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0일 목요일

최고의 맛, 최대의 악취

최고의 맛, 최대의 악취

홍어회 냄새 능가하는 요리 많아

 
진정한 식도락가라면 맛있는 음식에서 풍기는 퀴퀴한 냄새쯤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넘어갈 줄 알아야 한다. 아니 그 냄새를 사랑해 거기에 빠져들 줄 알아야 한다.

최고의 맛을 즐기려면 최대의 악취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향긋한 요리는 코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입맛을 즐겁게 하는 요리는 후각과는 무관하다.
▲ 홍어회는 최대의 악취 요리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식품이다. ⓒ위키피디아
발효는 곰팡이 같은 하찮은 미생물이 우리에게 선사한 최고의 선물이다. 농산물을 비롯해 여러 식품 재료들이 그 특유의 성분에 따라 미생물의 작용으로 분해된다. 그리고 새로운 성분이 합성되어 영양가가 향상되며 우리의 기호에 맞는 식품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저장성도 우수해진다.

발효식품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그리고 각기 독특한 특징과 풍미를 지닌다. 아마 가장 오래된 발효식품을 꼽으라면 당연히 술이다. 주류, 빵, 그리고 우리의 식탁에 오르내리는 간장, 된장이 그렇다. 치즈, 버터, 요구르트 등 발효제품 또한 마찬가지다. 김치와 젓갈은 우리에게 빼놓을 수 없는 발효식품이다.

그러나 몸에 좋다는 이 발효식품들을 보면 그 냄새가 과히 좋지 않다. 술이나 유제품이 향긋하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완제품의 경우다. 완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전혀 그렇지 않다. 술 익는 냄새가 술에 찌든 애주가에게는 향기 이상이겠지만 말이다.

어류는 발효하면 대부분 냄새가 고약해
이 정도면 양반이다. 그러나 생선이나 육류가 발효할 때의 냄새는 그야말로 퀴퀴하다는 표현을 넘어 코를 막고 싶을 정도이다. 동물성 단백질이 썩을 때 바로 그 냄새다. 그런데 이런 지독한 냄새로 악명 높은 음식들이 최고의 맛으로 식도락가를 유혹한다. 우리의 홍어회와 청국장을 떠올리면 될 법하다.

일본의 여행정보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 저팬(TripAdvisor Japan)의 보도내용이다. 이 사이트는 세계적인 별미 중 악취에 가까운 풍미를 가진 음식들을 소개했다. 세계 5대 악취음식이다. 과연 어떤 음식들인지 탐방여행을 함께 떠나보자. 우리나라 홍어회는 2위를 기록했다.

1 수르스트러밍(surstromming)= 스웨덴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하나. 한 시민의 신고로 소방차와 경찰차가 급히 출동했다. 가스가 누출돼 폭발하여 동네가 불바다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착 문제의 장소에 도착해 보니 아파트 단지 뒤뜰에서 여러 명이 모여 즐겁게 저녁 파티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세계에서 냄새가 가장 불쾌하다는 오명을 쓰고 있는 수르스트러밍이라면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데 결코 인식하지 않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요리는 청어를 삭힌 것이다. 발효시킨 요리다. 그것도 소금도 없이 말이다. 냄새가 가히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하다고 한다.

이 요리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가장 믿을 만한 것은 16세기 소금이 비싼 시절에 생선을 절이는 데 필요한 양만큼 사용하지 못해 생선이 썩기 시작한 데서 발단이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래서 발효시키는 법을 터득한 것이 바로 수르스트러밍이다.

그러나 스웨덴에서 수르스트러밍을 집안에서 먹는 일은 다들 피하는 사항이다. 냄새가 퍼지기 때문이다. 청국장을 끓일 때를 연상하면 되는데, 그 정도가 아주 심각할 지경이다. 애호가들을 위해 캔으로 포장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플라스틱 봉지 안에 넣고 캔을 딴다.

지독한 냄새 때문에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기내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수르스트러밍을 먹는 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그런데 어쩌랴! 맛있어 여전히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말이다.

2 홍어회=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발효과정에서 암모니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자주 찾게 된다. 어떤 사람은 홍어회를 두려워한다. 냄새는 참을 수 있지만 썩은 홍어를 먹었다가 식중독 같은 병에 걸릴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어는 썩은 식품이 아니라 발효식품이다. 썩어가는 지푸라기나 두엄 속에서 삭히지만 부패한 음식은 아니다.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홍어는 묵은 김치, 돼지고기 수육 등과 함께 ‘홍어삼합’으로 유명하다.

홍어를 삭히게 되면 톡 쏘는 냄새가 나는데 이것은 고기가 부패되어 나는 냄새가 아니라 세균이 부패해서 나는 냄새로 육질의 변화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섭취해도 된다. 홍어가 가지고 있는 암모니아는 부패세균의 발육을 억제하므로 식중독 발생의 염려가 없다.

3 에피큐어 치즈(epicure cheese)= '식도락 치즈'라는 뜻의 에피큐어 치즈는 뉴질랜드 치즈로 냄새와 푸석한 식감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최대 3년을 발효시킨다. 독특한 것은 통조림 치즈라는 것이다. 냄새가 과히 좋지가 않다.

4 키비악(kiviak, giviak, kiviaq)= 키비악은 캐나다와 그린란드의 에스키모인 이누잇(innuit) 족의 발효식품으로 바다표범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제거한 후 바다쇠오리나 북극뇌조 같은 새들을 잡아서 넣은 후 다시 배를 실로 묶어서 이글루의 천정에 매달아 두었다가 겨울 동안 삭혀서 먹는 음식이다.

이누잇 족에게는 부족한 비타민 보충을 위해 꼭 필요한 음식이었다. 에스키모인들이 키비악을 먹는 방법은 아주 독특하다. 바다표범의 뱃속에서 새를 꺼내 새의 항문을 빨아서 먹는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현재는 캐나다 현지에서도 매우 구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맛은 일품으로 꼽힌다.

5 일본의 쿠사야(くさや)= 쿠사야는 신선한 가라지(고등어 일종)、날치、마히마히(돌고래 일종) 등의 물고기를 사용한 건어물로 이즈제도에서 생산량이 가장 높다. 맛은 짜면서도 순하며 먹으면서 느껴질 정도로 염분은 높지 않다. 염분농도는 13%를 넘지 않는다.

최근에는 몸에 좋은 식품으로 관동(關東)지방을 중심으로 출하되고 있다. 배를 딴 신선한 생선을 쿠사야 액에다 8~20시간 정도 담가두고 쿠사야 액이 잘 배면 담수에 세정하고 햇볕에 1~2일 정도 말린다. 출하할 때는 독특한 냄새가 새나오지 않기 위해 진공 팩 같은 것에 넣어둔다.

쿠사야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식품으로 에도 시대 때는 황궁에 올리는 진귀한 상품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발상지는 이즈제도의 니지마 섬을 원조로 보고 있다. 쿠사야라는 말은 에도시대 당시 ‘구리한 냄새’가 났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음식의 맛은 문화적인 차이에 의해 좌우된다. 때문에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맛과 향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을 주는 경우도 꽤 많은 편이다.

단적인 예로 태국의 과일 두리안(durian)을 들 수 있다. 두리안의 냄새를 아주 싫어하는 서양인들도 강한 향의 치즈는 즐겨 먹는다. 놀라운 사실은 두리안이나 강한 향의 치즈나 동일한 향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두 음식은 공통적인 배설물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

비슷한 냄새이지만 익숙한 음식의 향기는 맛있는 냄새로 느껴지고, 익숙하지 않은 음식의 냄새는 악취로 느껴진다. 음식은 결국 하나의 문화다. 진미(珍味)는 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습과 문화의 차이에 있다. 따뜻한 청국장과 된장찌개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12.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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