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6일 화요일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는 속설, 사실일까?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는 속설, 사실일까?

연인들은 호흡과 심박수가 같아지기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또한, 오래 함께 살아온 부부도 갈수록 서로를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이는 단순한 속설이 아니다. 실제로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말이다. 최근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은 함께 있을 때, 호흡과 심박수가 같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의 에밀리오 페레 교수팀은 최근 실제 연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행한 결과,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은 함께 있으면 호흡과 심박수가 같아진다고 미국 심리학회저널 '감정(Emotion)'을 통해 발표하였다. 연구팀은 이성애자 32쌍의 연인을 대상으로, 심박수와 호흡패턴을 분석하는 실험을 실시하였다.
▲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닮아가며, 이를 반증하는 여러가지 연구 결과가 나와있다. 사랑을 하면 콩깍지가 씌인다는 말도, 사랑을 하면 더 예뻐진다는 말도, 사랑을 하면 더 건강해진다는 말도 모두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Science Times

연구진은 실험에 참여한 32쌍의 연인들에게 서로 말을 하거나 접촉하지 말고, 나란히 앉아 있어 달라고 하였다. 그 뒤, 연구팀이 제시한 어떠한 행동을 취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 결과, 참가한 32쌍의 모든 연인들이 같은 리듬으로 심박수와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함께 있는 연인의 심박수와 호흡이 같은 이유는 여성이 파트너인 남성의 리듬에 맞추는 것으로, 아마도 여성의 파트너와의 공감능력이 남성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서로 안면이 없는 남녀에게도 같은 실험을 진행하였으나, 심박수나 호흡이 같아지는 경향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동물적 욕구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사랑
사랑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공복이나 갈증과 같은 동물적 욕구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사랑에 관해 많은 연구를 진행한 인류학자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사랑을 크게 정념(lust)과 연심(Attraction), 애정(Attachment)의 세 단계로 나누기도 했다. 이 단계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며,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사랑은 과거부터 생물학적 측면이나 뇌과학적 측면보다는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부분에서 많이 다루어졌다. 인간의 '감정' 자체를 과학적으로 보기보다는 추상적인 의미에서 다룬 적이 많다. 그래서 사랑을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만큼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사랑은 비단 연인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 표현 방법 역시 한결같지 않다. 가족을 사랑하는 가족애,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 친구를 사랑하는 우정 등 형태에 따라 다른 방식을 보인다. 물론, 때에 따라 증오에 치우친 사랑도 있으나 이는 사랑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랑이 미움의 대립 개념으로 알려져 있기는 해도 말이다.

사랑에 빠지면 콩깍지가 씌인다?
사랑에 빠진 가장 대표적인 증세는 이른바 '콩깍지가 씌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의 나쁜 점이나 좋지 않은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는 비판과 의심하는 기능이 일시 중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지난해 11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신경미학과의 세미르 제키 교수는 MRI 스캔을 이용하여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를 관찰한 결과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성적인 판단 기능이 잠시 정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대뇌의 전두엽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지돼 비판하거나 의심하는 기능을 상실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전두엽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지되면서 다른 사람을 비판하거나 의심하는 것과 같은 감정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현상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만 비활성화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한테는 눈에 보이는 게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셈이다.

연구를 진행한 세미르 제키 교수는 "이와 같은 뇌의 작용은 생물학적인 목적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 확률이 높다"며, "사랑에 빠진 사람은 도파민 분비 수치가 일반인보다 높게 나타나며, 세로토닌의 감소로 인해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끼기도 한다"라고 하였다.

사랑에 빠지면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도
흔히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 앞에서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을 더듬게 된다. 종종 얼굴이 빨개지면서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두근거리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면 실제로 몸에서는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면 도파민과 옥시토신,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많은 화학물질이 관여되면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나타내는 신체적 변화로 마약을 복용했을 때와 반응하는 부분이 같다는 것이다. '사랑은 마약과도 같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일리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 신경과학자 루시 브라운 교수팀은 이와 같은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연구팀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여성 10명과 남성 7명을 대상으로 연인의 사진을 보여준 뒤 나타나는 뇌의 반응을 MRI로 촬영하고 관찰한 결과,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동기와 보상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을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뇌는 좋은 짝을 고르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사람에게 특정한 동기를 부여하여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도 하게 만든다고 한다. 또한 이를 통해서 느낌이 좋은 대상 또는 공을 들일 만한 대상을 찾으면 일종의 '보상'을 받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사랑에 빠지면 정신적인 변화와 함께 뇌의 지적 영역에도 변화가 함께 일어나는데, 이런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고작 0.2초라고 한다.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뇌의 12개 영역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희열감을 자아내는 화학 물질을 방출한다는 것이다. '첫 눈에 반한다' 라는 말도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사랑은 짧은 시간에 찾아와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는,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과학으로 전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3.02.26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