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7일 수요일

출판시장의 새 패러다임, 전자책 열풍

출판시장의 새 패러다임, 전자책 열풍

스마트폰 보급 증가로 활성화

 
도서 시장의 판도가 심상찮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가계가 책을 사는 데 지출한 비용은 월평균 2만570원. 2003년 이래 가장 적은 금액이다. 경제가 어려운 만큼 국민들이 책 구입에 주머니를 닫은 것이다.

이에 따라 소득 격차와 비례해 정보 격차도 늘어나고 있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계는 지난해 책을 사는 데 월평균 6천595원을 지출했다. 이는 상위 20%에 속하는 5분위 가계의 월평균 3만2천583원의 20%에 불과하다.

인터넷의 발달과 IT기기의 보급으로 예전부터 책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필요한 정보가 사이버 세계에 널려 있어 책은 더 이상 정보 제공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지하철의 풍경만 보더라도 승객들이 모두 휴대폰을 들여다볼 뿐 책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이제 보기 힘들다.

그런데 최근 독서의 저해 요인으로 꼽히는 IT기기들이 오히려 책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전자책(e-book) 열풍이 그것이다.
▲ 휴대용 IT기기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전자책의 출간도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 여론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작년에 미국인 25%가 전자책으로 독서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동안 종이책을 읽은 미국인은 5%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등의 IT기기 보급률이 높은 우리나라도 요즘 들어서 전자책의 출간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교보문고는 지난 20일 e-book 콘텐츠를 낱권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 가입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받는 연간회원제 e-book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지식과 지혜의 샘이라는 뜻을 담아 ‘sam'이라고 명명된 이 서비스는 정해진 월정액을 내면 가입한 서비스 종류에 따라 매월 5권에서 12권의 전자책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교보문고가 제공하는 전용 전자책 단말기 이외에도 PC, 스마트폰, 테블릿PC 등 여러 디바이스에서 호환이 가능하며, 온 가족이 각자 읽은 책을 서로 공유하며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또한 사용자가 직접 책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개인의 독서 취향과 패턴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적합한 책을 찾아주고 권해주는 서비스로 책 선택의 편의성을 높여 사용자들이 쉽게 전자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책을 읽다가 자신의 마음에 든 문장이나 리뷰, 독서노트 등을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서비스의 장점이다.

대하소설도 전자책으로 출간돼
한국 근대사의 모습을 장대한 서사 속에서 치밀하게 묘사해 한국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는 그동안 전자책으로 읽을 수 없었으나, 최근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됐다. ‘크레마 터치 100년의 걸작, 박경리 조정래 에디션’이 바로 그것.

이 상품은 토지와 함께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한강’ 등 종이책 기준 총 41권, 15만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때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볼 수 있는 전자책으로 만든 것이다.그동안 전자책으로 발간된 소설들이 로맨스나 성인소설 등 주로 가벼운 장르였던 사실을 감안할 때 이 상품의 출시는 이제 대하소설도 전자책으로 출간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셈이다.

국공립 도서관에서는 대부분 전자책을 대여하는 전자도서관도 개설하고 있는데, 최근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전자책 대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옛 서울시 청사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10월 26일 개관한 서울도서관에서는 8천여 종의 전자책이 서비스 되고 있는데, 개관 이후 전자책 대출 건수는 벌써 2만여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도서관의 전자책 홈페이지

서울시의 SH공사도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SH공사의 임대주택 거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이 전자도서관에는 전자책 5천여 종과 동영상북, 키즈북 등 다양한 콘텐츠가 구비되어 있어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전자책을 대출·반납하고 예약·연장까지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아예 종이책을 한 권도 소장하지 않고 전자책만으로 된 공공 도서관이 올 가을에 문을 열 예정이다. 텍사스주 벡사 카운티에 건립될 이 도서관에는 1만여 권의 전자책과 150여 개의 전용 단말기를 비롯해 랩톱 컴퓨터, 태블릿PC 등이 구비된다. 전자책만 구비되므로 별도의 사서가 필요 없어 도서관 운영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절약된다는 장점이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새로운 등용문 역할
이처럼 전자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름에 따라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소설을 발표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르는 경우도 많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평범한 주부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캐런 매퀘스천이다.

캐런은 작가가 되기 위해 10년 동안 원고를 들고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책을 내기로 결정했고, 그 방법은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책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후 그녀의 소설은 독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지난해 봄 그녀는 여행과 힐링을 테마로 한 소설 ‘집으로 가는 먼 길’을 아마존 킨들의 전자책으로 출간했는데, 24시간 만에 3만 부나 다운로드 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현재까지 50만 건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 전자책은 미국 아마존 킨들북 판매 순위 8위에 선정되었으며, 그 여파로 종이책으로도 발행되기에 이르렀다.

이 작품은 우리말로 번역되어 국내에서도 출간되었다. 또한 그녀의 소설 중 세 여성의 우정을 그린 ‘흝어진 삶’은 할리우드 제작사와 계약을 맺어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지식재산 대중화를 위해 전문 출간서를 아예 처음부터 전자책으로 발행하는 기관도 늘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 19일 ‘해양플랜트 및 조선분야 특허․기술안내서’를 전자책으로 발간했다. 발명이 특허로 보호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비롯해 최근 부각되고 있는 해양플랜트 및 조선분야의 최신 기술을 담은 이 책은 동영상, 3D 등의 멀티미디어와 아바타, 캐릭터 등을 이용해 독자의 편의와 이해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전자책의 콘텐츠를 활용해 신간을 홍보하는 출판사도 등장했다. 출판사 미디어바오밥은 스마트폰의 전자책 어플을 통해 제공되는 무료 전자책 사이에 최근 출간한 아동용 학습만화의 광고를 집행해 주목을 끌고 있다.

또 위즈덤하우스는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를 활용해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해 회당 평균 1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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