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인성교육 이끄는 주역들 모이다
창의·인성교육 컨설팅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교원 워크숍
35명의 교사들이 일제히 카펫 위에 앉았다. 책상다리를 하기도 하고 두 다리를 쭉 펴고 앉기도 했다. 4~5명이 모여 무언의 눈빛으로 소통하기를 10여 분. 단어가 한 개 적힌 종이를 뽑아들었다. 자유, 필요, 선물, 행복, 미래. ‘창의력은 중요하다. 왜냐하면’이라는 문장을 듣고 글을 작성한 뒤 최종적으로 선택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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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과학기술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창의·인성교육 컨설팅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교원 워크숍’이 8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렸다. 창의·인성 모델학교의 교사 35명이 참석했고, 영국의 창의문화교육 진흥원(CCE·Creativity, Culture and Education)에서 온 교육 전문가가 워크숍을 진행했다. ⓒScienceTimes |
창의력에 관한 교사들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창의·인성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는 현직 교사다. 8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창의·인성교육 컨설팅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교원 워크숍’에 참석한 것.
창의·인성교육은 창의성과 인성을 함양하는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교육정책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교과활동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창의성·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한다. 궁극적으로 교육과정과 평가제도, 입시제도 등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창의·인성교육을 확산하기 위해 창의·인성 모델학교를 선정해 운영 중이다. 전국에 196개교가 있다. 초등학교가 93개로 제일 많고 중등 55개교, 고등 48개교가 있다. 작년부터 89개교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 107개교를 추가했다.
교육사례 공유해 함께 성장
이인희(대구복명초) 교사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교과를 연계해 수업한 사례를 발표했다. 먼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4학년 학생들에게 미션을 제시했다. 골목길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어오도록 한 것. 이후 수학 수업에서 이 사진을 참고해 예각, 직각, 둔각을 가르쳤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국어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시를 쓰는 즐거움을 평생 몰랐을 것이라고 밝힌 조은경(부산 미남초) 교사는 교내 백일장을 진행한 경험담을 공개했다. 여느 학교와 동일한 방식의 행사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시적 체험’의 시간을 준 것. 1학년 학생들의 경우 알록달록한 색깔의 공을 던지고 튀기며 놀이를 한 뒤 글쓰기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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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과학기술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해 8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창의·인성교육 컨설팅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교원 워크숍’에 참가한 창의·인성 모델학교의 교사 35명이 교육사례 발표를 듣고 있는 모습 ⓒScienceTimes |
싸이의 ‘강남스타일’ 덕분에 유명해졌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낸 울산의 강남초등학교 조현호 교사는 내년도 계획을 공유했다. 야심차게 준비 중인 프로젝트는 ‘도로 로드(Road) 3C’. 학생들이 도보로 지역 내 박물관과 문화예술 공간을 탐방하는 Culture, 병원과 관공서 등에서 직업을 체험하는 Career, 고장의 옛 모습을 알아보는 Central이 바로 그것.
그밖에 배경화(동대전초) 교사는 교과와 일상생활을 연계하는 방안을 탐구하고 있다고 말했고, 윤은애(경북 약목초) 교사는 스팀(STEAM) 수업 과정을 찍은 사진과 결과물을 소개했다. 박성수(강릉명주초) 교사는 음악을, 김혜진(조치원대동초) 교사는 미술을 중심으로 창의·인성 교육을 진행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이 발표한 사례를 토대로 평가도 이뤄졌다. 기준은 교사·학습자의 역할, 시간·공간의 구성, 과정의 가시성, 정서, 포용성 등이다. 저기능과 고기능으로 나눠 해당 수업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보고 그 이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개선해야 할 점과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네트워크 이뤄 공유 이어가야
영국 창의문화교육 진흥원(CCE·Creativity, Culture and Education)의 폴 콜라드(Paul Collard) 원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은 조용하고 과목한 줄 알았는데, 오늘 만난 교사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활동적이며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다고 워크숍을 진행한 소감을 말했다.
이어 일방향적인 강의가 아닌 함께 학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공간은 ‘추상적 공간(Mental Place)’으로 토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신적 공간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협상하는 법을 체감하게 된다는 것. 자신의 주장을 펼치다가 남의 의견을 듣고 수용하거나 합의를 도출한다는 의미에서 토론, 토의보다 협상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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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의 창의문화교육 진흥원(CCE·Creativity, Culture and Education)은 문화예술과 창의성을 접목한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 창의교육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영국 및 다른 국가의 창의교육 정책, 학교 교육컨설팅에도 앞장서고 있다. ⓒwww.creativitycultureeducation.org |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하다가 실리콘밸리를 거쳐 현재 CCE에서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레그 크럭스(Greg Klerkx)는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인간 우주 비행의 역사(History of Human Space Flight)’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교사들이 서로의 노하우를 배우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사들이 이런 경우는 드물어 인상적이었고, 이번 기회에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역량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고”고 말했다. 이어 “일상생활 곳곳에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물체로 실험을 하면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성인도 이런 교육을 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교원대에서 창의·인성 및 융합교육 교사용 연수 모델을 만드는 책임자로 있는 최지연 연구원은 “문헌분석과 인터뷰를 통해 CCE를 조사하고 있는데 마침 그들이 한국에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생동감 있는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2월쯤 시범적용, 교사연수 등을 실시할 예정이며 최종 보고서는 3월에 나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자칫하면 사장되기 쉬운 매체라, 의미 있는 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컨퍼런스 데이와 같은 행사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행사를 주관한 한국과학창의재단 관계자는 “학생들의 창의성 함양에 앞서 창의적 교사 양성이 필요할 것 같아서 워크숍을 마련하게 됐다”며 “사례 발표를 들은 교사들이 ‘이건 이렇게 변형하면 좋을 것 같다’ 등 벌써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교사들에게 창의·인성교육의 영감을 제공하려는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2012.12.11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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