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예술, 기술이 하나가 되다
TRI UNITY_Nature+Art+Technology
기둥 없이 넓게 트인 공간, 모두 다른 곡선으로 흐르는 각 면들, 그리고 기품을 뽐내는 외관. 바로 안양 예술공원 내의 알바로시자홀 전시관이다. 포르투칼의 유명한 건축가 알바로시자가 설계한 작품으로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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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진, Light Green Leaves with Light ⓒ안양문화예술재단 |
그러고 보면 12월 9일까지 알바로시자홀에서 열리는 ‘TRI UNITY_Nature+Art+Technology'는 이 건물이 담고 있는 공간의 의미를 잘 드러낸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속 작품전시회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9명의 작가들이 자연과 공간, 첨단기술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작품화하여 관람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삶의 철학이 자연과 기술로 표현된 예술
‘TRI UNITY'의 모든 작품은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고 삶의 철학을 담았다. 재미있는 요소가 곳곳에 있어 교감하기 좋은 전시회다. 알바로시자홀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은 김대남 작가의 '도시의 목가'이다.
인천공항 건물 안에 놓인 큰 화분들과 안양 재개발지역 건물 앞에 가득 있는 화분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자연이란 것이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것인데, 인간들이 콘크리트에 살다보니 자연이 집착하고 욕망하는 대상으로 변해버렸음을 고발한 작품이다.
김태원 작가의 'Anamneis'
보통 작가들은 작품의 두 모습을 보여줄 경우 조화와 합일을 담게 되지만, 김태원 작가는 그것조차 강박관념으로 봤다. 작가는 충돌하기도 하지만 서로 자극을 주며 그것을 통해 창조되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은 몇 년 전 ‘노마딕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작가들을 선별해서 오지로 보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김승용 작가는 남극을 다녀왔다. 당시 김 작가는 “차가운 푸른 담요를 온 몸에 두른 듯하다”고 남극을 묘사했다. 차가운 푸른 하늘과 사방으로 끝 모르게 덮인 설원의 풍경. 당시의 느낌이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깃발'이라는 작품에 고스란히 표현돼 있다. 얼음의 명도 차와 빙질의 느낌을 살린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공간이 폐쇄돼 있어 명상의 느낌을 준다.
동화나 판타지 영화 속에서 볼 법한 하얀 나무. 그리고 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흰 나비. 광섬유와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이용한 김안나 작가의 작품 'Enchanted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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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안나, Enchanted Spring ⓒ안양문화예술재단 |
미디어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 작가의 초기 작품도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가 그것. 여러 대의 텔레비전 내부 회로를 만져 달의 이미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과거 사람들은 달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현대에는 텔레비전이 이야기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 달과 텔레비전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는 시공간을 초월하게 된다. 예를 들어 지금의 나는 과거가 배경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미래의 세상을 엿볼 수도 있다. 텔레비전도 마찬가지다. 백남준 작가는 달과 TV를 통해 순간과 영원은 같다는 동양적 철학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셈이다.
교감을 위해서 인터랙티브적 기능 제공
이번 전시회에서는 인터랙티브적 요소가 들어간 작품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그중 이현진 작가의 'Light Green with Light'는 오감을 자극한다. 건물 가운데 공간에 전시된 이 작품은 마치 여러 개의 커튼을 달아놓은 듯하다. 그 안에 들어가면 숲 속에 들어간 느낌을 받는다. 살랑살랑 부는 나뭇잎, 그리고 빔프로젝트 불빛이 태양처럼 느껴지는데, 한가롭게 숲을 거닐고 있다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관객들이 교감하기 쉬운 작품으로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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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준, 민들레 바람타고 훨훨 ⓒ안양문화예술재단 |
미디어 영상 속 민들레 홀씨를 관람객이 날릴 수 있는 작품도 전시되고 있다. 최승주 작가의 '민들레 바람 타고 훨훨'의 경우 웹캠 앞에서 입김을 불면, 영상 속 민들레 홀씨들이 흩어져 바람에 날린다. 그리고 씨를 뿌리고 다시 새싹을 틔우는 영상물로 이어진다. 자연의 순환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원 작가의 'Wish Flow'
'생각하는 나무'는 한 벽면을 모두 채운 미디어 작품이다. 화면 앞 모니터를 누르면 벽면의 영상에서 나무들이 자란다. 회화적 느낌이 가득해 따뜻한 느낌도 든다. 김호준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사유의 흐름을 식물의 성장과 접목했다. 이 작품은 나무에 붙어 있는 마스크의 표정을 관찰하는 것도 묘미이다. 작가의 가족,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담아냈는데, 표정들이 모두 소소한 일상을 담고 있다.
저작권자 2012.11.15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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