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괴짜 대학생 모이면 아이디어 나와

괴짜 대학생 모이면 아이디어 나와

카이스트, ‘GOGEEKS 2012’ 개최

 
지금의 청춘들이 무기력하다고 누가 그랬는가. ‘긱(geek)’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파릇한 청춘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또래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프로젝트가 카이스트 학생들에 의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것.

카이스트 학부 재학생 경영전략 동아리 MSK(Management Studygroup in KAIST, 회장 송 경우)는 학생들의 괴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아이디어 스피치 경연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 카이스트 MSK 동아리 학생들이 21일 진행될 고긱스 행사에 앞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범규, 한승엽, 여동재 학생) ⓒ황정은

미국 듀크 대학의 아이디어 경연대회인 ‘Elevator Pitch Competition’을 벤치마킹한 이번 행사는, 학업과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막혀 많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현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됐다. 가장 꿈 많은 시절인 20대의 소중한 ‘생각’들을 현실로 이룰 수 있도록 기업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투자해 주는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혀 ‘3포 세대’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된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신선한 동기부여를 심어줄 괴짜 대학생 이범규(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08학번), 한승엽(전기공학과, 10학번), 여동재(무학과, 12학번) 씨를 만났다.

“엉뚱한 짓 하는 게 가장 큰 낙이죠”

“동아리 친구들 모두가 남이 하지 않는 기발한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동아리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의 관심을 받고 기업의 현재 상황을 컨설팅 해주는 거죠. 우리의 이런 능력을 활용해서 대학생만의 재미있는 발상으로 유쾌한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야말로 ‘긱(geek)’한 무대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거죠.” (이범규)

보통이 아니다. 웬만한 성인들도 엄두를 내기 힘든 기업 펀딩(funding)부터 많은 청중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까지, 이 모든 일을 대학생 단 네 명이서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었다. MSK 학생들이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단지 ‘엉뚱한 일이 좋아서’였다. 또래의 친구들에게 뭔가 의미를 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을 하고 싶었고, 대학생들의 가장 큰 가능성은 아이디어인 만큼 그들의 생각을 현실화 해준다면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일은 우리 카이스트 학생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준비하는 우리들에게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지만 (웃음) 저희도 즐거움으로 하는 만큼, 기획하는 동아리 친구들이나 카이스트 학생들 모두에게 선물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것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이고 그동안 꿈꿔왔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승엽)

이번 프로젝트의 1단계 서류심사에는 총 30팀이 지원했다. 이 30개의 아이디어 중에는 ‘뮤지컬을 제작하겠다’, ‘솔로파티를 개최하겠다’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현재 MSK 학생들의 심사를 거쳐 총 15개 팀이 예선에 올라 있는 상태다. 이들 중 오는 21일에 진행될 행사에서 청중 100명의 심사를 거쳐 6개 팀만이 결선에 오르게 된다. 이미 15개 팀의 아이디어 소개 동영상은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상태다.

21일 현장에 참석하는 청중들은 입장시 5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이 돈은 일종의 투자금으로, 15개 팀 중 현실성 있고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에 해당 금액을 투자할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개인투자금을 합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에는 향후 해당 아이디어가 실현됐을 때 해당 행사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기업 투자요? 직접 뛰며 받았죠
▲ 고긱스를 준비하는 세 학생이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황정은

행사규모며 모습이며 모든 것이 웬만한 마케팅 회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100명의 청중에게 주어지는 각각 5만원의 투자금만 해도 이미 500만원이 투입되며, 여기에 포스터와 리플렛 등 홍보 브로슈어를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 역시 학생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금액일 것이다.

과연 이런 금액은 어떻게 충당했을까. 방법은 바로 기업 펀딩(funding)이었다. 고긱스 프로젝트는 현재 휴맥스와 K2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으며 티켓몬스터 임직원으로부터는 금전적 도움과 더불어 행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전문적 지식을 지원 받았다.

아직 사회의 문턱도 넘지 못한 대학생들이 이와 같은 기업 펀딩을 어떻게 성사시킬 수 있은 것일까.

“기업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네 명이 모여 계속 전화기를 붙들고 살았거든요. 지금 우리가 하려는 프로그램을 먼저 설명을 해주고 홍보 동영상을 보여준 뒤, 기업의 투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요. 그렇게 하면 함께 참여하겠다는 기업이 하나둘 나오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곤 하죠.” (이범규)

MSK는 경영전략컨설팅 동아리인 만큼 평소 방학마다 기업의 컨설팅 자료를 들고 평균 20~30개의 기업에 전화를 건다. 통화 목적은 주로 ‘우리의 기업전략을 사용하겠냐’는 내용으로, MSK 학생으로부터 다양한 마케팅과 컨설팅을 받은 기업은 현재 다수 존재하고 있다.

기업 펀딩의 실제적인 과정은 힘들지만 이러한 내공 덕분에 정신적인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셈이다. ‘할 수 없을 거야’라는 생각보다는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이들의 머리 속을 더 크게 지배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방학 때마다 기업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활동을 해서 그런지, 이번 펀딩에 대해서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다만 과정이 어렵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우리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더 많이 갖고 있는 자산이 있다면 바로 그것 아닌가 싶어요. ‘안 될 거야’라는 생각이 아니라 ‘해보자’는 생각이 먼저 작용한다는 거요.” (한승엽)

이번 프로젝트에 처음으로 참여한 12학번 새내기 여동재 학생 역시 “평소에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고 고긱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작만 하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스스로 느낀 바를 털어놨다.

고긱스의 홍보 동영상은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대학시절 동안 당신이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그렇다면 과연 세 학생의 꿈은 무엇일까.

청소년 시절부터 오랫동안 작곡을 공부했다는 한승엽 학생은 “내가 만든 곡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한 소절씩 부르게 해 하나의 곡으로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범규 학생은 “고긱스와 같은 엉뚱한 발상과 행동으로 학생들, 더 나아가서는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의 눈물을 선사하고 싶다”고 전했다. 여동재 학생은 “아직은 형들처럼 많은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우선은 두려워하지 말고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패기 넘치는 20대 젊은 청춘들이 모여 만든 고긱스. 21일,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세 학생들은 여전히 밤을 새우고 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2.1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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