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버그, 폐수시설을 역습하다
병원 내 공기 통해서도 감염돼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지난해 6월 미국 메릴랜드에 위치한 미 국립보건원(NIH) 병원에 중년의 여성 환자 한 명이 실려 왔다. 이 환자는 도착하자마자 중환자실에 격리 조치돼 다른 환자와의 접촉이 금지됐다. 그뿐 아니라 이 환자의 병실에 출입하는 모든 의료진에게 장갑을 끼도록 하는 특별조치가 내려졌다.
1개월여 후 그 환자는 무사히 퇴원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 불거졌다. 몇 주 지나지 않아서 입원환자 중 3명이 그 중년 여성과 똑같은 증세를 보인 것.
이후 병원 측은 더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 그 환자 3명을 새로 차단벽을 설치한 중환자실에 격리시킨 다음 혈압측정 가압대 등 반복 사용이 가능한 모든 장비들을 1회 사용 후 폐기시켰다. 또 의료진의 장갑 착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모니터 9대를 새로 설치하는가 하면 식수대와 에어컨의 배관시설을 뜯어내 새로 교체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말까지 17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6명은 사망하고 말았다. 그 소동을 일으킨 주범은 바로 슈퍼박테리아(‘슈퍼버그’라고도 함) 중의 하나인 ‘폐렴간균’이었다. 연간 연구예산 3천억 원에 2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최신 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NIH조차 슈퍼박테리아의 병원 내 감염을 차단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전 세계 의료계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1개월여 후 그 환자는 무사히 퇴원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 불거졌다. 몇 주 지나지 않아서 입원환자 중 3명이 그 중년 여성과 똑같은 증세를 보인 것.
이후 병원 측은 더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 그 환자 3명을 새로 차단벽을 설치한 중환자실에 격리시킨 다음 혈압측정 가압대 등 반복 사용이 가능한 모든 장비들을 1회 사용 후 폐기시켰다. 또 의료진의 장갑 착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모니터 9대를 새로 설치하는가 하면 식수대와 에어컨의 배관시설을 뜯어내 새로 교체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말까지 17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6명은 사망하고 말았다. 그 소동을 일으킨 주범은 바로 슈퍼박테리아(‘슈퍼버그’라고도 함) 중의 하나인 ‘폐렴간균’이었다. 연간 연구예산 3천억 원에 2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최신 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NIH조차 슈퍼박테리아의 병원 내 감염을 차단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전 세계 의료계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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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박테리아란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박테리아를 일컫는다(사진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
슈퍼박테리아란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박테리아를 일컫는다. 1940년대 초반 페니실린이 개발되면서 인류는 박테리아와 맞서 싸울 항생제를 갖게 됐지만, 곧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내성 박테리아가 출현했다. 다시 그 내성 박테리아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고 약 40차례 인간과 박테리아 간의 군비 경쟁이 반복된 결과 등장한 것이 인류가 개발한 거의 모든 항생제에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였다.
환자 북적이는 병원에서의 감염 위험 높아
의료계에선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가 듣지 않는 박테리아를 뜻하는 다제내성균과 치료 항생제가 없는 슈퍼박테리아를 구분하지만, 흔히 다제내성균도 슈퍼박테리아라고 부른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슈퍼박테리아의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곳 중의 하나가 바로 각종 환자들로 북적대는 병원이다. 거기엔 취약한 노인 및 만성병 환자의 증가, 장기이식 및 인공기구 사용 환자의 증가, 병원 대형화 등 여러 요인이 상존한다.
최근 영국 리즈대학 연구팀은 병원 내에서 공기를 통해 슈퍼박테리아가 감염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병원의 입원실과 유사한 조건으로 만든 실험실에서 인간과 비슷한 열을 내는 마네킹을 사용해 슈퍼박테리아가 함유된 작은 방울을 분사한 결과, 오염 수준이 마네킹 주위에서 즉각적으로 최고도의 반응을 나타냈으며 심지어 그 균들이 3.5미터까지 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우리나라의 병원 환경도 슈퍼박테리아에 몹시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병원의 의사나 간호사들이 사용하는 휴대폰 101대에서 검체를 채취해 배양검사를 실시한 결과, 4대의 휴대폰에서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나온 것.
이 균은 메티실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으며, 극히 제한된 항생제로만 치료가 가능한 병원균이다. 또 처리가 까다로우며 특히 병원 내 감염을 유발하는 원인균 중 가장 흔하면서도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노약자에게 감염될 경우 생명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이다.
지난달에 실시된 국정감사에서는 2011년부터 2012년 7월까지 국내 100대 상급·종합병원에서 슈퍼박테리아의 발생건수가 무려 4만3천여 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메릴랜드대학 보건대학원 연구진은 미국의 폐수처리시설 여러 곳에서 슈퍼박테리아인 MRSA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미국 폐수처리시설의 MRSA 존재를 확인한 첫 번째 연구결과인데, 폐수처리시설 내 슈퍼박테리아의 존재는 스웨덴 연구진의 이전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폐수처리시설에서 슈퍼버그 존재 확인
폐수처리시설에서 슈퍼박테리아가 발견된 이유는 MRSA 감염 환자들의 경우 코와 피부, 배설물을 통해 MRSA를 외부로 배출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폐수처리시설이 MRSA와 같은 병원성 박테리아의 저장 및 공급원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
문제는 그 폐수처리시설에서 배출된 최종 하수처리수가 관개용수 등으로 재이용되는 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폐수처리시설의 배출수 내에 MRSA가 잔류한다는 것은 인간의 모든 활동과 슈퍼박테리아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걸 의미한다.
슈퍼박테리아와 인간 간의 군비 경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인간의 승리 전망이 더 밝다. 기존의 항생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박테리아의 세포벽을 파괴해 더 이상 증식이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박테리오파지는 특정 슈퍼박테리아에만 작용해 내성 걱정이 없으며, 기존의 항생제 계열과는 완전히 다른 신약 후보물질도 개발돼 임상실험 중이다. 또 독소를 중화하는 항체, 감염을 막는 백신, 새로운 구조의 화학물질 등이 연구되고 있다.
정작 두려운 것은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2만5천명, 미국에서는 1만9천명이 한 해 동안 슈퍼박테리아로 인해 사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사망환자가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슈퍼박테리아의 감염 관리 시스템이 너무 느슨하며, 병원 측의 감염 예방 노력도 매우 허술한 편이다. 지금부터라도 슈퍼박테리아가 신종플루처럼 국민 보건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국가와 국민 모두가 가져야만 언제 우리 곁에 닥칠지 모르는 그들의 역습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2012.11.15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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