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6일 수요일

시공간을 감추는 투명망토의 비밀

시공간을 감추는 투명망토의 비밀

투명망토의 핵심기술은 메타물질과 클로킹

 

▲ 시공간 투명망토가 있다면 박물관에 몰래 잠입한 사건 자체를 감출 수 있을 것이다. ⓒCornell univ.
지난 몇 년 동안 신체나 물건을 감출 수 있는 투명망토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마이크로파 영역의 전자기파에서 작동했던 첫 번째 투명망토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듀크대의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에 의해서 시연되었다. 그 후에도 과학자들은 빛이나 소리, 그리고 물 등을 활용하여 투명망토의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왔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코넬대에서 투명망토로 사라지게 하는 대상을 신체나 물건이 아닌, 어떤 사건이 발생한 시공간을 전부 감출 수 있는 개념으로 확대하는 이론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과학 전문매체인 디스커버(DISCOVER)는 지난달 온라인 판을 통해, 코넬대의 알렉산더 게타(Alexander Gaeta) 박사가 어떤 이벤트가 발생한 사건 전체를 시공간 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투명 망토를 만들 수 있는 연구결과를 최근 확보함에 따라 다른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명망토를 만드는 메타물질
투명망토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유는 메타물질(Metamaterials) 덕분이다. 메타물질은 기존의 소재들과 달리 물질이 저장할 수 있는 전하량을 나타내는 ‘유전율’과 물질의 자기적 성질을 나타내는 물리적 단위인 ‘투자율’이 음성을 띠는 독특한 전자기 특성을 가지고 있다.
▲ 생물학적 나노입자와 인조 나노입자를 결합시켜서 새로운 메타물질 ⓒAalto univ.
이 때문에 빛이 닿으면 입사각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굴절되는 현상인 ‘양굴절’이 되지 않고 휘돌아 나가면서, 마치 물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 메타물질은 현재 투명망토의 제작은 물론, 군사적으로 중요한 스텔스 기능을 제작하는 데 활용되는 등 차세대 국방 소재로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메타물질은 자연에 존재하는 것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새로운 종류의 인공물질로서 용도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다. 어떤 것은 투명망토에 적용되어 보이지 않게 작용하도록 제작되기도 하고, 다른 메타물질은 슈퍼렌즈와 안테나 시스템 혹은 고감도 검출기 등에 적용되어 사용된다.

사람이나 물체가 아닌 시공간을 감추는 방법

하지만 코넬대의 게타 박사는 메타물질의 특성을 이용해 투명망토를 만드는 기존 방법과는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사람이 물체를 인식하는 것은 단지 물체가 그 표면에서 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용하여 시공간을 감출 수 있는 투명망토를 생각해 낸 것.

그는 빛이 400피트(ft) 길이의 광섬유를 통과하기 전에 먼저 둘로 분리시켜서 이들 사이에 40피코초(피코는 10의 마이너스 12승)의 시간적 간격이 발생하는 어두운 틈을 만들었다. 그리고 신호를 실시간으로 조절하고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시간 렌즈를 제조했는데, 이는 빛의 초점을 맞추는 유리 렌즈와 유사하다.
▲ 레이저 빔 파장의 시뮬레이션 ⓒCornell univ.

이후 짧은 시간 동안 어두운 틈을 통과하는 레이저를 발사하여 광섬유의 다른 쪽 끝에 있는 관찰자는 레이저가 발사된 것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레이저가 원래의 빛과 상호작용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두 개의 시간 나누기 렌즈(STL, Split Time Lens)를 써서 탐사하는 레이저 빔에 시간의 구멍을 만든 것인데, 이로써 구멍 안에서는 어떤 시공간의 변화도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게타 박사의 설명이다.

투명망토의 핵심 기술인 클로킹
투명망토 기술은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을 응용하여 파동이 물체를 우회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메타물질을 통해 전자파가 물체에 반사되지 않고 주변으로 비켜나감으로써 사람이 보기에는 마치 빈 공간인 것처럼 물체를 안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투명망토 기술은 빛과 소리, 그리고 시간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하여 진일보하고 있는데. 투명망토로 대표되는 기술을 통틀어 클로킹(cloaking)이라 일컫는다.
▲ 제조된 클로킹 디자인의 시뮬레이션 ⓒDuke univ.
투명망토 기술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듀크대의 과학자들에 의해서 처음 보고된 기능성 클로킹 장치는 2006년 당시만 해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원래의 클로킹 장치가 가진 미진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했다.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는 최근 온라인 판을 통해, 기존의 와이어가 광학 섬유로 대체되었던 것처럼 새로운 메타물질은 빛과 파장의 전달에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런 유형의 연구는 주로 빛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변환광학(transformational optics)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켰다고 덧붙였다.

머티리얼즈의 보도에 따르면 빛과 관련된 클로킹을 생성하는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메타물질을 제조하는 실험을 수없이 거쳐야 하는데, 여기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된 점은 장치의 부분에서 발생하는 반사 때문에 파장의 손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리는 투명해서 반대편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 때문에 유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유리 위에서 관찰되는 반사와 같은 현상이 역시 메타물질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연구진은 알고 있었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런 반사 현상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그 결과 서로 다른 제조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반사의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살펴본 여러 투명망토 기술이 아직까지는 연구자 수준에서 연구 개발되고 있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최근의 연구 발표에 의하면 가시광선의 모든 파장과 적외선까지 포함하는 넓은 대역의 주파수를 피해가는 메타물질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나노 광학의 실험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우리나라도 충분히 관련된 기본 기술의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3.0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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