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전통과 인문학을 담은 융합공연

전통과 인문학을 담은 융합공연

IT 국악융합밴드, 카타(KaTA)

 
속어 중에 ‘똘끼’라는 말이 있다. 남들이 못하는 걸 미친 듯이 하는 사람의 끼를 뜻한다. 상황에 따라 긍·부정의 말이 될 수 있지만 최소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사람에게 이 ‘똘끼’는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다.

그룹 카타(KaTA, ㆍKorea Traditional Art)는 이런 ‘똘끼’로 무장한 융합 IT 밴드이다. 우리나라 아니 세계적으로도 카타와 같은 그룹은 거의 없다. 물론 악기를 융합해 새로운 악기를 만들어 보는 사람들은 있지만, 퍼포먼스를 하거나 보여주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카타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타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한 지 벌써 11년. 이제껏 융합에 있어 선구자적 역할을 해온 셈이다.

카타의 공연을 보면 새로운 악기들이 등장한다. 춤추는 피아노, 바디드럼, 빛을 품은 장구 등. 화려한 불빛의 LED가 음악 소리에 맞춰 그 색깔이 달라지고 조명의 세기도 변한다. 음악도 직접 건반을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센서를 통하거나 두드림으로 연주된다.

음식을 하던 중 걸려온 전화를 터치 없이 손 동작만으로 연결하는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춤추는 피아노가 바로 그런 원리를 이용했다. 악기 위로 손이 지나가면 센서를 통해 감지돼 음악이 연주되고, 악기 아래에 부착된 모니터에서는 멋진 영상들이 나온다.
▲ 카타는 ‘IT강국 한국’과 ‘국악과 전통’을 자신들의 공연과 악기에 담아내고 있다. ⓒ카타

터치를 이용한 바디드럼은 우리가 스마트폰 키패드를 누르는 원리를 이용해 만들었다. 몸에 있는 누름장치를 두드리면 드럼 소리가 나온다. 손과 발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비보이들은 춤을 추면서 악기를 연주할 수도 있다. 몸과 드럼이 혼연일체된 멋진 공연이 이뤄질 수 있는 것도 이 때문. 현재 춤추는 피아노와 바디드럼은 특허를 받은 상태다.

전통음악은 인문학이 담겨진 음악
“융합이란 결국 인문학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과학 기술에 무엇을 담느냐는 인문학적 정신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과 심신수련을 통해 관찰하고 분석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창작과 창작 사이 틈새를 발견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카타는 백남준 선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선’ 사상이나 동양적 사상을 작품에 펼쳤던 것처럼 그들은 ‘IT강국 한국’, ‘국악과 전통’을 자신들의 공연과 악기에 담아내고 있다.

예전에는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interface) 디자인에 관심을 많이 가졌지만 요즘은 사용자 중심의 유엑스(UX) 경험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악은 오랜 시간 농사를 짓거나 함께 즐길 때 부르고 연주하던 경험과 본능에 의해 만들어진 사용자 중심의 음악이었다. 거기다 궁중음악은 별자리나 주역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문학적 음악이라는 말도 있다. 이미 우리는 사용자 경험과 인문학적 요소를 가진 음악을 해오던 민족이었던 셈. 바로 카타는 그런 전통을 이어, 현대적 감각으로 바꿔 공연하는 그룹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디지털 시대가 확산되면서 인문학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전통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 현재 인문학들에 대한 해석력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만의 콘텐츠로 파괴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현재 국악은 발전에 두려움도 있고 단순한 의무감으로 유지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만 가진 콘텐츠라는 사실을 모두 알았으면 합니다.”

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IT융합밴드

카타가 융합을 표방하고 있지만 카타라는 그룹 자체가 원래 융합적이다. 사운드레코딩, 무용, 피아노 등 구성원부터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인 팀이기 때문이다. 15년 전 피아노 ‘임동찬·효재’ 스승님 아래서 공부하면서 만났다. 당시만 해도 ‘크로스오버, 퓨전’이란 말은 있었지만 분야가 다른 사람들이 만나 하나의 그룹으로 공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때였다.

그래서 초창기 공연은 쉽지 않았다. 먼저 그들의 전공이 아니다 보니 악기를 개발하는 데 애로 사항이 많았다. 특히 거의 모두 전자악기여서 불이 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공연 중에도 연기가 나와 뒷날 공연을 위해 악기를 다 뜯어내서 새로 세팅하기 일쑤였다.

관객들이 그들의 공연을 낯설어하는 것도 초기 카타에게는 힘든 상황 중 하나였다. 당시 관객들은 과연 음악을 연주하는 건지, 녹음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건지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다. 반전의 시작은 스마트폰의 확산이었다. 자이롭스키, 터치 GPS 등 스마트폰 속 수많은 인터페이스들이 카타의 공연 이해의 단초가 돼줬다. 그 이후부터 관객들과 감성을 공유하는 공연이 되기 시작했다.
▲ 카타가 융합을 표방하고 있지만 카타라는 그룹 자체가 원래 융합적이다. ⓒ카타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재밌다’ 혹은 ‘신기하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답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도 많았다. 외국 공연도 자주 나가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실험예술 그룹으로 소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별난 연주자로 방송을 타기도 했다.

그중 지난 10월달 중국 상하이 공연은 잊을 수 없다. 당시 중일문제로 야외공연이 좀 어려운 상태였다. 한중 수교 20년 행사였기에 다행히 진행될 수 있었다. 그 공연을 준비했던 중국 최고관리자가 “정말 한국은 이해가 안 된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냐. 기발하다.”며 그들의 멋진 공연에 혀를 내두르며 극찬했다. 한국의 문화원장이 그 얘기를 듣고 “한국에 대한 강렬하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말을 직접 전하기까지 했다.

소리의 시각화 작업은 계속될 것

이미 한국의 대표적 IT 융합밴드로 우뚝 선 카타. 그러나 그들은 새로움에 대한 욕구로 아직도 배가 고프다.

“백남준 선생은 독창적으로 미디어를 통해 그림을 빛으로 표현해냈습니다. 카타도 백남준 선생처럼 음악을 빛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한마디로 소리의 시각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죠. 지속적으로 영상공부도 하고 영상제작시스템 인프라도 준비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결코 새로움에 대한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카타의 메인곡은 ‘스마트월드’이다. ‘신세계 교향곡’을 국악적 요소와 그들이 만들어 낸 악기로 믹스해 새로움을 표현해낸 융합곡이다. 그들은 낯선 것들에 대한 도전과 새로움에 대한 욕구들을 ‘스마트월드’에 담아내 자신들의 정체성을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선언하고 있다. 전통과 국악이라는 콘텐츠에 무한 자신감을 내보이는 카타. 이들이 ‘IT 강국 코리아’와 ‘전통과 국악’에 대한 콘텐츠를 어떻게 또 다른 ‘스마트월드’에 담아낼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2.1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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