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1일 목요일

세상에서 가장 짠 ‘돈 후안 호수’

세상에서 가장 짠 ‘돈 후안 호수’

화성과 비슷해 ‘물’ 탐색에 도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물 중에서 가장 짠 물은?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에 있으며 바닷물보다 5배나 염도가 높다는 ‘사해(死海)’라 대답하기 쉽다. 그러나 정답은 남극의 ‘돈 후안 호수(Don Juan Pond)’다. 염도가 무려 바닷물의 18배, 사해의 8배에 달한다.

▲ 돈 후안 호수는 남극 중에서도 건조하고 추운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얼거나 증발하지 않는다. ⓒUniversity of Georgia
돈 후안 호수의 신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인데도 물이 마르지 않고 영하 50도의 추위에서도 얼지 않는다. 화성과 자연조건이 비슷해 천문학자와 지질학자의 협동연구가 자주 이루어지는 곳이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 공동연구진이 돈 후안 호수의 비밀을 알아내 화제다. 기존의 주장대로 소금물이 땅 속에서 솟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의 습기가 염도 높은 토양과 결합해 소금물을 만들었다. 게다가 돈 후안 호수 주변의 지형이 최근 확인된 화성의 환경과 비슷해 외계에 존재할 ‘물’을 탐색하는 데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다. 논문의 제목은 ‘지구에서 가장 짠 돈 후안 호수의 원천이자 화성 연구의 열쇠는 지표층의 염화칼슘 소금물(Don Juan Pond, Antarctica: Near-surface CaCl2-brine feeding Earth’'s most saline lake and implications for Mars)’이다.

염도가 바닷물의 18배, 사해의 8배라 얼지 않아

1961년 미 해군의 헬리콥터 조종사인 돈 로(Don Roe) 중위와 존 히키(John Hickey) 중위가 남극의 맥머도 드라이 밸리(McMurdo Dry Valleys)에서 길이 300미터, 폭 100미터 가량의 호수를 발견했다.

남극 중에서도 특히 온도가 낮은 곳인 데다가 눈도 거의 쌓여 있지 않은 극히 건조한 사막지역이었지만 물이 증발하거나 얼지도 않아 관심을 끌었다. 호수는 두 사람의 이름을 따 ‘돈 후안(Don Juan)’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영어 이름 ‘존’을 스페인식으로 ‘후안’이라 표현해 전설 속 바람둥이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돈 후안 호수가 얼지 않는 이유는 높은 염도 때문이다. 물에 녹아 있는 소금의 비율이 일반 바닷물의 18배에 달한다. 바닷물보다 염도가 5배나 높다는 ‘사해’보다도 8배나 높은 수치다. 그러나 건조한 지역인데도 물이 증발하지 않고 남아 있다는 사실은 설명되지 않았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소금기가 섞인 지하수가 솟아나면서 호수가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캐나다 브라운대학교와 미국 오레건주립대학교, 보스턴대학교의 지질학자로 구성된 합동연구진은 두 달에 걸쳐 호수를 촬영해 물이 어디서 공급되는지 직접 알아내기로 했다.
▲ 남극 중에서도 특히 춥고 건조한 지역에 위치한 돈 후안 호수는 공기 중의 습기가 소금기를 머금은 토양으로 녹아드는 조해 현상 덕분에 수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Scientific Reports

공기 중 습기가 소금기 머금은 땅에 녹아들어

연구진은 호수 주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일정한 주기를 두고 간헐적으로 사진을 찍는 저속촬영 기법을 적용했다. 두 대의 카메라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의 기간에 각각 2분과 5분의 간격을 두고 총 1만6천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 중에서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두 달 동안 찍은 사진은 동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http://vimeo.com/59154751)

온도, 습도, 날씨를 기록한 기후 데이터와 사진을 비교한 결과, 하루 중에서 기온이 가장 높을 때 호수의 수위도 최고조에 달했다. 영구동토층이 햇볕에 녹아 물이 호수로 흘러든 것이다. 돈 후안 호수의 물 공급원은 지하수가 아닌 주변 표층의 얼음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높은 염도를 설명할 수 없다. 연구진은 호수 서쪽에서 촬영된 화면에서 단서를 얻어냈다. 염화칼슘 소금의 함량이 높은 침전물 사이로 어두운 색의 줄무늬가 나타난 것이다.

‘물 자국’이라고도 불리는 줄무늬는 호수 북쪽 절벽면에서도 발견되었다. 공기 속의 습기가 소금기 많은 토양에 흡수되어 지하의 영구동토층으로 스며들었다가 여름이 되어 기온이 올라가면 호수로 소금물이 녹아 흘러든 자국이다.

기체 속 습기로 인해 고체가 녹는 과정을 지질학에서는 ‘조해 현상(deliquescence)’이라 부른다. 소금 용기의 뚜껑을 열어두면 습기를 빨아들여 눅눅해지는 것도 조해 현상 때문이다.

춥고 건조한 남극은 화성의 상황과 유사해
▲ 최근 화성에서도 조해 현상으로 소금물이 흘러 내린 '물 자국' 또는 '재발성 경사선'이 발견되어 남극과의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NASA
남극의 호수가 조해 현상으로 인해 수위를 유지한다는 사실이 왜 중요할까. 연구진은 브라운대 발표자료를 통해 “과거 화성에서 습기가 뭉쳐 호수가 생겨난 원리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운 지역에서는 계절의 반복에 따라 매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장소에서 수분이 한데 뭉친다. 경사면이 있다면 아래로 계속 흘러내리며 실선 모양의 자국을 남기게 된다. 지질학에서는 주기적으로 생겨난다 해서 ‘재발성 경사선’이라 부르는데, 화성에서도 유사한 지형이 무수히 발견된 바 있다.

화성의 기온도 남극만큼 낮고 염화물을 함유한 소금도 발견되었으니 돈 후안 호수가 없으리란 법이 없다. 게다가 이번 연구로 지표수가 없이도 호수에 수분이 공급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덕분에 호수의 존재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남극을 통해 화성의 상황을 관측하는 셈이다.

연구를 진행한 제임스 헤드(James W. Head) 교수는 “화성에서도 남극의 돈 후안 호수처럼 폐쇄된 채 바닥을 드러낸 호수들이 200여 개나 발견되었다”며 남극에서의 연구를 통해 화성의 과거와 현재를 유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2.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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