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칼로리 제한하면 장수할까

칼로리 제한하면 장수할까

1일 1식 열풍, 양보다는 질?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56일차 되네요. 종합검진 결과 총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정상으로 돌아왔답니다. 3년간 따라다니던 고지혈증은 없어졌네요. 다만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여전하네요. (…) 저번에 글을 올릴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는 없지만 몸무게는 74-75㎏에서 64-65㎏을 오가네요. 이제 거의 표준인 것 같네요.”

위 내용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1일 1식 카페’에 올라와 있는 체험사례 중 일부이다. 이 카페는 최근 들어 일고 있는 1일(日) 1식(食) 열풍에 맞춰 개설돼 단 2개월 만에 3천8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최근 들어 하루에 한 끼만 먹자는 1일 1식 열풍이 우리나라에도 불고 있다. ⓒmorgueFile free photo
이 같은 1일 1식 열풍은 일본의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가 쓴 책 ‘1일 1식’의 영향이 크다. 이 책은 일본에서 50만부나 팔렸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건강서적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책에 의하면 하루에 한 끼만 먹을 경우 신체 나이가 수십 년 젊어지며 동안(童顔)과 탄력 있는 피부를 갖게 된다고 한다. 하루에 세 끼를 먹는 것은 육체노동에 시달리고 칼로리가 부족한 식사를 먹어야 했던 과거의 관습일 뿐이며, 현대인의 경우 한 끼만 먹어도 필요 에너지의 공급이 충분하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습관적으로 세 끼를 먹어 영양 과잉이 된 현대인들의 경우 과잉 공급된 영양분이 몸의 곳곳에 지방질이나 독으로 쌓이고, 혈관을 좁혀 동맥경화 등을 일으킨다고도 했다. 게다가 1일 3식의 가장 큰 문제는 평상시에 공복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것.

사람이나 동물의 몸은 공복 시간 동안 장수유전자와 면역유전자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세 끼를 먹어 공복시간이 없어지면 몸의 치유기능과 회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공복 때 활성화되는 대표적인 장수 물질이 시르투인(Sirtuin)이다. 미국 하버드대 하임 코언 박사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음식 섭취량을 줄였을 때 수명이 연장되는 이유는 시르투인을 만드는 유전자의 활동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로리 적게 섭취하면 수명 30% 이상 길어져
사실 소식(小食)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최초의 과학적 보고는 1934년 미국 코넬대 영양학자 클라이브 맥케이 박사의 연구에서 비롯됐다. 맥케이 박사는 칼로리를 적게 섭취한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30% 이상 수명이 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 후 각종 동물과 곤충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결론을 도출한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밝혀진 동물실험 결과에 의하면 소식은 수명 연장뿐만 아니라 암, 심장병, 당뇨, 신장병 등 노화와 관련된 병에 걸릴 위험을 낮춰주고, 뇌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 수치를 높여 기억력 감퇴 등 노화로 인한 뇌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에게도 적용되는지에 대해선 여태껏 밝혀진 바가 없다. 평균 수명이 70년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식하거나 1일 1식을 할 경우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들도 만만찮다. 공복 상태가 길어지면 간과 근육에서 포도당을 만들어 쓰게 되어 근육 양이 줄게 되니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게 된다거나 당분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전신피로, 무기력증, 골다공증, 탈모, 피부노화 촉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특히 노화에 대비해 골밀도가 130%까지 강화되는 청소년기의 경우 소식이나 1일 1식은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충고한다.

사실 공복 때 활성화된다는 시르투인 유전자가 실제로 장수를 돕는지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각국의 연구자 간에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지난해 영국 런던대 연구진은 2001년 시르투인 효과를 발견해낸 미국 메사추세츠대의 연구결과가 잘못되었다는 논문을 네이처지에 실어 양국의 과학자 간에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노화 전문가들은 시르투인과 장수와의 관련성은 애초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해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원숭이는 소식해도 장수와는 상관 없어
그런데 지난 9월 네이처지에 칼로리 제한이 장수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논문이 실렸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의 후원을 받아 붉은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25년 동안 실시된 이 연구는 수명이 짧은 동물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기존 연구결과와는 달리 영장류처럼 비교적 오래 사는 동물에서는 소식이 꼭 장수를 유도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이 원숭이들을 14세 이하의 젊은 그룹과 16~23세의 나이든 그룹으로 나눈 다음 일반 원숭이들이 먹는 식단보다 열량이 30% 적은 먹이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20년 넘게 관찰한 결과, 소식한 원숭이들이 일반 원숭이에 비해 특별히 오래 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또한 혈액 검사에서도 소식한 원숭이들이 일반 원숭이보다 더 건강하다는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소식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2009년 위스콘신 국립영장류연구센터(WNPRC)가 붉은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20년 동안 실시한 연구결과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당시 연구에 의하면 소식한 원숭이들의 경우 13%가 노환으로 사망한 데 비해 일반 원숭이들은 37%가 노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도대체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일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두 연구기관에서 붉은털 원숭이에게 제공한 식단의 차이였다. NIA의 먹이는 설탕이 3.9%로 제한되고 어유(魚油)와 항산화제가 포함된 건강식이었던 데 비해 WNPRC의 경우 설탕이 28.5%나 함유된 불량(?) 식단이었던 것.

또 소식 그룹의 대조실험군인 일반 원숭이 그룹에게 NIA의 연구진은 정해진 양의 먹이만 제공했던 반면, WNPRC의 연구진은 먹이를 거의 무제한으로 공급해 대조군의 건강 상태 자체가 왜곡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칼로리라는 양적 지표보다는 식단 구성이라는 질적 지표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즉, 똑같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하더라도 어떤 종류의 칼로리를 섭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볼 때 무조건적인 소식이나 1일 1식의 열풍을 쫓아가기보다는 자신의 신체 상황에 맞는 칼로리 섭취와 현대 식단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고지방, 고나트륨, 고당분 등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좀 더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2.11.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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