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6일 수요일

핵무기와 방사능 위험 없는 세상을

핵무기와 방사능 위험 없는 세상을

10대 뉴스 (8) 핵안보와 원자력안전

 
과학기술계에 있어 2012년은 다른 어느 해보다 빅 이슈가 많았던 해다. 한편에는 세계를 놀라게 한 연구 성과들이 이어졌고, 다른 한편에서는 스마트혁명이 지구촌을 몰아쳤다. 올해는 특히 창의성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한 해였다. 그 결과 과학교육 혁신을 위한 논의가 다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해를 마감하면서 사이언스타임즈가 나라를 놀라게 한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편집자 註]
2012 10대 뉴스 지난 2009년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방문해 핵무기 테러를 국제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프라하 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각국 정상들의 동의에 의해 2010년 4월 워싱턴을 시작으로 격년제 ‘핵안보 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가 이어지고 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최종 목표로 하는 ‘핵안보 정상회의’는 전 세계 핵물질과 핵시설이 테러집단에 이용되지 않도록 각국의 방호조치 강화와 국제협력 증진을 논의하는 회의다. 제1회 회의에서는 세계 47개국 정상을 비롯해 국제연합(UN), 유럽연합(EU),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4개 국제기구의 수장이 참가해 ‘워싱턴 코뮈니케(Washington Communiqué)’ 정상합의문을 도출했다.

제2회 회의는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Beyond Security Towards Peace)’라는 주제 아래 2012년 3월 우리나라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워싱턴 회의 참가국과 참가기구 외에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POL)가 추가되었다.
▲ 지난 3월 26-27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제2차 핵안보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는 △핵테러 위협에 대한 국제적 협력방안 모색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 안전관리 방안 논의 △방사성 물질 방호대책 마련 등을 주요 의제로 채택했다. 회의 후 ‘서울 코뮈니케’ 정상합의문에는 핵무기 12만 개 분량의 각국 핵물질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당장 2013년 말까지 고농축 우라늄 등 핵 위험물질을 줄여나간다는 내용이 담겼다.

핵안보보다 중요한 원자력 안전
한편으로 서울 회의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핵무기 감축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핵물질 감축 계획도 각국의 재량에 맡기는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명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다.

게다가 정상회의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전원 공급이 12분 동안 완전히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해 오점을 남겼다. 정상회의에 앞서 진행된 ‘원자력산업 정상회의(Nuclear Industry Summit)’의 일환으로 국내 원전 시설을 방문해 원자력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일정을 준비했는데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핵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외국의 핵무기 보유보다 원전의 안전 문제가 더 큰 관심사로 다가온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대량의 방사능이 유출된 이후 원자력 안전은 질병과 먹거리 등 생활과 밀접한 문제로 인식되는 추세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원전은 최근까지 모두 6기의 원자로를 가동중이다. 그중 1호기는 지난 2007년 설계수명 30년을 마쳤지만 IAEA의 특별점검을 거쳐 10년 연장이 결정된 바 있다. 그런데 핵안보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원중단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한 달 가까이 은폐해서 위험성을 키웠다. 이로 인해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경질되고 지난 8월이 되어서야 재가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원자력 설비는 지속적이고 과학적인 점검과 신속한 대응이 안전의 핵심요건이다. 그러나 고리원전의 설계수명 소진과 연장의 과정에서 정확한 수치 데이터를 명시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향후 4기의 원자로가 추가 건설될 상황에서 위험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계기가 됐다.

국내 원전 사고 이어져 세심한 주의 요구돼

이후로도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가 이어졌다. 7월에는 대규모 납품비리 사건이 터져 관련자들이 무더기로 구속되고 김균섭 신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9월에는 원전 안전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마약을 투약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 원자력 발전이 청정에너지 명칭을 확보하려면 투명성에 기반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Science Times
11월에는 영광원전의 핵심부품이 제어봉 안내관에서 균열이 발견되었다.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는 심각한 사고인데도 여전히 은폐와 축소 시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영광원전은 지난 10년 동안 부품 납품업체가 품질검증 서류를 위조했다가 발각되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 25일에도 민관 합동조사단에 의해 추가로 시험성적서 위조 사례가 적발되었다. 지금까지 국내 원전에 사용된 위조부품만 8천 개가 넘는다. 총 4만5천 개에 달하는 부품을 전수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처럼 올해 국내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가 발전 정지를 비롯해 15건을 넘어서면서 원자력 안전에 대한 불감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끝을 알 수 없는 비리로 인해 원전에 대한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투명성을 기반으로 안전장치 마련하는 것이 과제

원자력은 화력, 수력 등 기존 설비에 비해 발전단가가 낮아 ‘고효율 청정에너지’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한 청정에너지로 인정받으려면 투명성과 신속성에 기반한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원전 사고가 일단 발생하면 완벽한 수습과 원상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특히 방사능 유출은 단기적으로는 질병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등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정 원소의 원자핵이 붕괴하면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전자기파의 일종을 ‘방사선(radiation)’이라 하며 그 성질을 ‘방사능(radioactivity)’이라 부른다.

원전에서는 세슘, 플로토늄, 스트론듐 등 인체에 치명적인 인공방사능이 발생하므로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게다가 자연 속에 존재하는 미량의 방사능만으로도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에 치명적인 영향력이 가해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긴장을 더하고 있다.

1931년 미국의 보험통계학자 하인리히(Herbert W. Heinrich)는 1건의 심각한 안전사고 발생 이전에 이미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건의 관련 경험이 존재함을 밝혀냈다. 사소한 실수도 반복을 거듭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대규모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다.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효율이 혁신을 거듭하지 않는 이상 원자력의 이용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고 신속한 대응책을 여러 단계에 걸쳐 수립해야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원전 기자재 국산화 촉진’ 사업을 통해 독점적 수의계약 방식을 줄임으로써 납품 부조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에 격려를 보낸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2.1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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