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1일 화요일

운동부족, 흡연사망자 수와 비슷해

운동부족, 흡연사망자 수와 비슷해

비만이나 고혈압보다 더 위험

 
사람의 수명은 하늘이 정한다는 인명재천(人命在天)은 이미 물 건너간 옛날 이야기로 들린다. 이제 수명은 자기관리에 있다. 물론 장수 집안, 장수 유전자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웬만한 질병들은 예방과 관리로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이 발전했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두 사람이 있다. A는 어느 정도 흡연도 하고 술도 다소 즐긴다. 그리고 생각이 낙천적이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적당히 한다. B는 담배와 술을 전혀 하지 않는다. 또 운동은 질색이다. 따라서 사람들과의 대화가 부족하다.

이런 경우에 A와 B 가운데 기대수명은 누가 더 길까? 물론 평균의 개념에서 하는 질문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으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대화도 열심히 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살아가는 일이다.

연간 사망자 530만 명, 흡연 사망자 수와 비슷해
▲ 운동은 생체리듬을 조율하는 중요한 변수다. 적당한 운동을 해야 오래 산다. ⓒ위키피디아
지난 7월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 성인들의 3분의 1은 운동부족이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530만 명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계 각국 의료센터에서 33명이 참가한 연구 결과다.

이 보고서를 보면 운동부족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와 맞먹는다. 또한 심장병, 당뇨병, 유방암,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자를 합친 것의 10분의 1에 이르는 수준이다.

논문을 작성한 연구팀은 “운동부족은 너무나 심각한 문제라서 커다란 유행병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람들에게 운동의 좋은 점을 일깨우기 앞서 운동부족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보건정책의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일반적으로 성인들의 권장 운동량은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을 일주일에 150분 정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운동량이 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 비만, 당뇨보다 위험한 것은 운동부족
연구팀을 이끈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대의 카림 칸 교수는 “운동 수준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혈압이나 일분당 숨쉬는 횟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운동은 인체의 모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운동이 부족하면 암과 당뇨를 포함한 여러 질병에 걸리기 쉽다”고 그는 덧붙였다.

칸 교수에 따르면 운동 부족은 비만이나 고혈압보다 사망 위험에 더욱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대중매체와 건강전문가들의 강조점은 거꾸로 되어 있다. 그는 “운동 부족으로 사망하는 미국인은 흡연, 비만, 당뇨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보다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적당한 운동량은 어느 정도일까? 걷기를 포함해 일주일에 150분 정도면 걱정할 것 없다는 것이 칸 교수의 지적이다. 영국 보건성 역시 주 150분, 5일간 하루 30분 이상 운동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운동을 하면 유방암, 대장암, 치매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운동은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엉덩이 뼈 골절을 막아준다. 엉덩이 뼈 골절상을 입으면 사망위험은 크게 높아진다.

운동, 식욕도 억제시켜 비만 예방
운동의 이점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근육을 키우고 칼로리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식욕을 억제시켜 살을 빼는 데 도움을 준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브라질 캄피나스 주립대의 연구팀은 비만인 쥐를 대상으로 수영, 달리기 같은 운동을 시킨 후 뇌 시상하부의 세포 활동을 관찰했다. 시상하부는 몸의 영양 상태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비만이나 과식과 관계 있는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 운동을 하면 배부를 때 활성화되는 뇌세포의 움직임이 함께 활성화됐다. 이 뇌세포의 움직임이 활성화되면서 비만 쥐는 정상적으로 음식에 반응하기 시작했고 평소보다 먹는 음식의 양이 줄었다.

이 세포는 섭취한 음식이 어떤 맛인지, 얼마나 많이 먹었고 어떻게 그것을 잘 소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처리해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연구진은 “운동과 신체 활동은 체중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고 언제나 비만치료의 가장 기본”이라고 밝혔다.

운동은 사고력도 향상시킨다
땀에 젖을 정도의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단지 몸에만 좋은 게 아니다. 두뇌 기능까지 촉진해준다. 캐나다 몬트리올 심장협회의 연구팀이 평균 연령 49세의 과체중에다 신체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일주일에 두 차례씩 자전거 타기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도록 했다. 4주 뒤 점검한 결과 체중, 체지방률(체중에 대한 체지방의 비율), 전체 지방, 허리둘레 모두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운동용량(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은 평균 15% 늘어났다.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두뇌기능도 개선됐다. 두뇌기능은 운동용량 및 체중 감소수치에 정비례했다. 쉽게 말해서 운동량이 많고 체중 감소수치가 클수록 사고력 향상치가 더 커졌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더 명민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하는데, 이번 연구는 그걸 확인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그러면 운동이 왜 두뇌 기능을 향상시킬까? 해답은 간단하다. 운동을 하면 두뇌로 흘러 들어가는 혈액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것.

연구팀은 “우리의 두뇌 기능은 나이가 들수록 퇴화하는데, 특히 심장질환을 앓는 이들에게는 더욱 좋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운동을 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친 운동은 금물이다.

지루하다고 느끼는 운동은 억지로 할 필요가 없다. 재미있는 운동을 골라서 하는 것이 좋다. 차도보다는 시원한 느낌을 주는 산길이나 강가를 걷는 게 좋다. 음악을 들으며 운동하거나, 강아지와 함께 즐겁게 하는 것도 좋다. 운동을 따라갈 수 있는 보약은 없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12.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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