기만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라며 “남성은 여성보다 경쟁심이 강하고 처벌의 위험에 덜 민감한 것이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또한 “직위가 높아질수록 근무조건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예상은 잘못됐다”며 “실험실의 규모가 크고 연구비의 액수가 높아질수록 논문에 대한 압박이 커져서 결국 부정행위에 대한 유혹에 굴복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학생과 신진 연구자들만이 윤리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를 참고하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사데발 교수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처럼 정기적인 연구 윤리교육도 대학 내 모든 계층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2.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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