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과학의 즐거움… 사랑으로 이어져

과학의 즐거움… 사랑으로 이어져

세계 과학교육 혁신 현장

 
지난 11월 1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세계 과학한림원 서울 포럼(IASSF)'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이 다수 참석했는데, 그 가운데 201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단 셰흐트만(Dan Shechtman)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교수가 있었다.

올해 71세인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인류 미래가 과학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과학을 교육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봤다. 특히 어린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능한 어린 시절부터 과학의 노하우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재 그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전 세계에 보급하고 있는데, 그 커리큘럼들을 들여다보면 단순할 정도로 매우 쉬운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많은 수의 유아들이 뭉쳤다 흩어지면서 고체와 액체, 기체 상태를 재현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키워야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이란 등에서 TV로 방영된 바 있는 이 프로그램은 음악, 조명 등이 가미돼 어린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부여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잊혀 지지 않는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화학부에서는 태프트(Taft) 초등학교 3~4학년생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화학교육을 시도 중이다. 올해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공포영화 '프랑켄위니(Frankenweenie)'를 상영하면서 학생들에게 과학을 즐기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셰흐트만 교수는 자신이 만든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결코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과학의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과학을 사랑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재미있는 과학교육은 곧 과학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고 결과적으로 그 아이가 자라 인류 미래에 보탬이 되는 큰 업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셰흐트만 교수의 흔들리지 않는 과학교육 방법론이다.

학생들에게 있어 과학교육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당연한 이야기다. 문제는 자칫 무미건조해질 수 있는 과학교육 시간을 신나고 즐거운 교육으로 바꿔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학교사들을 중심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캠퍼스 화학부는 태프트(Taft) 초등학교 3~4학년생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화학교육을 시도 중이다. 올해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공포영화 '프랑켄위니(Frankenweenie)'를 상영하면서 학생들에게 즐겁게 실험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영화 주인공은 천재 과학소년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다. 그는 사고로 인해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인 강아지 스파키와 이별해야 했다. 상심하던 중 수업 시간 중에 전기 쇼코로 죽은 개구리가 되살아나는 실험을 하게 된다.

마치 영화와 같은 '과학의 즐거움'
실험을 끝낸 빅터는 즉시 행동에 돌입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무덤 속에서 시체로 있던 스파키를 찾아가 백만 볼트 전기충격을 가했고, 스파키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스파키의 몸은 온통 꿰 멘 자국에, 많은 철심들이 박혀 있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온 마을에 소동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새로운 과학교육을 시도하고 있는 캘리포니아대에서는 영화 속에서 소년 빅터가 스파키를 살리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이 과학을 하는 방식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개구리가 살아나는 것을 본 빅터가 죽은 스파키를 살릴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 후 무덤을 찾아가 강한 전기충격을 주는 과정 등이 어린 학생들에게 과학이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이 스토리를 과학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학생들과 영화를 보고난 후 소년 빅터가 했듯이 또 다른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어린 학생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다수 학생들이 과학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그 방법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문이 나면서 더 많은 학생들이 이 과학시간에 참여하길 원했다.

캘리포니아대 측에서 시도하고 있는 과학교육 방법론 가설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교육실험에 참가하고 있는 케리 핸슨 교수는 "'프랑켄위니'와 같은 과학적 내용을 담은 영화를 화학교육에 접목시킬 경우 놀라운 교육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핸슨 교수 역시 노벨화학상 수상자 단 셰흐트만 교수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에게 과학방법론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과학의 즐거움을 함께 전달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과학교육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2.11.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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