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알아내는 지진파의 비밀
P파와 S파의 속성으로 인공지진 구별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설 연휴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 12일 오전 11시 58분경 서울 신대방동에 위치한 기상청 국가지진센터의 스크린에 갑자기 노란색 파동이 출렁거렸다. 강원도 속초 지진관측소에서 지진이 감지됐다는 신호였다. 이어서 강원도와 경기도 지역에 위치한 다른 관측소에서도 지진파가 감지됐다는 신호가 연속으로 올라왔다.
그로부터 2분이 채 되지 않은 12시 정각, 기상청은 인공지진이 북한 길주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청와대에 긴급 보고했다. 어떻게 그처럼 빨리 자연지진이 아닌 인공지진이라는 사실과 진앙지를 파악할 수 있었던 걸까.
그로부터 2분이 채 되지 않은 12시 정각, 기상청은 인공지진이 북한 길주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청와대에 긴급 보고했다. 어떻게 그처럼 빨리 자연지진이 아닌 인공지진이라는 사실과 진앙지를 파악할 수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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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상청 관계자가 12일에 발생한 인공지진 파형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
그 비밀은 바로 지진파의 속성에 숨어 있다. 자연지진이건 인공지진이건 간에 지진이 발생하면 땅이 흔들리면서 지진파가 발생하는데, 지진파는 전달되는 방법에 따라 P파와 S파로 나누어진다.
P파는 지진파의 진행 방향과 진동의 방향이 같으므로 속도가 초속 6㎞ 정도로 빨라서 지진이 일어날 경우 가장 먼저 관측 지점에 도달한다. 또한 P파는 고체뿐 아니라 액체까지 모든 매질을 통과할 수 있으므로 지구 내부 어디라도 통과해 퍼져나간다.
이에 비해 S파는 지진파의 진행 방향과 진동의 방향이 직각을 이루고 있어 파동이 땅을 좌우로 흔들면서 전달되는 지진파이다. 따라서 고체는 통과하지만 액체를 통과하지 못하며, 속도 또한 느려서 초속 3.5㎞ 정도이다.
따라서 P파는 관측지점에 가장 먼저 도착한다고 해서 ‘Primary wave’이며, S파는 나중에 도착한다고 해서 ‘Secondary wave’이다. 또한 지표면을 따라 전달되므로 속도가 느려 가장 늦게 도착하는 L파(Long wave)가 있다. 대신에 L파는 지면을 크게 진동시키므로 건물을 무너뜨리는 등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지진파이다.
인공지진은 P파의 진폭이 더 크게 나타나
자연지진과 인공지진의 구별은 바로 P파와 S파의 차이를 이용한다. 자연지진의 경우 축적된 에너지의 방출 시간이 길기 때문에 대부분 S파의 진폭이 P파의 진폭보다 크거가 같게 관측되며, 파형 역시 매우 복잡한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한 번의 폭발로 인해 나타나는 인공지진은 에너지 방출 시간이 짧으므로 S파의 진폭이 P파의 진폭에 비해 매우 약하게 나타난다. 인공 폭발의 경우 폭파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에너지가 퍼지므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힘이 작용해 P파의 진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지진파의 처음 움직임인 초동(初動)도 자연지진과 인공지진이 다르게 나타난다. 급격한 지각 변동으로 생기는 자연지진은 미는 압축력과 당기는 팽창력이 모두 작용하는 반면, 인공 폭발로 지반이 진동하는 현상인 인공지진의 경우 초동이 미는 힘인 압축력으로만 나타나는 것.
공중음파가 있느냐 없느냐도 자연지진과 인공지진을 구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폭발로 인한 인공지진은 대기 중으로 퍼지는 20㎐ 이하의 저주파인 공중음파를 만들지만 자연지진은 공중음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때문에 공중음파가 관측되면 인공지진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2일에도 지진파가 관측된 지 19분 후에 강원도 고성 등지의 음파관측소에서 공중음파가 감지되었다. 또한 폭발이 일어난 장소가 해안 근처일 때는 폭발 에너지가 수중음파로도 전달되므로 이를 감지하면 된다.
하지만 지진파와 공중음파, 수중음파의 분석을 통해 인공지진인 것을 알 수는 있지만, 그것이 핵실험으로 인한 것인지 대규모의 폭약을 터뜨려 생긴 것인지는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핵실험인지의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방사능 핵종을 포집해 분석해야 한다. 지하 갱도에서 핵실험을 해도 암반 균열 등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는 방사능 물질이 있으므로 그것을 포집할 경우 핵실험 여부를 확실히 판단할 수 있다.
그럼 인공지진이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이 역시 P파와 S파의 속성을 이용하면 된다. P파는 초속 6㎞이고 S파는 초속 3.5㎞이니 P파와 S파의 속도 차이는 1초에 약 2.5㎞이다.
즉, P파가 도착한 다음 S파가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면 관측지점으로부터 진원지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는 것. 하지만 하나의 관측소 기록으로는 거리만 알 뿐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 적어도 세 군데의 관측소에서 진원 거리를 구해야 정확한 지진 발생 지점을 알 수 있다.
진원 알아내기 위해선 세 지점에서 관측해야
세 군데가 되어야 하는 까닭은 진원과 진앙이 다르기 때문이다. 진원은 지진이 실제로 발생한 지하 중심부의 위치이며, 진앙은 진원 바로 위의 지표상 지점이다. 만약 진원이 지표면과 같은 한 평면 내에 있다면 두 지점의 관측 결과로도 알아낼 수 있지만, 진원은 진앙과 달리 땅속이라는 3차원의 공간 속에 위치하므로 세 지점에서의 관측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5개 이상의 관측 지점에서 동시에 인공지진파가 감지될 경우 컴퓨터가 자동으로 발생지점을 계산에 지도에 표시한다. 그 지점이 자연지진보다 진원 깊이가 매우 얕은 경우 인공지진이 더욱 확실해진다.
지진파의 이런 속성은 예전에 한때 유행했던 지구공동설을 반박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도 사용되었다. 만약 지구 내부가 비어 있다면 지진이 일어났을 때 고체 지각에서 나타나는 파장의 속도가 비어 있는 지구 내부 통과시 달라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행해진 지진파 분석 결과, 그처럼 비어 있는 공간을 표시하는 진폭이 보고된 바가 없었다.
한편, 지진파는 인간의 귀로 듣기에는 너무 저음이다. 우리 귀의 가청 주파수는 20~2만㎐인데 비해 지진파의 진동수는 0.0082㎐ 미만부터 10㎐ 이상이기 때문이다. 즉, 지진파의 고주파 성분이라 해도 1초에 10번 정도 진동하는 셈이다.
그런데 귀에 들리지도 않는 진동수라고 해서 얕보아선 안 된다. 지난 1985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에서 리히터 규모 8.1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때 가장 우세한 지진파의 진동수는 0.5㎐였지만, 15~20층짜리 건물들이 수없이 무너진 것.
그 이유는 바로 그 높이의 건물들이 가진 고유 진동수가 지진파의 진동수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가장 우세한 지진파의 진동수와 일치하는 건물은 다른 건물보다 심하게 흔들려 더 큰 피해를 당하게 된다.
지금까지 인류가 측정한 가장 강한 지진은 1960년의 칠레 발다비아 대지진이다. 그 지진은 리히터 규모 9.5로서, 강력한 핵폭탄 50개가 동시에 폭발하는 것과 맞먹는 에너지였다.
저작권자 2013.02.15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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