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인성교육 위한 매개체
‘예술인성교육 국제포럼’ 개최
엘 시스테마(El Sistema)라는 음악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자 오르가니스트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 박사가 1975년에 빈민층 아이들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마약과 범죄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치유하기 위해 음악을 활용한 것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등 사회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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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마약과 범죄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치유하기 위해 음악을 활용한 것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등 사회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elsistemausa.org |
미국 명문 오케스트라인 LA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 베를린 필하모닉의 역대 최연소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에릭슨 루이스(Edicson Ruiz)가 바로 엘 시스테마 출신이다.
아브레우 박사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은 예술 교과를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그것이 하나의 사회이자 학교가 된다.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은 ‘친밀한 공존’을 의미한다”며 음악교육의 중요성을 전파해왔다.
우리나라는 엘 시스테마와 유사한 프로그램인 학생오케스트라 '소리모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전국 문화소외지역 65개교 학생오케스트라 창단 추진을 시작으로 현재 300개교에서 '소리모아'를 운영 중이다. 또한 교과부는 종합예술교육 선도교육지원청, 예술선도학교, 중학생예술동아리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예술교육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3월 설립된 학교예술교육지원센터는 10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예술을 통해 모두 하나 되기: 화합과 평화를 위해’라는 슬로건으로 ‘예술인성교육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국내외 예술교육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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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예술교육지원센터는 10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교육관에서 ‘예술을 통해 모두 하나 되기: 화합과 평화를 위해’라는 슬로건으로 ‘예술인성교육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권시연 |
포럼에 참석한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심화되고 있어, 예술 활동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배려하며 바른 인성을 배우는 실천적 인성교육이 요구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학생오케스트라를 600개교로 확대할 계획이고 국악과 무용, 영화 등 8개 분야의 전문적인 예술교육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은 “인성교육이 강조되는 시대에 예술교육은 아름다운 정서를 기르고 인격을 함양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며 “예술교육지원 사업들을 통해 학생들의 꿈과 희망이 자라나고 건강한 미래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합을 위한 음악, 드럼 서클
로빈 리스턴(Robin E. Liston) 베이커대(Baker University, USA) 교수는 ‘긍정적 관계형성기술을 위한 음악교육’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음악교육을 통해 음악적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비음악적 기술 즉 충동조절, 갈등해결, 타협, 효과적인 의사소통, 스트레스 관리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음악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사회기술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되며 부정적인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개선시킨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빈곤과 폭력의 영향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음악치료학과 곽은미 교수는 현재 중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음악활동 프로그램인 ‘드럼서클’에 대해 소개했다. 드럼서클은 드럼(Drum)과 원형(Circle)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사람들이 모여서 핸드드럼이나 타악기 등을 함께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곽 교수는 “드럼서클의 목적은 리듬을 함께 나누면서 타인과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경험을 통해 구성원 간에 동질감,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연주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개별성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그룹을 존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평화를 위한 미술, 게르니카 프로젝트
토시후미 아베(Toshifumi ABE) 오사카여대 교수는 청소년 게르니카(Kid`s Gernica)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청소년 게르니카는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와 같은 크기의 종이에 청소년들이 평화의 메시지를 그리는 프로젝트로, 1995년에 시작돼 현재 50여 개국에서 300개 이상의 벽화가 제작됐다. 종이의 크기는 가로 3.5미터 세로 7.8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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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청소년들이 게리니카(Gernica)를 만드는 모습 ⓒwww.kids-guernica.blogspot.jp |
아베 교수는 가장 인상 깊은 게르니카로 이스라엘의 ‘평화의 오아시스’를 꼽았다. 평화의 오아시스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청소년들이 함께 만든 게르니카로, 그림 중앙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깃발이 있고 손을 맞잡은 사람들이 깃발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종이 곳곳에는 이 작품에 참여한 30명 모두의 글과 그림이 담겨 있다.
아베 교수는 “이 벽화에는 말 이상의 강렬한 공생과 평화의 소원이 표현돼 있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청소년들의 생각을 전하고 싶다.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서로 알지 못하는 나라의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술교육이 개성과 창의력 교육인 것은 분명하지만 개인의 힘에 의해서만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배경 속에서 서로 관계를 맺는 가운데 개인의 문화적 정체성 자체도 축적된다. 즉 개인의 정체성과 표현 그리고 개성과 창조성까지도 집단 및 사회 속의 관계성 안에서 축적된다”고 주장했다.
신체활동으로 학교폭력 해소
‘미술교과에서 평화와 조화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 학습방안’에 대한 발표를 맡은 김정희 경인교대 교수는 예술인성교육의 덕목과 미술과 교육과정의 연관성을 분석한 후, 미술교과 인성교육 전략으로 △자아 존중감 강화 전략 △관계형성 강화 전략 △사회성 강화 전략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자아 존중감 강화 전략은 자기표현, 자기발견, 자기이해의 과정으로 진행되는 미술활동을 통해 자기교육 또는 자기치유 능력의 강화를 목표로 한다”며 “외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학생들 내면에 잠재돼 있는 분노와 폭력성을 미술로 표출하도록 함으로써 학교 폭력 예방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학생들에게 신문지를 나눠주고 마음대로 찢게 한다. 찢은 종이를 모아 종이죽을 만들고 이 종이죽을 이용해 가면 등의 작품을 만들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폭력성을 해소하는데, 그 이유는 평소에 금지된 행동을 함으로써 감정을 분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어 명지대 고경순 교수는 움직임 교육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 방법을 제시했다. 고 교수는 “신체 움직임과 언어적인 중재를 통합해 활용하는 것으로 구조적이면서 교육적인 프로그램”이라며 “신체와 정신의 동등한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신체는 결정을 실행하고, 정신은 긴장된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인지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신체 경험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2012.11.13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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