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정책이 기술의 발전방향 결정해

정책이 기술의 발전방향 결정해

환경기술개발사업 세미나 개최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유망한 기술을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인류가 나아갈 길을 고민하고 세계적인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트렌드가 가시화되면 정책이 만들어지고, 정책은 기술의 발전 방향을 결정한다. 집중 육성되는 기술에는 투자가 늘어나고 고용이 창출되는데, 이는 결국 인력양성 방법의 변화를 가져와 교육의 방향성까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환경부는 9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환경 R&D 20년,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환경기술개발사업 20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었는데, 발표자와 토론자의 의견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다.
▲ 환경부는 9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환경 R&D 20년,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환경기술개발사업 20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권시연

수출할 수 있는 환경기술 필요
이날 세미나에서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은 먼저 ‘기후 온난화’와 ‘환경변화’의 차이점부터 짚고 넘어갔다. 기후 온난화는 인류가 예견한 사항이지만 환경변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영향력과 파급력을 예측하고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 원장은 유엔(UN)이 발표한 밀레니엄 프로젝트(The Millennium Project) 자료를 근거로 패러다임이 ‘EHS’에서 Safety, Health, Environment·Energy의 약자인 ‘SHE’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Safety)은 안전, 안보, 식량 확보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의미다. 환경·에너지(Environment·Energy)는 물, 기후뿐만 아니라 교육, 인구 등도 고려 대상이다.

이어 문 원장은 아황산가스(SO₂) 배출과 국민총생산(GNP) 변화 추이를 연도별로 보여주는 그래프를 제시했다. 그래프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08년까지 국민총생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아황산가스 배출량은 하락세를 보여왔다. 굉장히 고무적인 자료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황산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배경을 살펴보면, 환경기술의 발달보다는 정책의 집행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 문 원장의 설명이다. 아황산가스 배출을 감소시키기 위해 LNG를 보급했고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함으로써 아황산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

즉 정책 중심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환경기술은 개발되지 않았고 그래서 세계에 수출할만한 환경기술이 없다고 문 원장은 지적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경전문 인력에서 융합전문 인력 중심으로 인재양성 방법이 변화해야 하고, 과학과 예술을 기반으로 한 기술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8대 중점 녹색기술 선정

미래 환경기술 트렌드 분석은 정동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본부장이 맡았다. 그는 메가트렌드와 해외 정책 동향을 분석해 핵심 환경 트렌드를 도출하고, 미래에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환경관련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기술 5개를 소개했다.

환경기술 5개 중에 하나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인접국 방사능 피해 등 미래형 복합위험사회에 대비한 기술인 ‘환경재난 대응 기술’이다. 기상조절 기능 등을 이용한 황사의 한반도 유입 저감기술, 인공위성을 이용해 녹조, 수질오염 등의 발생·확산 예측 및 수계이용 통합관리 기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재규 카이스트 교수는 ‘중점 녹색기술 재분류 및 재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09년에 채택한 75대 중점 녹색기술 후보군을 49대로 재분류해서 18대 과제로 재선정한 것. 수소에너지 저장기술, 친환경 저에너지 건축기술, 지능형 교통·물류기술, 대체 수자원 확보 기술, 폐기물 저감 및 재활용, 에너지화 기술 등이 선정됐다.

이어 이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수행한 녹색기술을 소개했다. 고효율 바이오 부탄올 생산균주개발 및 바이오 부탄올 대량생산 공정 개발,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지속가능한 연료생산 인공광합성 기술 개발, 나노유기 태양광 발전을 통한 차세대 태양광 발전산업의 개발, 차세대 고출력 리튬이차전지 기술 개발 등에 대해 설명했다.
▲ 녹색기술시스템의 혁신 기능 촉진을 위한 정부 정책 사례(독일 태양광산업) (출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보고자료 '녹색기술 개념과 정책발전방향') ⓒwww.kistep.re.kr

한편 패널토론에 참석한 김일중 동국대 교수는 “생산기술과 달리 환경기술은 삶의 질을 높이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고 중요하다”며 “환경기술이 발전하려면 경제성이 있어야 하는데, 경제성은 수요가 있어야 생기고 수요는 규제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김정수 한겨레신문 기자는 “타 부처와 차별되는 환경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신기술을 개발해 산업을 육성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요구하는 생활밀착형 환경문제들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시연 객원기자 | navirara@naver.com

저작권자 2012.1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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