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6일 월요일

적정기술로 녹색 ODA 실현

적정기술로 녹색 ODA 실현

적정기술, ODA와 연계방안 추진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돌릴 때 생기는 동력을 이용해 지하 40~100미터에 있는 물을 끌어올리는 ‘플레이 펌프(Play Pump)’라는 것이 있다. 쇠바퀴를 돌리는 놀이기구와 수동식 펌프를 연결해 지하수를 퍼서 지상에 있는 저장고에 비축,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적정기술로 알려졌다.
▲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돌릴 때 생기는 동력을 이용해 지하 40~100미터에 있는 물을 끌어올리는 ‘플레이 펌프(Play Pump)’. 초기에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적정기술로 인정받았지만 이후 고비용, 비효율성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PlayPump Service Project

그러나 국제적 비영리 단체인 워터에이드(WaterAid)는 이 기술을 채택하지 않았다. 이유는 설치비용이 전통 펌프 시스템에 비해 4배나 비싸고 어린이의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조가 복잡해 수리를 하려면 전문 기술이 필요한데 지역의 노동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부품을 구하기도 힘들며 교체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적정기술은 대상이 되는 공동체의 환경과 문화, 정치 그리고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 설계한 기술로 사용자가 유지 관리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지역 공동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지역의 재료를 이용하고 보통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해야 하며, 친환경적이고 노동 집약적이어야 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플레이 펌프가 외면 받은 것은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다. 게다가 이 펌프를 만든 트레버 필드(Trevor Field)는 플레이 펌프 타워 4면에 옥외 광고판을 설치해 기업광고와 공익광고를 실어 별도의 수익을 챙겼다.

창업을 위한 적정기술
반면 비영리 사회적 기업인 킥스타트(KickStart)는 별도의 연료나 전기 없이 사람이 발로 밟아서 물을 필요한 곳까지 보낼 수 있는 관개용 펌프 ‘슈퍼 머니메이커 펌프(Super MoneyMaker Pump)’를 개발해 빈곤 해결과 농가의 소득 증진을 도왔다.

이 펌프를 이용하면 지하 7미터에 있는 물을 지상 14미터까지 올릴 수 있고 8시간 동안 2에이커(acre)의 토지에 물을 댈 수 있다. 킥스타트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이 펌프를 구매함으로써 농가들이 건기에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3~4개월 후에는 초기 투자비 3배에 이르는 수입을 거뒀다고 한다.
▲ 비영리 사회적 기업인 킥스타트(KickStart)가 만든 ‘슈퍼 머니메이커 펌프(Super MoneyMaker Pump)’. 사람이 발로 밟아서 물을 필요한 곳까지 보낼 수 있다. ⓒwww.kickstart.org

킥스타트를 만든 마틴 피셔(Martin Fisher)는 스탠퍼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액션에이드(ActionAid)에서 활동하면서 지구촌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닉 문(Nick Moon)과 힘을 합쳐 ‘창업을 위한 적정 기술’을 모토로 킥스타트의 전신인 어프로텍(Appro TEC)을 1991년 설립한다.

이 후 그들은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했다. 킥스타트가 빈곤 퇴치라는 목적에 부합한 기술을 개발하면 그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은 영리 기업에 맡긴 것. 기업에서 받는 로열티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도 한다. 기업과 손을 잡은 이유에 대해 피셔는 사회적인 대의만을 고집했다면 사회적 영향력이 지금과 같이 크게 확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ODA 통해 적정기술 지원

이처럼 적정기술을 이용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적정기술 보급 활동을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와 연계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코이카(KOICA)와 특허청 등에서 ODA를 통한 적정기술 지원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은 ODA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 구성원들의 역량 개발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적정기술을 전수하고 인프라를 지원하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운영할 수 없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최동진 한신대 교수는 23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녹색 ODA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에 나와 “ODA 방식의 적정기술 전수 시 제품 기술보다는 종합적인 프로그램 단위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술 외적인 요소인 인권,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녹색 ODA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이 23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열렸다. 적정기술을 ODA와 연계하는 방안, ODA 사업의 녹색화 방안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TheScienceTimes

한편 ODA 사업에서 환경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녹색성장 국가전략에서 녹색 ODA 비중을 2009년 14%에서 2020년 30%, 2050년 40%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올해 열린 제17차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에서는 ‘일반 원조사업의 녹색화’를 선언했다.

정책은 수립됐지만 정작 ‘녹색 ODA’의 개념은 불분명한 상태다. 코이카는 개발도상국의 환경보호 및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사업,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잠재적인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고하는 사업 등으로 개념화하고 있다. EDCF(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대외경제협력기금)은 직접적인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녹색성장 산업과 관련된 사업으로 넓게 보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신대 이상헌 교수는 녹색 ODA를 공공재적인 성격을 지니면서도 생태효율성이 높은 국제개발협력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그는 “녹색 ODA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없는 상태라 ODA의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공론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시연 객원기자 | navirara@naver.com

저작권자 2012.11.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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