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4일 월요일

플라스틱의 진화는 계속된다

플라스틱의 진화는 계속된다

‘제36회 석유화학강좌’ 순천대학에서 열려

 
지난 60년 동안 어떤 종류의 소재도 플라스틱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맡지는 못했다. 플라스틱이 인류의 삶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플라스틱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플라스틱은 사실상 우리 생활에서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보다 더 단단하고 접을 수 있는 플라스틱 나와
적어도 1960년대 이후 플라스틱은 “결코 없어서는 안될 소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정질 금속, 탄소 나노튜브 등 새로운 금속합금과 같은 혁명적인 소재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기술은 여전히 호황이다.
▲ 삼성은 이미 휘어지는 TV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했다. 앞으로 수년 내에 상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새로운 플라스틱 개발 및 기존 플라스틱의 새로운 응용은 급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면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이다. 그야말로 마법의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철보다 더 딱딱하면서도 접을 수 있는 플라스틱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상상이 아니다. 이제 곧 현실로 나타나 우리의 손에 쥐게 될 날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새로운 과학기술의 산물로 접을 수 있는(foldable) 휴대폰이 곧 탄생한다. 이는 휴대폰의 변신이라기보다는 플라스틱의 변신이자 진화다.

새로운 플라스틱은 결코 부러지지 않으면서도 탄력성은 무지하게 좋다. 긁어도 흠집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뿐만이 아니다. 화재가 발생해도 거의 타지 않는다. 그래서 연기에 질식할 염려가 거의 없다. 그야말로 꿈의 플라스틱이다.

이 플라스틱은 유리만큼이나 투명하다. 그리고 구리만큼은 아니지만, 금속처럼 전기도 통한다. 2000년 노벨 화학상이 바로 이러한 전기전도성플라스틱(electro-conductive plastic)을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최대 단점 극복, 전기 통하는 플라스틱도
전도성 폴리머를 발견하고 개발한 공로로 앨런 히거(Alan J. Heeger,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학), 앨런 맥디아미드(Alan G. MacDiarmid,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시라카와 히데키 교수(白川英樹, 일본 츠쿠바 대학) 3명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분자 물질인 플라스틱은 금속과 달리 전기가 통하지 않아 구리 선이나 다른 전선 등의 절연체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들 3명의 과학자는 플라스틱의 분자구조를 변형, 전도체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혁명적인 발견을 한 것이다.

지난 1월31일부터 2월1일까지 순천대학에서 ‘제36회 석유화학강좌’가 열렸다. 이번 강좌에는 50여 관련 산업체와 연구 기관에서 130 여명이 참석했다. 주제는 열경화성 고분자와 관련된 내용으로 새로운 기술이 소개되고 함께 토론하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석유화학강좌는 1995년을 시작으로 전, 후반기로 나누어 해마다 두 번 열린다. 6월에 열리는 후반기 강좌는 대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강좌는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의 미래를 위한 토론의 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열경화성 수지(thermosetting resin)는 열을 가하여 모양을 만든 다음에는 다시 가열하여도 녹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마지막에는 재로 남지만 숯이 타면서도 녹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한 번 성형하면 가열하여도 다시 다른 형태로 변형되지 않는 수지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열가소성 수지(thermoplastic resin)가 있다. 열을 가하여 형태를 만든 뒤에 다시 열을 가하면 형태를 녹여서 변형시킬 수 있는 수지다. 열경화성 수지 제품은 내열성, 내용제성, 내약품성, 기계적 성질, 전기절연성이 좋다. 충전제를 넣어 강인한 성형물을 만들 수 있으며 고강도 섬유와 조합하여 섬유강화플라스틱을 제조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 최길영 한국화학연구원 센터장 ⓒScience Times


최길영 한국화학연구원 센터장(폴리이미드), 박상훈 코오롱 연구소장(페놀 수지), 김성륜 KISTI 박사(탄소 복합재료)를 비롯한 발표자들은 새로운 열경화성 수지의 개발과 응용, 시장 개발, 새로운 경화 방법에 대해 강연한 후 산업체에서 온 참가자들과 토론하였다.

열경화성 수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지
1907년 베이크란드(L. H. Bakeland)가 페놀과 포름알데히드를 이용해서 베이크라이트를 상업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페놀 수지는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열경화성 수지이다. 전통적으로 전기 플러그 등 전기 절연제, 자동차 브레이크 판, 연삭제용 접착제 등 용도 이외에 최근에는 금속을 대체하는 자동차 부품으로 많이 응용되고 있다.

풍력 발전기 날개, 비행기 동체 제작, 전자 제품, 자동차와 선박 등 용매가 필요없는 친환경 도료, 스포츠 레저용 자전거, 요트 제작, 일반 접착제 등으로 에폭시 수지(epoxy resin)는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휴대전화 회로기판, LCD 액정 배향막, 잠수함 단열재 등으로 사용되는 폴리이미드(polyimide)는 고내열성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탄소복합소재는 가볍고 내열성, 내충격성, 고강도 등의 특성을 가지므로 자동차, 비행기 동체 등 항공우주산업, 스포츠 레저용품, 풍력발전기, 공기정화기 등 환경산업 등에 첨단 소재로 이용된다. 또다른 새로운 소재의 한 형태로 솔-젤 공정을 통해서 새로운 유-무기 복합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

어선, 욕조, 내화학성 용기, 파이프, 각종 적층 제품 등에는 불포화 폴리에스터 수지가 응용된다. 비닐 에스터 수지는 소각로, 풍력발전기 날개, 헬멧, 요트 등 내식성 및 내약품성, 내압 용기 및 적층 제품을 만드는 데 널리 사용된다. 요소 및 멜라민 수지는 접착제, 건축용 판상 제품, 섬유표면 처리제, 종이 제조, 피혁 처리 등에 쓰인다.
▲ 1995년부터 시작된 석유화학강좌는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의 미래를 위한 토론의 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강좌가 끝난 후 기념촬영 모습. ⓒScience Times

종류와 성질이 많아 앞으로도 계속 연구개발 대상

열경화성 수지는 가볍고 내열성 및 고강도 성질을 요구하는 각종 목적에 맞는 첨단기술 재료로 사용되면서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공공정이 쉽고 금속을 대체하며, 에너지 절약, 친환경제품 제조에 새로운 응용분야를 개척할 것이다.

이처럼 플라스틱은 각기 다른 수많은 성질과 종류가 있다. 그 성질을 잘 이해하고 이용하면 수 천 가지, 수만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기술은 단어의 어원(語源)이 뜻하는 것처럼 너무나 변화무쌍하다. 이제는 결코 흠이 될 수 없는 성형수술을 영어로 ‘plastic surgery’라고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한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플라스틱 없이는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제품들을 제조할 수 없었다. 새로운 금속합금과 소재들이 나오고 있지만 플라스틱을 대신하기에는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패턴 해상도를 가지는 반도체 소자, 얇고 화려한 색감의 LCD와 유기EL 디스플레이, 고성능 2차 전지, 초극세사와 기능성 섬유, 자동차 내장재 등은 플라스틱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제품이다. 20세기를 주도한 기술 가운데 하나인 플라스틱의 합성과 진화는 멈출 줄 모르고 21세기인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김형근 객원 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2.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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